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은 경험으로
요즘 거의 무기력하게 누워만 지낸다. 12시에 일어나 동생이 차려준 밥을 먹고 다시 누웠다가 2시쯤 동생이 같이 운동 가자고 해서 겨우 일어나 헬스장 가서 운동을 같이 하고 카페에 왔다. 2월에는 같이 여행도 가기로 했다. 동생에게 고맙다.
얼마 전 노래방에 갔다가 누가 녹색지대의 [준비 없는 이별]이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가사가 너무 와닿아서 요즘 자주 듣고 있다. 슬프지만 슬픈 동안은 슬픔을 잘 느껴줘야 할 것 같다.
이별에 관련된 책을 읽고 있다. 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잘 읽고 있다. 이별을 극복하고 더욱 성장한 나 자신이 될 때까지 잘 견뎌야겠다.
친한 친구는 15년 동안 키운 반려견을 얼마 전에 떠나보냈다. 얼마나 슬프고 허전하고 생각나고 마음이 아플지… 많은 시간을 술과 눈물로 보내다가 산 사람을 살아야지, 하며 이제는 술을 안 마실 거라고 다짐을 하고는 나처럼 무알콜 맥주를 마시겠다고 했다. 친구를 응원한다.
이별하고 3개월이 지나면 어느 정도 괜찮아진다고 한다. 시간만이 답은 아니겠지만 대부분 그때쯤 이면 괜찮아진다고 하니 희망을 가지고 그날까지 견뎌보려고 한다. 그동안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여행도 다니며 나 자신과의 시간을 잘 보내면서 건강하게 지내려고 노력해야겠다.
그리워할 수 있을 때 많이 그리워해야지. 행복하길. 건강하길. 많이 웃고 지내길. 편안하길.
나인 채로 사랑받은 경험은 참 소중하다. 덕분에 나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고 자신감도 전보다 더 생겼다. 나를 사랑해 줘서 고맙다.
좀 더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다. 그동안 많은 것들을 두려워하며 지냈다. 실제로는 이걸 원하는데 다른 걸 원하는 것처럼 억눌러왔다. 상대방 심기를 거스를 까봐 눈치를 보고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해도 무서워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상대방을 맞춰주면 나는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고 기분은 우울해졌다. 화를 낸 적이 없었던 건 화내면 내가 다칠까 봐 무서워서였다. 상대를 맞춰 주기만 하면 굴욕적일지라도 나를 해치지는 않는다고 믿었다. 어릴 때는 운이 없으면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맞은 적도 많이 있었다. 그때는 억울하기보다 무섭고, 두렵고, 서러웠던 것 같다.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니까 나는 어떤 행동도 할 수가 없었다. 내 말과 행동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것은 이러한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일 수도 있겠다.
서로 존중하는 사이가 좋다. 눈치 보며 맞춰주는 게 아니라 상대의 생각이나 행동에 어떤 이유가 있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그게 정말 건강한 사이인 것 같다.
그보다 먼저 내가 나를 존중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뭘 원하는지 귀 기울이고 그렇게 해보는 것. 나는 나에게 관대한 편이니까, 혼날까 봐, 다칠까 봐 두려워하지 말고, 나는 안전하다는 사실을 믿으면서.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정말 편안해지는 순간도 찾아오지 않을까. 불행한 경험은 그런대로 흘려보낼 수 있고 행복한 경험은 잘 느껴줄 수 있는. 더욱 용감한 내가 되어있을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