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의 애인이라면

책, 일간 이슬아 수필집

by 전퐁카

네가 나의 애인이라면 얼마나!

너는 좋을 텐데


조만간 그 시를 걔한테 조용히 읽어줄 미래가 오기를 희망해보았다. 남의 글을 빌려 말하는 내 호언장담을 듣고 걔는 아마 웃을 테고, 나는 꿋꿋하게 물을 것이다. 정말 좋지 않냐고. 내가 너의 애인이어서 너는 얼마나 좋으냐고.

(이슬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 p.94)



20대 시절의 나는 자존감을 높이려고 봉사를 했다. 봉사를 하고나면 느껴지는 안도감이 있었다. 나는 세상에 1g이라도 도움이 되었어, 그러니 아주 최악은 아니야, 그런 마음.


31살에 아이를 낳고나서는 기부를 했다. 어딘가에 돈을 보내고나면, 이 작은 선행이 돌고돌아 우주의 기운이라도 좀 모아서 내 아이를 지켜줄 것 같아 마음이 조금 평온해졌다.


답답하고 불안할 때마다, 누군가를 돕고나면 불안이 잦아들곤 했다. 이상하게도 나는 나 스스로를 도울수는 없었다. 그것은 너무 까마득하고 답이 없게 느껴졌다. 그러나 타인을 돕는 것은 오히려 간단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고, 남의 인생을 구원할 필요까지는 없기 때문이다.


슬픔과 불안은 자주 찾아왔기에, 나는 자주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공용 공간을 청소하고, 떨어진 물품을 채워넣고, 티나지 않는 귀찮은 일들을 하고나면, 슬픔은 조금 물러나있었다.


나는 괴로울 때 화장실 청소를 하고, 슬플때 빨래를 개는 사람이니까,

네가 나의 애인이라면

너는, 너는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정작 나의 남편은, 말끔해진 화장실에서

나의 번뇌를 발견하는 사람이어서,

그다지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냥, 더러워서 청소한거야.

그런날도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