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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Mar 27. 2017

작품 사진 찍을 때

주의해야 할 몇 가지

캔버스에 마지막 붓질이 끝나면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처음에 완성한 그림과 스케치 노트를 방 한쪽 벽 구석에 쌓아두다가 점차 먼지가 쌓이고 색이 조금 변하기 시작하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급하게 A3 크기 이하의 그림은 비닐 파일에 넣었고 캔버스에 그린 그림은 벽에 걸거나 액자에 넣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그림의 손상을 최대한 막으려고 노력하더라도 완성되었을 때 사진을 찍어두는 습관을 갖는 게 좋다. 계속 수정하고 진행되는 중간에 사진을 찍고 변화과정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완성된 그림을 실물과 가장 비슷하게 찍는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모든 작품의 원본을 직접 보내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사진을 잘 찍고 잘 보정하는 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전문업체에게 포트폴리오 촬영을 전부 맡기거나 포토샵 작업을 열심히 해서 그럴싸하게 보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마 자신의 그림을 카메라로 찍어본 사람이라면 느끼겠지만 우리가 바로 앞에서 생생하게 보는 만큼 사진에 담아내기는 불가능하다. 나도 계속 고민만 하다가 제출 기한이 다가오자 서둘러 방법을 찾았고 몇 가지 주의 사항만 지키면 충분히 혼자 작품 사진을 찍는 것도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제는 DSLR과 친해져야 할 시간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여행을 가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휴대폰으로 인증샷을 남기곤 한다. 요즘 사진 보정 앱도 잘 나와서 내가 원하는 정도로 세밀한 작업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셀카를 찍듯 그림 사진을 찍으면 확대했을 때 깨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작품 크기가 크거나 매우 작거나 복잡할 때는 부분적으로 뭉개져 보인다. 


카메라는 꽤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정말 DSLR을 사야 하나 고민했지만 이번 기회에 DSLR과 친해지려는 결심을 했다. 작품 사진을 주로 찍는 작가가 기술적으로 나보다 낫다고 하더라도 나는 작품을 만든 사람이 직접 사진을 찍는 게 훨씬 좋다고 생각했다. 겉으로는 뚜렷한 차이가 없다고 해도 작가는 무의식적으로 이 그림의 어떤 느낌을 더 담았으면 좋겠다거나 어떤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다. 입학 포트폴리오뿐 아니라 앞으로 계속 내가 만든 창작물은 모두 내 손으로 찍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동안 편하게 쓰던 휴대폰과 똑딱이 카메라와 잠시 작별하기로 했다. 


꼭 비싼 DSLR이 아니더라도 적당한 보급형을 추천받아 장만해서 조금씩 익숙해지면 사진 자체를 더 잘 찍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인물사진을 찍고 보정을 많이 하면 어딘가 어색해 보이듯이 그림도 후보정에 너무 기대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잘 찍어야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후보정의 수준도 내가 인식하고 있어야 여러 상황에서 더 많이 찍어보는 쪽을 택하게 된다. 



그림자를 지우는 조명

검은색 종이 위에서 찍은 사진

사진관에서 여권용이나 반명함판 사진을 찍을 때 그림자가 생기지 않게 양 쪽에서 조명을 강하게 비춰야 한다는 원칙은 어딜 가나 똑같다. 그림도 처음에 찍다 보면 그림자 때문에 애를 먹는다. 조각이라던지 볼륨이 있는 작품의 경우는 더 어려워서 그림자가 필요한 경우에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어두워질 수 있게 조정해야 한다. 


그림자 문제를 가장 간단히 해결하려면 스트로보, 소프트박스가 포함된 조명세트를 구매하면 된다. 최근에는 저렴한 상품도 많아져서 20만 원 안팎이면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예산보다 조명세트가 차지하는 부피가 걱정이 됐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 간단한 상품 촬영을 위해 조명세트를 구매해서 써 본 적이 있는데 따로 창고에 두고 쓰지 않는 이상 보관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림자가 많이 지지 않는 시간을 골라 양 쪽에 집에 있는 스탠드 조명을 세우고 전구만 갈아서 사진을 찍었다. 또, 그림을 밖으로 가지고 나가 해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지점에서 사진을 찍어보기도 했다. 배경지도 따로 구매하지 않고 전지 크기의 머메이드지 2종 (화이트, 블랙)을 번갈아 깔고 그 위에 그림이나 3D 작업물을 놓고 찍었다. 


결과는 야외에서 찍는 사진은 아예 배경이 자연물이 노출된 경우만 더 좋았고 평면적인 그림은 실내에서 최대한 조명을 많이 주었을 때 찍은 게 제일 마음에 들었다. 


어떤 조명과 배경이 그림과 어울리는지는 최대한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 알 수 있다. 한꺼번에 작품을 모아 사진을 찍지 않고 그림을 완성할 때마다 바로 사진을 찍어야 마감일에 허둥지둥 대충 사진을 찍어서 올려야 하는 아쉬움을 방지할 수 있다. 



포토샵은 기본적인 보정만


이건 내가 정한 원칙이다. 조금 더 대비를 주고 색을 조정하면 멋져 보일 수도 있다는 작은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최대한 눈으로 보는 색에 가깝게 표현하고 밝기를 조정했다. 만약 보정을 많이 거친 그림이 훨씬 보기 좋다면 그건 그림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포토샵으로 수정할 때는 학교에서 제시하는 이미지의 최대 크기와 형식을 확인하는 게 좋다. 어떤 학교는 용량 제한을 꽤 낮게 정해두어서 마지막에 다시 확인하며 수정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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