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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리 Aug 17. 2020

이름 붙여주는 것의 힘

이야기는 이름을 붙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TV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가 화제다. '집이 바뀌면 삶이 바뀐다'는 슬로건을 걸고 '정리의 고수' 신애라가 나서 스타들의 집을 정리해 준다. 공간에 찾아오는 드라마틱한 변화도 놀라웠지만, 나에게 가장 흥미롭게 다가왔던 건 그들이 말하는 '정리방식'이었다. 공간에 역할을 부여하고, 비슷한 물건들을 카테고리화해 분류 보관하라는 것. 즉, 이름을 붙여주라는 것이다.





이야기를 정리하는 원리도 같다. 최근 필로스토리는 사람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이야기를 정리해 주 퍼스널 브랜드 스토리 작업을 하고 있다. 총 세 번을 만나고, 마지막에는 인터뷰를 진행한다. 오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최근에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신 이유를 물었고, 이런 답을 들었다.



지난 번 해리님이 저에게
새롭게 이름을 붙여주셨잖아요.
그 때부터 제 정체성을
다시 찾기 시작했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름을 붙여준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를 내내 생각했다. 이름과 정체성은 연결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이름 붙여주기'는 단순하게 작명을 하는 것만은 아니다. 내가 해온 경험의 의미를 생각하고, 다시 바라보고, 비슷한 경험들을 하나로 묶고, 이름을 붙여주는 것. 그건 내가 이 이야기를, '나'를 새롭게 해석하겠다는 의지다. 


내가 나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일은 어색하고 번거롭지만 중요하다. 그 이름은 한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언제든 바뀔 수도 있다. 그 사실이 중요하다. 한 번 정하면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시점에서 어떻게 바라보냐에 따라서 그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조직에서 같은 프로젝트를 한 사람들이라 해도, 그 경험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니 그 경험에 붙여주는 이름 또한 달라야 할 것이다. 내가 나에게 이름 붙여주지 않으면 사회가, 조직이 부여한 이름을 써야 한다. 내가 스스로에게 붙여주는 이름에는 내가 좋아하는 내 모습, 내가 되고 싶은 내 모습이 담겨야 한다. 




※ 나도 최근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면서 내 경험들을 재해석하고 새롭게 이름 붙여주는 작업을 진행했다. 아직 완벽한 상태는 아니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내 관점으로 내 경험을 분류하고 묶어봐서 뿌듯했다. 다른 사람들과 이 작업을 함께 해보고 싶은 마음에 포트폴리오 워크숍도 기획해 열었다. 나에게 의미 있었던 경험들을 적고, 분류하고, 이름을 붙이는 작업을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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