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획라이프의 소소한 팁을 나눠보자면
어느덧 2년째 독립기획라이프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 몰랐는데, 그 사이 창업도 했고 N잡러로서도 꼬불꼬불 커리어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 경험을 담아 논문을 썼고, 최근 빌라선샤인에서 <좋아하는 것을 일로 만들기까지>라는 주제로 경험공유회를 했으며, 기록상점에서도 <시시콜콜 포트폴리오 워크숍>을 오픈해 나의 독립기획라이프에 대해 나눴다. 궁금해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브런치에도 써 보려 한다.
나는 프로방황러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하나의 영역에 정착할 줄을 몰랐고 늘 여기저기에 관심이 많았다. 커리어를 시작하고 약 10년간 내가 한 일들을 모아보니 일의 풍경도, 모양도 참으로 다양하더라. 혹자는 날 두고 '얘 진짜 또라이야, 엄청 돌아다녀!'라고 소개할 정도였으니. 방황은 나의 대표적인 키워드일 것이다.
너가 하는 일이 정확히 뭐라고?
그런데 그거 해서 뭐해? 얼마 벌어?
너는 왜 그렇게 생각이 많고 복잡해?
혹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이야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사실 '방황'은 나의 컴플렉스였다. 방황을 하고 있을 때 들었던 말들은 나를 자꾸만 작아지게 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내가 하고 있는 지금의 '일'들은 방황의 과정에서 수집한 나에 대한 힌트들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국립극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공극장들은 매년 시즌제로 프로그램 라인업을 발표한다. 시즌이 발표되는 때에는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한 해의 관극 스케줄링을 하게 된다. 극장까지 가지 않아도 좋다. 우리가 자주 보는 드라마 시리즈도, 커뮤니티 프로그램도 시즌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시즌제의 특징은 무엇일까. 이전 시즌과 이어지면서도 다른, 고유의 정체성과 특징이 있다는 점. 다음 시즌이 기대된다는 점. 정도가 있겠다. 그런 면에서 나는 개인의 삶에도 시즌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나의 인생 그래프다. 내 인생은 크게 3개의 시즌으로 분류된다. 대기업에 취직할 줄로만 알았던 주변의 기대를 뒤엎고 돌연 예술학교에 진학해 예술경영을 공부하며 예술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던 것이 시즌 1, PR회사에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기획하고 컨설팅하던 것이 시즌 2, 퇴사 후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벌이고 창업을 하고 N잡을 하며 '일'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는 지금이 시즌 3다. 약 2~3년 주기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조만간 시즌 4가 시작되지 않을까(...)
어쨌든 인생의 단락을 한 번 래핑해주고 이름을 붙여주는 것은 꽤 의미있는 일이다. 각각의 시즌이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를 살펴 보는 것도 중요하다. 내 삶의 모든 경험들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으며 서로 상호작용한다. 최근 많은 이들과 커리어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자신의 경험 중 일부분을 무의식적으로 말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건 스스로 그 경험의 의미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홍보회사에서 일하던 무렵에는 내가 예술계에서 했던 경험들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고 바라보지 않았다. 현재의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했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뚝뚝 끊어진 경험들이 내 안에 널려 있다 보니 어질러진 방처럼 나를 괴롭혔다.
독립기획라이프를 만들어가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내가 찍은 점들이 언젠가는 선이 된다는 것이었다. 최근 어떤 분에게 '저는 하도 이것 저것 해서요'라고 하니 '그런데 그게 저한테는 다르게 보이지가 않아요. 하나의 브랜드로 느껴져요'라는 말에 퍽 감동을 했었다. 내가 '퍼스널 브랜드'로 성장한다는 것은, 어쩌면 내 안의 경험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삶에서는
지금 몇 번째 시즌이 진행 중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