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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읓 Apr 16. 2023

수수하고 독특한 아이누 문화 (5)

비라토리쵸립 니부타니 아이누 문화 박물관

박물관 전시실. 전통 통나무 배 "이타오마칩"이 전시돼 있다.

전시실 내에는 아이누의 통나무 배 이타오마칩(itaomacip, イタオマチㇷ゚)도 있었다. 재현품이라 직접 배에 타보는 게 가능했다. 투박하지만 그것도 나름의 멋이 아닐까. 옛날 아이누 민족은 이런 배를 타고 연어잡이에 나갔을 것이다. 

아이누의 여러 가지 장신구들. 일본 중요민속문화재 국가지정자료이다.

박물관에 전시된 장신구와 칼 등은 모두 일본국에서 지정한 국가지정 중요민속문화재였다. 그중에서 타마사이(tama-say, タマサイ)는 구슬을 꿰어 만든 목걸이로, 아이누가 여러 민족과 교류하면서 얻은 보석들로 만들었다. 맨 한가운데에는 큼지막한 구슬이나 금속판 시토키(sitoki, シトキ)로 장식했다. 특색 있는 아름다움에, 타마사이는 아이누를 대표하는 장신구로도 손색이 없다.


17세기 조선시대 이지항 일행이 풍랑으로 홋카이도 북부지역에 표류했을 때, 아이누 민족과 물물교환을 한 기록도 존재한다. 아이누는 이지항 일행이 찬 갓끈에 꿰인 수정구슬, 허리에 두른 옥-그리고 뱃사람들의 그릇과 이불 등-을 수십 장의 모피와 바꾸기를 제시했다. 

흔쾌히 교환을 수락하자 아이누 사람들은 말린 연어를 몇 섬이나 가져와 감사를 표했다. 아이누 사람들이 얻은 구슬과 옥들은 그들의 타마사이를 만드는 데 쓰였을지도 모른다. 홋카이도 어딘가에 조선의 갓구슬로 만든 타마사이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닌카리(ninkari, ニンカリ)는 아이누 민족의 귀고리이다. 타마사이와 비교하면 귀고리는 그에 비해 수수한 편이다. 아이누 민족은 귓불이 좀 넓은 편인데, 남녀 상관없이 귀고리를 차고 다녔다. 옛날에는 조선 사람도 귀고리를 성별 상관없이 차고 다녔다는데, 이상하게 현대에 와서 남성의 귀고리 착용을 터부시 하는 경향이 있다. 

다양한 용도의 단도 마키리(makiri, マキリ). 용도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일본 중요유형민속문화재 국가지정자료이다.

마키리(makiri, マキリ)는 단도이다. 아이누에게는 고도의 금속 제조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금속·철제 제품은 대부분 화인과의 교역에 의존했다. 마키리는 수렵이나 채집, 요리 등 다양하게 쓰는 칼이었다. 남자는 여성용 칼인 메노코마키리(menoko-makiri, メノコマキリ)에 문양을 조각해서 마음에 드는 여성한테 주어 청혼하거나 했다. 

아이누의 방한의류인 장갑 테쿤페(tek-un-pe, テクンペ)와 치카미코테(cikami-kote, チカミコテ). 그리고 다리보호대 호시(hos, ホㇱ).

남자가 마음에 들면 여성은 마키리를 받았고, 허리에 마키리를 참으로써 수락했다. 그러곤 보답으로 자신이 직접 자수를 넣은 의류를 건넸다. 남성은 목공예, 여성은 자수공예로 각자 아들은 아버지에게, 딸은 어머니-혹은 조부모-에게서 전수받았다. 


아이누의 생활 속에는 이처럼 다양한 공예 기술이 녹아있었다. 이러한 자수나 문양을 새기는 건 우리가 식기도구, 의복, 혹은 기와 수막새에 복(福)이나 장수(壽), 기쁨(喜) 등을 기원하는 한자를 새겨 넣는 것과 비슷하다. 


이 독특한 문양들은 자연물을 형상화한 것이며, 또 액운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설이 유력하다. 부적이나 주술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아이누는 어릴 때부터 문양을 그리는 걸 연습하고, 앞서 말한 이야기처럼 남녀가 서로 자신이 수놓거나 새긴 용품들과 교환하며 청혼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아이누에게 있어서 문양이란 그들의 생활 속 밀접하게 녹아 있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이런 아이누의 문양들은 독자적이고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서 옆에 있는 공예관으로 갔다. 공예관 겸 아이누 문화 정보 센터였다. 책장 매대에는 노다 사토루의 만화 골든 카무이가 전시돼 있었고, 다양한 수공예품들을 판매했다. 전통 문양이 들어간 쟁반이나 컵받침, 마스킹 테이프, 티셔츠 등 다양한 제품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중에서 나무껍질 섬유로 짠 천인 앗투시가 동전지갑이나 열쇠고리 등으로 탄생해 있었는데, 나무의 여러 색감이 섞여 다채로웠다. 내가 천천히 둘러보고 있자 관계자분이 다가와서 안내책자를 하나 건넸다. 책자에는 니부타니 앗투시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앗투시의 작업공정

1. 나무에게서 나무껍질을 벗기는 작업

2. 거친 껍질을 벗기는 작업

3. 수피를 삶아 가공하는 작업

4. 씻는 작업

5. 내피를 벗기는 작업

6. 내피를 찢어 실을 만드는 작업

7. 실을 펴는 작업

8. 실을 뽑는 작업

9. 씨실을 꿰어 얇게 조이는 작업


긴 시간을 할애하는 공정인 만큼 앗투시로 만든 공예품은 대부분 높은 가격을 자랑했다. 나는 지갑 사정을 고려해 아크릴에 든 앗투시 열쇠고리를 샀다. 수수했지만 아크릴 안의 앗투시에는 길고 긴 노력의 시간이 담겨 있었다.

닙타이 디럭스 쿠키. 포장마다 제각각의 문양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옆에 쌓여있는 쿠키가 눈에 띄었다. 니부타니의 아이누어 지명 닙타이(niptai) 쿠키였다. 국내 여행을 할 때면 늘 지역빵을 샀는데, 타지에서 이렇게 지역 특색이 듬뿍 담긴 과자를 놓칠 순 없었다. 과자 상자에는 니부타니 앗투시랑 쟁반 이타(ita, イタ)가 홋카이도에서 처음으로 전통적 공예품으로 지정되었음을 홍보하고 있었다. 맛이 어떨지 몰라 한 상자만 샀는데, 굉장히 맛있었다. 바느질 통으로 쓰이는 틴케이스 버터쿠키의 그 맛이었다. 도로 들어가서 선물용으로 두 상자를 더 샀다. 





2023.04.04 가다

2023.04.13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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