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의 브랜딩
이미 너무 유명한 일간 이슬아. 어느덧 연재 3년차라고 한다. (이슬아 스스로는 매년의 연재를 시즌 1, 시즌 2, 시즌 3로 분류한다.) 나는 2020년 봄호부터 구독하기 시작했는데 메일 본문에 텍스트만 덤덤하게 놓여 있는 것이 매력적이다. 아침마다 그의 글을 기다리며 새로고침하는 즐거움이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 주로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은 일간 이슬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순서대로 봄호, 초여름호, 여름호의 홍보 이미지. 계절감이 느껴지는 컨셉 사진을 촬영해 연재의 시작을 알린다. 이미지뿐 아니라 유뷰트에 예고편 영상도 올린다. BGM 또한 자신이 직접 부르고 녹음한 음원을 사용하는 것 같다. 그의 재능은 글을 쓰는 데에만 있지 않다.
연재 글의 장르
시즌3 연재는 다음과 같은 코너들로 구성됩니다. 날마다 어떤 코너로 쓸지는 이슬아가 마음대로 정합니다.
[일간 이슬아 / 이야기] 수필 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한 이야기를 씁니다. 픽션의 함량은 매일 달라집니다. 조금 지어내거나 많이 지어내며 한 편을 완성해서 보냅니다.
[일간 이슬아 / 풍문] 바람에 실려온 뜬소문 같은 이야기를 씁니다. 믿고 싶은 유언비어를 창작합니다.
[일간 이슬아 / 인터뷰] 이슬아가 누군가를 찾아가서 인터뷰하는 코너입니다. 몹시 궁금한 사람과 약속을 잡고 학수고대하며 만남을 준비합니다. 만나서 여러 질문을 건네고 긴 대화를 나눈 뒤 글로 옮깁니다. 인터뷰어로서 씁니다.
[일간 이슬아 / 서평] 좋아하는 책에 관해 쓰는 코너입니다. 싫어하는 책에 관해서는 쓰지 않습니다. 책 얘기를 빌려 딴 얘기를 합니다.
[일간 이슬아 / 서간문] 멀고도 가까운 수신자에게 씁니다.
[일간 이슬아 / 친구 코너] 동료 작가들의 훌륭한 글을 모셔오는 코너입니다. 이슬아가 매주 한 명씩 섭외해서 원고를 청탁하고 고료를 지급합니다. 대부분 ‘일간 이슬아’에 처음 발표되는 글들입니다.
* 이외에도 갑자기 새로운 코너가 신설될 수 있습니다.
가장 재미있었던 건 자신의 콘텐츠에 장르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자체적인 시즌을 운영하며 스스로를 발전시켜 가는 것, 자신의 콘텐츠를 명확한 기획으로 정리해 발표하고 약속을 지키되 유연하게 대하는 것, 대중에게 가볍고 감각적인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 이슬아는 1인 크리에이터가 자신을 어떻게 브랜드로 만들어가는지에 대한 영감을 제공한다.
감각적인 이미지로 진입 장벽을 낮춘 뒤, 일단 진입한 이에게는 그의 '찐' 콘텐츠로 감동을 준다. 실제로, 이슬아의 글은 정말 좋기 때문이다. 매일 그의 글을 열어볼 때마다 내가 생각해 보지 못한 많은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어떤 것은 실천해 보기도 한다.
Application
이슬아의 작업을 보면서 개인의 콘텐츠를 카테고리화하는 방식에 매력을 느꼈다. (어쩔 수 없는 정리 덕후) 거기에서 영감을 받아서 2월쯤인가 <창작자의 기록법>이라는 타이틀의 프로젝트를 구상했는데… 실천을 못했다. 그래도 생각은 계속 이어져 나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정리한 개인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거칠게 분류한 상태라 보는 이의 관점에서 더 다듬어 보고 싶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시콜콜 포트폴리오 워크숍도 열었다. 아쉬운 건 아직까지 나의 상상이 늘 오프라인 모임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온라인이라는 무대를 토대로 또다른 상상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