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좋은 삶

삶에 대한 고민

by 어효선

프랑스에 가고 싶다. 내가 만약 다음 달까지 밖에 못 산다고 한다면 나는 프랑스를 갈 것이다. 서른 살 전에는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벌써 서른여섯이 되었다. 이렇게 계속 미뤄질 것 같다. 일 안 하고 있을 때 다녀왔어야 하는데 이것저것 생각하고 주저하다 보니 시간이 가버렸다.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것이다. 프랑스는 좀 더 여유 있을 때 다녀오고(그날이 올까?) 일 시작하기 전에 국내여행이라도 다녀와야겠다. 차 끌고 여기저기 돌아다니자.

나는 취미가 별로 없다. 악기도 다룰 줄 아는 게 거의 없고(대학생 때 기타를 약간 배워서 치긴 했지만 안 친지 오래고) 게임도 흥미가 없고 그나마 관심 있는 건 영화, 독서, 달리기, 등산이다. 수영을 좀 배워보고 싶긴 하다. 집중할 수 있는 힘과 여유가 있을 땐 영화를 찾아본다. 책은 더 높은 집중을 요한다. 나는 산만해서 깊게 빠져들지 않으면 보다가 자꾸 딴짓을 하기 때문에 나와 맞는 재밌는 작품을 찾는 게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취향이 어느 정도 드러나는 것 같다. 보고 나면 살아갈 힘이 나는 영화들이 있다. 올해 여유가 있어서 꽤 여러 작품들을 봤는데 리뷰를 안 남겨 놓으니 제목도 다 잊어버렸다. 그래도 기억 저편에는 남아있겠지. 그때 느꼈던 삶에 대한 희망도 남아있을 거다. 영화는 내가 다른 삶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해서 좋다. 나는 여러 가지 인간 삶에 대해 궁금하고 관심이 많다. 이런 삶도 있고 저런 삶도 있구나, 하며 주인공 심리를 이해하다 보면 그 속에서 나를 이해하게 되기도 하고 내 삶도 그럭저럭 그냥 살아가면 되는 거구나 싶다.

인생에서 진짜 필요한 게 뭔지 생각해 본다. 우리는 늘 어떻게 사는 게 좋은 삶인가 고민하지 않나?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고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마음이 간다. 고민하고 고뇌한다는 건 고통을 뛰어넘는 가치관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중요한 건 행동이지만. 얼마 전에 동생이 커뮤에서 동네 쓰레기 줍기 활동을 하기로 했다고 해서 함께 했는데 즐겁고 재밌었다. 나도 즐겁고 타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할 때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들은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일을 하며 살고 있다.

인간은 연결된 존재이기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싶어 한다. 물론 좋은 영향을. 안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은 멀리하고 싶어 한다. 당연하다. 피해받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다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작은 도움이라도 우리는 나눌 수 있다. 도움을 받는 쪽도 주는 쪽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어떤 이에겐 행복이라는 단어가 무책임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나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고 요즘도 그럴 때가 있다. 하지만 행복에 과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니 행복 그거 별 거냐 싶더라. 나도 행복해질 수 있다. 예전엔 나도 행복해지고 싶다고 울었다. 지금은 행복에 목매지는 않는다. 이제는 행복이 곳곳에 존재하는 게 눈에 보인다. 그 곁에 있기만 하면 나도 행복한 것이다. 행복은 내 마음 상태와 세상을 보는 눈에 달려있다. 잘 찾으면 보인다. 인지를 못해서 그렇지 이미 그곳에 있는 경우도 많다. 때로는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런 때도 있는 것이다.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멀리 있기도 하고 곁에 있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괜찮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행복해지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