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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읓 May 13. 2023

홋카이도 아이누 협회 (18)

교역의 산물 산탄아미프


전시돼 있는 산탄아미프. 에조니시키蝦夷錦(에조 비단)라고도 한다.

전시된 아미프 중에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화려한 비단옷인 산탄아미프(サンタンアミㇷ゚)였다. 혹은 산타치미프(サンタチミㇷ゚)로도 불리는 이 의복은, 대륙으로부터 아이누가 산탄山丹 교역을 통해 손에 넣은 청나라 관복이다. 산탄은 아이누가 울치인이나 니브흐인 같은 북방민족이 사는 아무르 강 하류의 지방을 아울러 산타santa라고 불렀고, 그것이 일본에 전해져 산탄으로 음차해 쓰게 되었다. 그렇게 그 지방 유역의 민족과 사할린 아이누 사이에서 이루어진 교역을 산탄 교역이라 말한다.


아이누가 교역으로 입수한 산탄아미프는 홋카이도 아이누를 통해 마츠마에 번까지 유입되었다. 비단 원단에 화려한 색감, 섬세한 자수가 놓인 산탄아미프는 아이누의 비단인 "에조니시키蝦夷錦"로 불리며 화인들에게서도 매우 귀한 물건으로 여겨졌다.

아이누가 향유했던 다양한 의복들 중에서 바라보면 산탄아미프는 가장 이국적인 색채가 있다.


■물물교환으로 입수한 물건들 (전시실 내 설명 번역)

17세기부터 19세기에 걸쳐 아무르 강, 사할린, 에조(홋카이도)를 통해 중국과 혼슈 방면 사이에 많은 물건이 유통됐습니다. 중국에서는 담비나 해달, 물개 등 모피의 수요가 높았고 혼슈 쪽에서는 비단이 귀했습니다.

에조에 살고 있던 아이누는 그 흐름 안에서 주변 민족과 교역했습니다. 교역로는 사할린이나 대륙, 쿠릴 열도, 혼슈 쪽으로 크게 세 방면으로 뻗어 있었습니다.

사할린이나 대륙 쪽에서는 비단이나 면, 관복, 밀가루, 콩 등의 식료품, 유리나 금속 장신구, 도자기 등이 유통되어 왔습니다. 이윽고 비단, 면, 유리구슬 따위가 혼슈 쪽의 교역품이 되었습니다.

쿠릴 열도 쪽에서는 담비, 해달 등의 모피, 독수리나 매의 깃털 따위가 유통되어 왔습니다.

혼슈 쪽에서는 도기, 칠기, 철냄비 등의 철제품, 헌 옷 원단, 바늘, 쌀, 술, 누룩 등이 들어왔고 머지않아 도기, 칠기, 철제냄비, 야스리(鑢) 등의 철제품은 사할린이나 아무르 방면의 교역품이 됐습니다. 담비 해달 등의 모피는 중국 쪽의 교역품이 되었습니다.

현지인 사이에도 바다짐승의 모피, 바다짐승의 기름, 물고기 기름, 어피옷 등의 교환이 이뤄졌습니다.

아이누의 전통적인 아미프들.

이외에 아이누의 전통적인 아미프도 전시돼 있었다. 아미프한테선 소매가 끝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가 자주 보이는데, 그 부분이 유난히 독특하고 마음에 든다. 본연의 아미프도 아름답지만 색채가 너무 강한 산탄아미프가 있던 탓에 비교적 수수한 느낌도 들었다.

아이누가 사용했던 다양한 목제 민구들.

전시실을 관람하고 나서는 자료실에서 쇼와 시대 아이누 문화 연구가이자 시인이었던 사라시나 겐조更科源蔵(1904~1985)의 책을 찾아봤다. 그의 책 "아이누 신화"는 한국어로 옮겨지기도 했었는데, 한 15년 전에 완전히 절판된 이후 서울이나 부산에 있는 헌책방을 거의 다 돌아도 찾을 수 없었다.

다양한 아이누에 관련된 서적들 가운데 사라시나 씨의 저서도 있었다. 조금 훑어보다가 혹시나 한국어 서적까지 갖고 있을까 싶어 물어봤지만, 역시 없다고 했다. 대신 한국어로 된 안내 책자 등을 받았다. 자료실에 들어올 때 이미 챙겼지만 거절하기 뭐해서 그냥 주는 대로 받았다.


그렇게 책자를 한가득 받고 나와서 점심을 먹기 위해 삿포로 지하보도에 있는 회전초밥집을 찾았다. 대기시간이 좀 있었지만 가격도 무난하고 맛도 있어서 많이 찾는 듯했다. 특히 여기서 먹은 연어알 군함이 싱싱하고 맛있었다.




2023.04.07 가다

2023.05.02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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