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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읓 May 11. 2023

피리카 코탄 (16)

아름다운 마을 

야외에 조성된 작은 규모의 코탄.

전시실 관람이 끝나고 바깥으로 나왔다. 야외에 조성된 피리카코탄은 여태 조성해 둔 코탄 중 가장 규모가 작았지만 코탄에 있을만한 것들은 거의 다 조성해 놓은 공간이었다. 내부를 상시 개방한 치세 말고도 곰 우리 헤페레셋(heper-set, ヘペㇾセッ), 식량창고 푸(pu, プ), 수력으로 곡식을 빻는 정미용구 이유탑(iyutap, イユタㇷ゚), 남자화장실 옷카요루(okkayo-ru, オッカヨル)와 여자화장실 메노코루(menoko-ru, メノコル) 등이 있었다. 

포로치세의 내부.

작은 집과 큰 집이 있었는데, 집회장의 성격을 갖고 있는 큰 집 "포로치세(poro-cise)"에 먼저 들어가 봤다. 우리나라의 초가집도 으레 그렇듯 마른풀 사이로 벌레가 꼬이는데, 센터에서 정기적으로 살충제를 살포하는 듯했다.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은 조심을 요하는 안내문이 있었다.

치세는 네모진 방 한 칸으로 되어 있었다. 그중 포로치세는 축제나 집회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촌장의 집으로써 만들어졌다고 한다. 현재는 이 같은 전통가옥에서 사는 건 건축기준법에 따라 주거지로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박물관 같은 데서 전통 보전을 위한 관람용으로만 지어진다. 

치세(아이누의 전통 가옥)의 방 배치

치세의 중심에는 화로 아페오이(apeoy, アペオィ)가 있고 고기나 물고기 등을 훈제할 수 있는 선반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는 하루하루 생활을 지켜보는 불의 신 아페후치카무이가 있어, 아이누는 의식을 행하거나 수렵을 나갈 때에는 이 불의 신께 기도드리곤 했다. 

특히 정면의 창문은 "로룬푸야라(ror-un-puyar)/카무이푸야라(kamuy-puyar)"라고 하는 신이 드나드는 창문으로 신성히 여겼다. 그리고 그 창문은 특별한 때 말고는 들여다볼 수 없었다. 또 왼편 안쪽에는 보물을 모셔두는 곳인 이요이키리(iyoikir, イヨイキㇼ)가 있다. 이요이키리에는 화인과의 교류로 손에 넣은 칠기 신토코(sintoko, シントコ)나 보검 에무시 등으로 장식했다. 

치세 안에는 가족이 앉는 장소나 잠자는 장소, 손님의 자리 등이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때에 따라 아기곰도 함께 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포로치세에서는 마을 공동체가 모여 신에게 기도하는 의식 카무이노미도 종종 거행했다고 전해진다. 


코탄을 마저 둘러본 뒤 왔던 길을 되짚어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갔다. 삿포로 역 쪽으로 돌아가는 버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했고, 이번엔 숙소랑 더 가까운 스스키노 앞에서 내렸다. 오사카 도톤보리의 글리코 상처럼 스스키노의 닛카는 삿포로의 랜드마크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바로 앞에서는 시내를 순환하는 노면전차가 지나갔다. 한국에서는 일찍이 다른 대중교통에 밀려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던 노면전차가 일본에서는 건재했다. 

흐린 스스키노 거리

스스키노 거리를 뒤로 하고 숙소 방면에 있는 타누키코지 상점가를 찾아 나섰다. 여태껏 먹은 게 별로 없었기 때문에 가는 길에 식당이 보이면 들르고 싶었는데, 길을 잘못 들었는지 식당은커녕 호스트바 같은 유흥업소만 널려 있었다.  

환락가가 멀어질 때쯤 근처에 보이는 라멘집에 들어갔다. 따뜻한 조명 아래 좁은 가게 안에는 서로 마주 보는 일자형 테이블이 있었고, 손님은 나밖에 없었다. 그리고 스모 선수처럼 건장한 사장님이 주문을 받았다. 

나는 미소라멘과 교자를 주문했다. 이윽고 나온 돼지고기가 올라간 미소라멘과 잘 구워진 교자는 굉장히 맛있었다. 이 라멘집에 오기 앞서 손님들로 줄이 길게 늘어선 라멘집도 봤었지만, 그곳이 여기보다 맛있는 맛집이라고 해도 이렇게 푸근한 느낌의 라멘집을 또 찾을 수 있을까. 




2023.04.06 가다 

2023.04.28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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