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믿어주기
뭔가를 할 때 많이 망설인다. 후회할까 봐 망설이기도 하고 생각보다 별로일까 봐 망설이기도 한다. 할지 말 지 고민할 땐 하라고 하던데, 그 직전까지 고민하느라 못한 일들이 많은 것 같다. 마음이 시시때때로 변하니 지금은 좋았다가 나중에는 귀찮아지기도 하고 괜히 한다고 했나 싶기도 하다. 이게 변덕스러워 보이기도 할 것 같다. 그래도 하기로 한 건 끝까지 해내려고 하는데 그래서 더욱 신중한 거 같다.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한다. 물건을 살 때도 시간이 한참 걸린다. 이건 좋은데 저건 싫고, 저건 싫은데 이건 좋고, 한 번에 다 좋기만 한 게 거의 없다. 경험을 통해서 좋은지 싫은지 알아가는 건데 하지도 않고 좋을지 싫을지 예측만 하고 있다. 선택에 따른 비용이나 책임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넉넉하지 못하니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기 어려운 것이다. 해봐서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는 건데. 꼭 좋아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이것도 어떻게 보면 강박이다. 여유가 없는 것이다. 좀 더 편안한 자세로 삶을 대해도 괜찮을 텐데. 스스로에게 기회를 야박하게 주는 거 같기도 하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되면 어떡하나 싶어서. 모든 게 다 좋을 수는 없는 건데. 매사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은 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게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만드는 거 같아서 아쉽다.
미리 안될 거라고 생각해서 안 한 적도 많았다. 요즘은 안될 수도 있지 생각한다. 시도해 보고 안되면 할 수 없지 하고 빠른 포기도 가능하다. 다른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그런 대안이 없거나 떠오르지 않아서 안될까 봐 더 불안했던 것 같다. 대안이 있고 없고 가 매우 중요하다.
자신감도 중요하다.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생각과 자신감. 그것이 시도를 가능케 한다. 자신감 덕분에 시도하고 결과까지 좋을 때도 있다. 시도했을 때 좋은 결과를 많이 겪어본 사람이 더 쉽고 빠르게 결정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아직까지 시도해서 좋았던 경험 반 나빴던 경험 반인 것 같다. 어릴 때는 거의 결과가 안 좋았다. 경험이 적은 때라서 실수나 잘못이 컸던 거 같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도 너그럽지 않은 편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자신감이 좀 생긴 것 같다. 비난하는 사람과 있으면 움츠러들게 되고 괜찮아 다시 하면 되지라고 하는 사람과 있으면 조금 더 당당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자신감은 누가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나 스스로 나를 믿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 만약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고 해도 나만은 나를 믿어주는 것이다. 실패하더라도 조금씩 앞으로 갈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있다고 믿는 것이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 하면 떠오르는 존재들이 몇 명 있다. 나도 그들을 믿고 있다. 그들의 존재에 감사함을 느낀다. 나를 믿어준다는 사실만으로 굉장한 든든함을 느낀다. 그들의 존재는 삶에 큰 힘이 되어준다. 각자 사느라 바빠서 1년에 몇 번 보지는 못하지만, 만날 때 그만큼 소중함을 크게 느끼게 된다. 얘기하니까 또 보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