[스토리디깅클럽X이승희] 마케터 이승희의 스토리텔링 팁을 엿듣다.
세상에는 참 멋진 것들이 많다. 나도 잘하고 싶은 마음에 잘하는 사람, 잘하는 브랜드의 사례를 보고 또 보다 보면 내가 가진 것은 많이 부족해 보인다.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것, 나다운 것, 나만의 이야기. 생각하다 보면 머리가 아파진다.
가끔 그럴듯한 문장을 발견하고 뿌듯해서 박수를 칠 때도 있다. '이야, 멋지다! 이거야 이거!' 그러다 문득 내가 나 자신을 속이는 기분이 든다. 나를 표현하는 말은 너무 멋진데, 그 뒤에 숨은 내 모습이 다르게 느껴질 때면 공허하다. 이게 정말 나일까? 그럴 때 주문처럼 이 말을 외운다.
이야기는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의 기술'을 탐구하고 싶었던 필로스토리가 스토리디깅클럽의 첫 번째 주제로 '이야기의 발견'을 꼽은 이유이기도, 기록하는 마케터 이승희님을 초청한 이유이기도 하다. 세상 힙한 두낫띵클럽 활동부터 <기록의 쓸모> 출간까지, 승희님의 활발한 활동을 보면서 '아 진짜, 너무 잘해.'라는 질투 섞인 말이 저절로 흘러나오던 때였다.
그는 퇴사하고 장난 삼아 백수듀오 '두낫띵클럽'을 만들었는데 이를 매개로 모베러웍스와 엉뚱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화제에 올랐다. 그들이 주고받는 농담들은 그대로 디자인에 반영돼 제품이 되었고, 모든 과정을 유튜브에 공유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협업의 목표 중 하나로 '경의선숲길에 줄 세우기'를 외쳤는데, 실제로 약속한 날이 되자 거리에 사람들이 늘어섰다. 마법처럼. 뒤이어 출간된 <기록의 쓸모>는 엄청난 속도로 팔려 나갔고 그는 전국을 투어했다.
승희님이 이야기하는 방식과 소재는 지극히 사소하다. 그는 사소한 이야기를 가볍고 빠르게, 재미있게 가지고 놀 줄 알았고 누구나 끼어들어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자극했다. 일상 속에서 발견한 영감을 수집하는 계정 영감노트(@ins.note)로 수많은 팔로워들을 이끌며 그만의 '기록하는 방식'을 전파하고 있기도 했다.
스토리디깅클럽 6월의 주제는 ‘이야기의 발견’입니다. 승희님은 ‘일을 잘하고 싶어서’ 기록을 시작하신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승희님을 보며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승희님의 처음 ‘기록하는 마음’에 대해서 다시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이승희는 무엇을, 어떻게 기록했나요? 사소한 일상은 어떻게 기록이 되고 이야기가 되었나요?
스토리디깅클럽은 어떻게 보면 지금 당장 쓸모없어 보이는, 예술의 영역으로 느껴지는 ‘스토리’를 디깅하는 클럽입니다. <기록의 쓸모>를 읽으며 승희님에게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더불어 사소한 기록에 쓸모를 찾아주고 그것으로 나의 쓸모를 발견해오신 과정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습관적으로 아카이빙을 하다 보니 나만의 콘텐츠가 많아졌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획을 스스로의 기록에서 발견할 때가 많았다는 말이 특히 인상 깊어요. 승희님은 ‘좋은 이야기’란 어떤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나요?
승희님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넘나드는 ‘기록광’인데요. <기록의 쓸모>에서도 도구의 힘을 강조하셨지요. 또 ‘나다움’에 대해 언급하신 부분도 기억에 남습니다. 나답게 하라는 건 특별하거나 특이하게 하라는 게 아니라는 말, 스스로 기준을 정하고 그것을 잃지 말라는 말이 좋았어요. 승희님이 ‘나답게’ 이야기를 전하는 방법과 도구, 꿀팁이 있다면 나누어 주세요.
필로스토리가 승희님의 이야기에서 건져 올린 스토리텔링의 기술! 함께 보기 위해 이곳에 기록한다. 그 자체로 브랜드가 된 밀레니얼 마케터, 이승희는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발견하고 표현해 왔을까?
이야기를 발견하는 방법 하나,
승희님은 다양한 이름으로 활동한다. 마케터, 작가, 백수듀오 두낫띵클럽의 클럽장…. '제 안에는 너무 다양한 욕구가 있는데, 다양한 이름으로 활동하면 왜 안 되나요?' 타인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 나아가고 싶은 방향,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발견하고 표현하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모습,
내가 꺼내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어야 한다.
승희님은 온라인에서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드러낸다. '오프라인에서도 누군가를 만날 때 세수를 하지 않느냐'며, 온라인에서 스스로를 표현하는 일은 스스로의 영역을 넓히는 일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맞다. 승희님의 이야기를 듣고 N년 동안 바꾸지 않았던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
이야기를 발견하는 방법 둘,
우리는 왜 우리의 이야기를 기록해야 할까? 승희님은 심플하게 정의했다. '나를 알기 위해서'. 그 누구도 의미를 알아주지 않을 때에도 승희님은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기록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한다고 생각하면 지칠 수밖에 없다. 시선을 나 자신에게로 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쌓아 올린 기록은 서로 연결되며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승희님은 마케터로서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자신의 기록 속에서 실마리를 얻는 경험뿐 아니라 그 기록 자체가 자신의 콘텐츠가 되는 경험 또한 해왔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발견하는 방법 셋,
누구나 첫 시작은 어설프고 미완이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우리는 자주 이 사실을 잊는다. 처음부터 잘해야 할 것 같다. 잘하지 못한다면 애초부터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승희님은 잠시 망설이다가 '사실 저는 사람들이 많이 안 본다고 생각하고 막 올려요.'라고 답변하며 특유의 천진한 표정으로 웃었다. 대충, 빨리, 공들이지 않고, 완성된 콘텐츠를 올린다기보다는 아카이빙이라고 생각하고 기록한다는 것이다. 일로 느꼈다면 이렇게 지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야기를 발견하는 방법 넷,
승희님이 생각하는 좋은 이야기는 자기다운 이야기다. 요즘 너무나 많이 언급돼 유행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자기다움'에 대해 그는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마이웨이)'이라 말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공유했을 때 생명력이 느껴진다고 했다.
매력적인 이야기는 오랜 시간 쌓여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축적 속에서 '발견'된다. 이승희라는 브랜드 또한 지금 잠깐 반짝, 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꾸준히 기록하고 표현해 온 습관으로 인해 '발견'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나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싶다면, 또는 내가 담당하고 있는 사업에서 매력적인 스토리를 발견하여 전달하고 싶다면, 멀리 있는 멋진 것을 보며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있는 것들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지속적으로 '공유'해 보자. 그 과정에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다.
스토리디깅클럽X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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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까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