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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by 어효선

일주일간 강의 듣느라고 에너지 소모가 컸는지, 며칠 동안 내내 감정소모가 커서인지 기운이 없다. 왠지 모르게 가라앉고 위축되고 울적하다. 그래도 기분 전환하러 카페 와서 좋아하는 샌드위치랑 커피 먹으니 좀 편안해지는 것 같다. 카페 안은 시원하다 못해 추울 지경이고 밖은 찜통더위다. 여름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8월까지 쉬고 9월부터 일자리를 다시 알아보려고 한다. 상담 일자리가 있어야 할 텐데 지금까지는 아무리 검색해도 없어서 좀 걱정되기는 하지만 될 일은 된다고 믿어야겠다. 만약 일을 하게 된다면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일하고 싶다. 사실은 카페에서 글을 쓰는 게 가장 나에게 맞고 행복한 일인데 밥은 먹고살아야 하니 직장이 필요하다. 지난번에 일을 할 때는 글을 전혀 쓰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일 하면서도 적어도 주말에는 글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러려면 체력 관리를 잘해야 한다. 이틀에 한번 1시간씩 달리고 있는데 운동량이 그 정도로는 부족한 거 같기도 하다. 집에서 팔 굽혀 펴기를 시작했는데 10개도 힘들다. 점점 늘려 나가야지.

요즘 살이 자꾸 쪄서 밤늦게 뭘 안 먹으려고 하다 보니 모임에 거의 나가지 못하고 있다. 주말 낮에 카페 모임은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모임을 아예 안 나가면 인간관계가 너무 좁아져서 혼자 고립되는 것 같다. 가뜩이나 술도 안 마시고 취미도 글쓰기, 영화 보기, 달리기 다 혼자 하는 거라서 등산모임을 들어가서 어울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람이 좋으면서도 불편한데 그걸 좀 극복해보고자 하는 것도 있다. 억지로 만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깊이 있고 편안한 대인관계를 맺는 게 어렵다. 자기부정, 타인부정 공포회피형(혼란형) 애착유형이라 나와 타인을 잘 믿지 못하고 경계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저 사람은 저럴 수 있지, 이해하게 된 것도 있고. 나를 지키기 위해 거리를 어느 정도 두면서도 내 주장을 할 수 있고, 타인의 주장도 내가 가능한 수준에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경험이 쌓여서 그런 것도 있다.

애착 유형을 변화시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안정형 애착유형과 안전하고 편안한 관계를 맺는 경험을 통해 달라질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대상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학대받은 겁먹은 강아지에게 사회성 좋은 강아지를 옆에 붙여서 어울리게 했더니 점점 밝아지던 모습이 떠오른다. 어떤 존재든 믿을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주면 변화할 수 있다. 많은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누군가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가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세상이 늘 밝기만 한 것도 아니고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나를 살아가게 하는 것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어떠한 이유 없이 그냥 살아있으니까 사는 거라는 생각도 한다. 어떻게 살아있든 시간은 매 순간 어김없이 흘러간다. 그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지는 내 마음이다.

예전엔 사람들의 어둡고 불행한 면을 주로 보려고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사람들의 삶에 대한 기쁨, 희망을 보려고 한다. 눈빛이나 말이나 행동 속에서. 물론 그렇지 않은 순간들이 여전히 더 많을지라도. 따뜻한 눈빛, 말투 한 번만 주고받아도 얼었던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다. 그런 경험들을 모두 자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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