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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리 Aug 16. 2020

이야기 만드는 법,
키워드부터 문장까지

필로스토리가 이야기를 만드는 법

2018년 9월, 잘 다니고 있던 홍보회사에서 퇴사했다. 당시 가장 많이 했던 고민은 '내 전문영역은 뭘까?'라는 거였다. 그냥 '홍보'라고 표현하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일까? 내가 회사 이름을 떼고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그게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어느덧 2년이 지났다. 요즘의 나는 이야기 만드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브랜드의 이야기, 개인의 이야기, 지역의 이야기… 그 대상이 가진 자기만의 고유한 이야기 자원을 발굴하고, 명료하게 정리하며, 매력적으로 전달한다. 이렇게 말하면 기존에 해왔던 일이랑 뭐가 달라? 그건 홍보회사도 하는 일이고 마케터라면 누구나 하는 일인데? 라는 질문이 생기지만 나는 확실히 다르다고 느낀다. 무엇이 가장 다르냐면, 나만의 프로세스와 툴을 체계화하고 그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2019년 자영 언니를 만난지 4시간 만에 필로스토리 공동 창업 결심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일하는 방식, 나만의 일하는 도구를 명확하게 알고 일하고 싶다는 욕망. 그 과정 자체가 콘텐츠가 되기를 바라는 욕망. 그 마음으로 우리는 자체적인 스토리 개발 프로세스와 툴을 디자인했고, 다양한 영역에 적용하고 보완하며 스토리 개발 전문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오랜만에 써보는 우리가 일하는 법.
필로스토리가 이야기를 만드는 법.




0단계. Story Profiling | 스토리 진단하기



스토리 개발에 착수하기 전, 항상 스토리 프로파일링을 진행한다.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브랜드(또는 사람)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어떻게 읽히는지, 이야기가 어느 정도로 노출되어 있는지, 객관적인 시선으로 파악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은 왜(WHY)다. 사실 모든 일에서 '왜(WHY)'는 가장 중요하다. 나는 왜 나의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끈질기게 본질을 묻고 파고든다.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지, 미래상을 공유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드러나지 않은 욕망을 파악하기 위한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 단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는 예술인문학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얻는다.







1단계. Collect | 이야기 자산 찾기



우리끼리는 이 단계를 '덕질하기'라고 말한다. 수집가적 정신으로 브랜드(또는 사람)의 이야기 자산을 모으는 단계다. 좋은 질문에 답해보기, 지난 일주일을 회고하기, 문장 수집하기 등의 다양한 작업을 통해 이야기 자산을 쌓는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태도는 '다정함', 그리고 '호기심'이다. 미리 검열하거나 정돈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멋져 보이고 싶은 마음에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내면, 그 이야기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이야기는 시간에 따라 쌓이고 성장한다. 이제 시작하는 브랜드일수록 조급한 마음을 가지기 쉽지만,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대상의 고유성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는 아주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이 가장 매력적인 법이다.








2단계. Curate | 키워드 추출하기



이 단계는 정리의 단계다. 무엇보다도 단호함이 필요하다. 쌓여 있는 이야기 자산 속에서 대상을 가장 잘 표현하는 대표 키워드들을 뽑아낸다. 명료하게, 단순하게, 쉽게.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키워드, 쉽게 기억할 수 있는 키워드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 이 키워드들이 최종적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주요한 재료가 된다.


결국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든다는 건, 자신의 경험 속에서 건져올린 진실한 키워드에 약간의 수식어를 붙여 문장으로 만드는 일이다. 우리는 이렇게 발견한 키워드들로 이야기의 구조를 구성한다.








3단계. Present | 매력적으로 표현하기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 해도, 누군가에게 전달되고 표현되어야만 의미를 가진다. 이 단계에서는 앞서 발견한 키워드를 활용해 버벌 콘텐츠(브랜드 슬로건, 브랜드 키 스토리 등)를 만들고, 때론 경험 콘텐츠로 '번역'하기도 한다.


직관과 감각이 중요해지는 순간이다. 연출가적 역량을 발휘해 이 이야기를 가장 매력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복합적인 경험 체계를 구성한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스토리 디렉터'라 명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공연예술의 현장에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현장에서,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 우리 두 사람이 경험하며 쌓아올린 감각의 합으로 이 단계의 작업을 한다. 







요약하자면 우리가 하는 일은, 키워드를 발견하고 문장으로 표현하는 일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스토리는, 모든 일의 기본을 이루는 철학이고 태도다. 스토리는 더 많이 팔기 위한 문장이 아닌, 스스로가 어디로 걷고자 하는지를 알게 하는 나침반이자 그 일을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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