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살아왔던 것 같다. 그렇다고 불행을 광고하는 사람처럼 살고 싶지는 않았는데, 내가 얼마나 불행한지 왜 불행한지에 대해서 많이 떠들며 살아온 것 같다. 그런 행동이 행복을 가져다주진 않았지만 불행이 조금씩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불행하게 살기로 마음먹었다면 지금도 계속 술을 마시고 있었을 거다. 술을 먹는 게 모두에게 꼭 나쁘다는 게 아니라 나는 몸에 해가 갈 정도로 마시니까 그렇다는 거다. 술을 끊은 지 5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가끔 취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다음날 더 우울하고 힘들 것을 알기에 참는 거다. 저녁에 잠 못 잘까 봐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도 비슷한 일이다. 그런데 단 건 잘 못 참겠다.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것도 결국엔 행복을 위한 일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반려자로 함께 살기로 약속하는 것도 행복을 위한 일 아닐까. 가끔은 너무 행복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는 생각도 든다. 불행하게 살면 안 되는 걸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받아들이기 나름이니까. 행복과 불행은 생각보다 갑작스럽고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삶이든 잘못된 인생이란 없다.
대부분이 불행하다고 생각한 내 삶 속에도 행복한 순간은 분명 있었다. 그것을 너무 쉽게 놓아버리고 잊어버린 것이다. 행복한 그 순간을 꼭 붙잡고 있어야 하는데, 금방 날려 보낸다. 이제부터라도 내게 오는 행복을 꼭 붙잡아야겠다. 오래되어 향 밖에 남지 않고 그 향마저 희미해져 갈 때까지, 꼭 붙들고 있다 보면 행복한 순간이 조금 더 길어지겠지.
특정한 감정 속에 나를 가두지만 않으면 좀 더 자유롭고 즐거운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감정은 날씨 같은 거라서 내가 통제하기 어렵다. 다만 그런 데로 대비책을 세워두면 좀 낫다. 어떤 감정도 반드시 지나가고 변하기 마련이다. 장마 때 그치지 않을 것 같은 비가 그치는 날이 오고, 달이 지나면 그토록 뜨거운 무더위도 선선해지며, 추운 날씨도 따뜻해지는 날이 온다. 지나가는 구름처럼 감정을 대할 수 있다면 부정적인 감정 속에 갇혀서 너무 오래 괴로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긍정적인 감정이 오면 반갑게 맞이하고 떠나보내고 부정적인 감정이 오면 또 왔구나 하고 맞아주고 떠나보내면 될 것이다. 이러저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해야겠다.
타인이 나에게 좀 더 잘해주길 바라고 기대하기보다 내가 나에게 더 잘해줘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내 감정의 키를 타인에게 주지 말고 내가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감정도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다.
아직 안 해본 일들이 많다. 하고 싶은 일은 하면 되고 하기 싫은데 해야 하는 일도 하면 된다. 두려워도 해야 할 일은 되도록 미루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30대 중반이 지나도록 위장내시경을 한 번도 안 했는데 올해에는 꼭 해봐야겠다. 말 나온 김에 이번 달에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