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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Mar 30. 2017

어떤 학교를 가야 할까? (1)

2년제  vs. 4년제

영화 ‘블루 재스민’에는 파크 애비뉴에서 상류층 삶을 살다가 갑자기 추락한 자신을 망상으로 가려버린 재스민이 나온다. 특히 재스민이 동생의 집에 도착해서 미래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파산한 상황에서도 일등석 티켓을 사고 명품가방과 함께 얹혀 살 여동생의 집에 도착했다. 여동생에게 치과의 접수원으로 취직해 돈을 벌기보다는 학교에 다시 가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하겠다는 계획을 이야기한다. 동생이 학교에 가는 것도 돈이 든다고 이야기하자 그럼 컴퓨터를 배워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겠다고 하고 높은 자신의 기준과 월등한 패션감각에 어울리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과거를 포장하고 자신이 현재 인테리어 디자이너라고 소개한 후 새로운 남자를 통해 구원받고자 했다.

왜 우디 앨런이 재스민의 허영과 망상을 보여주기 위한 여러 가지 요소 중 인테리어 디자인을 선택했을까. ‘디자인'이 붙는 수많은 전공이 겉으로는 꽤 있어 보이는 면이 있다. 그리고 유명한 학교가 거의 정해져 있고 학비가 비싸다. 


처음에 학교를 다시 가서 새로운 전공으로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많이 들었던 얘기 중 하나는 ‘나이 먹고 어린 학생들과 다시 공부하려면 힘들겠다.’라는 우려 섞인 참견이었다. 내가 회사를 그만둘 시점에는 학교의 입학허가가 나온 상황도 아니었고 주변에서 내 상황을 이해하고 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나의 폭탄선언은 회사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시켰다. 그중 재미있었던 소문은 ‘집안의 지원을 받아 뉴욕의 유명 아트스쿨에서 파인아트를 공부하고 돌아올 예정’이라는 근거 없는 내용이었는데 미술 관련 전공이 주는 일반적인 인상이 그렇다는 게 조금 신기했다.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도 내가 이왕이면 유명한 대학을 지원할 것을 당연시했고 나도 굳이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어떤 학교들을 지원할지는 계속 고민했다. 좋은 커리큘럼과 유명한 교수진, 학교시설 등을 고려하면 4년제 university 중에서도 학비가 비싸고 규모가 클수록 좋아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나이 먹고 다시 공부하는’ 늙은 학생 입장에서는 그 지역의 취업시장과 취업률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학교 공부를 마치면 취업비자를 발급받아 그 지역에 취업해서 경험을 쌓을 수 있길 바랐다. 그래서 2년제 컬리지 진학도 같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 캐나다에 등록된 학교를 모두 검색해 볼 수 있는 이민국 사이트 

http://www.cic.gc.ca/english/study/study-institutions-list.asp


캐나다의 각 주에는 그곳을 대표할만한 컬리지가 있다. 학과도 매우 많고 (노바스코샤주의 NSCC는 약 120개, BC주의 BCIT는 약 150개) 6개월에서 2년까지 기간도 다양하다. 수요에 따라 학과가 개설되기도 하고 폐지되기도 하고 가끔 (영주권자 이상에게만 해당되는) 무료 전공이 생기기도 한다. 학비는 주에 따라 다르지만 당연히 4년제 대학보다는 저렴하며 (한 학기에 약 450만 원) 다양한 장학금에 국제학생도 지원할 수 있다. 학생들을 인터뷰한 영상이나 입학 자료를 보면 학생의 연령대가 다양하다. 주로 일을 하다가 추가로 필요한 지식이 있거나 커리어를 바꾸고 싶은 현지인들이 컬리지를 많이 가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 전공은 그래픽 디자인과 웹디자인을 위주로 개설되어 있고 입학 포트폴리오에 드로잉, 페인팅뿐 아니라 로고나 간단한 프린트물을 제작하는 과제가 포함된 경우가 있다.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그리더라도 반드시 스캔을 해서 파일로 제출해야 한다. 컬리지는 2년 동안 취업에 필요한 스킬과 개인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때문에 커리큘럼이 빡빡하고 마지막 학기에는 대부분 인턴쉽이 포함되어 있다.


내가 지원했을 때 과정을 돌이켜보면 컬리지는 빨리 지원할수록 좋다. 대부분의 과정이 마감일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선착순으로 지원을 받고 기본 조건에 충족되면 합격시킨다. 디자인 과정은 포트폴리오 심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제출 후 최대 6주가 지나야 결과를 알 수 있다. 디파짓을 납부하는 순서대로 정원을 채우면 마감이 된다. 그래서 컬리지에 관심이 있으면 서둘러서 지원서류를 만들어 지원을 해야 한다. 나는 궁금한 사항이 있을 때마다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학교 규모가 크고 일이 많아 그런지 답장이 빨리 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국제우편으로 서류를 보내면 일주일 내에 학교에서 잘 받았다는 답변과 더 필요한 내용에 대한 메일이 꼬박꼬박 오기 때문에 진행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컬리지는 입학 경쟁에 대한 부담이 적고 기간도 짧아서 학비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지만 진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남는다. 영어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외국인이 컬리지를 나온 후에 디자인 산업이 많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에서 쉽게 취업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아쉬움을 남긴 채로 4년제 대학에 대한 이야기도 다음 글에서 더 해보고자 한다. 


입학 과제로 만들었던 로고 (컨셉, 컬러 등 세부내용이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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