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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일

사는 이유

by 어효선

인생을 즐겁고 재밌게 살고 싶은데 그러려면 유머는 필수인 것 같다. 오늘 줌으로 만난 강사님은 말씀을 되게 유쾌하게 했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에 대해서도 원래 세상이란 그렇다며 우스갯소리로 넘기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사는 게 왜 이리도 심각했을까. 지금도 가끔 심각하다. 세상을 좀 가볍게 바라보고 생각할 필요도 있는 것 같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그러려니 하고. 반추는 너무 오래 많이 하지 말고. 너무 깊이 그 속에 빠지지 말고. 깊게 빠지니까 스트레스만 더 많이 받고 우울해지고 후회나 자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는 걱정도 많고 무슨 일이 일어나면 내 탓을 많이 하는 편이라서 더 우울하다. 특히나 걱정이 현실이 될까 봐 굉장히 불안해하는데 그렇게 소모한 에너지가 무척 많다. 걱정은 현실이 될 수도 안될 수도 있는데 미리 걱정해서 힘을 뺀다. 현실이 되면 나름대로 그 문제를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그럴 힘이 과연 나에게 있을까? 무너져서 아무것도 못할까 봐 걱정되지만 그것도 그저 걱정이다. 나는 느리고 힘겹더라도 어떻게든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노력했다.

요즘 독특한 꿈을 많이 꾼다. 원래도 꿈자리가 복잡했는데 어제도 그랬다. 좀비가 나오고 거기서 엄마를 구하고, 전 남자 친구가 갑자기 나와서 내가 진심으로 그땐 미안했다고 사과도 하고, 전 남자 친구는 그 사과를 받아주고… 참 오래전에 만난 사람인데도 꿈에 나오는 게 신기하다. 평소에는 생각도 안 하는데. 그땐 나도 참 미성숙했다. 지금도 부족하지만 개선할 점은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같은 잘못은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믿었는데 쉽지가 않다. 또 똑같은 잘못으로 내가 다 망쳐버린 것 같을 때 좌절과 절망, 비참함이 넘쳐흐른다. 그러나 그 또한 나고 내가 한 일이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또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정말 큰 마음을 먹고 큰 충격을 받고 이를 악물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근데 나만 노력해야 하는 건 아니다. 관계 속에서는 상대방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모든 게 다 내 책임은 아니다. 퍼센트는 다를지라도 양쪽 다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 사실도 받아들이는 거다. 다 내 잘못은 아니다.

뜬금없지만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이 귀하고 아름답다. 사는 건 중요하다. 그리고 살아있길 잘한 거 같다. 새로운 감정을 느낄 때마다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게 긍정적인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내가 느낄 수 있음에 어떤 희열이 밀려든다. 내가 무언가 새로운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 그런 것들이 나를 살아있게 한다. 좀 더 오래 함께 있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지금을 잘 살아야 하는 이유다. 자기 자리에서 각자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어쩌면 숨만 쉬고 있어도 그 몫을 다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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