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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려면

오늘의 나

by 어효선

비가 와서 무더위가 한풀 꺾였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효소식 오늘이 8일 차다. 이거 챙겨 먹느라 어디 나가지를 못했더니 뭔가 재밌는 거 하러 나가고 싶다. 혼자서도 즐겁고 재밌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난 그다지 재미없는 사람인 것 같다. 친구들이 보고 싶다. 함께 있으면 별생각 없이 웃고 떠들 수 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중학생 때로 돌아가는 것 같다. 그때도 삶이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 삶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진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지인 인스타를 보다 보면 그래, 행복이 저런 거지,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거 먹고, 쉬고, 놀고, 서로 아끼며 하루하루 사는 것. 그의 일상을 보면서 느낀다. 나 또한 그런 행복을 누린 적이 있고 앞으로 또 있을 것이다. 그 순간에 감사하며.

지금은 일을 안 하고 있지만 일을 해야 할 시기에 나와 맞는 일을 만나게 될 거라고 믿는다. 일자리가 정 없으면 알바라도 해야지. 온라인으로 상담 일을 하려고 하는데 경력과 자격이 비교적 적어서 그런지 의뢰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 자격증을 더 따야 할 것 같은데 공부도 힘들고 그냥 지금처럼 쉬고만 싶다. 그래도 일을 해야지 보람도 느끼고 돈도 벌고 그 돈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더군다나 상담 일은 전문적 지식과 경력이 중요한 일이니까 많이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

상담 일은 타인을 돕고 싶은 마음에서 하게 됐다. 내가 배운 상담 기술로 정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 청소년기 때는 마음이 힘들 때 기댈 어른이 없었다. 성인이 되어 심리 강의도 들으러 다니고 상담받으며 도움을 얻었다. 힘든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경청한다는 느낌 만으로도 존중받는 경험과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상담은 상담자에게 조언을 얻는 것보다 내가 말하면서 생각, 감정 정리가 되고 새로운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쓸쓸하고 외로울 때 사람들은 뭘 할까. 그럴 틈 없이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 그런 상태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 거고. 나는 그럴 때 글을 쓰는 것 같다. 대화는 서툴다. 누군가를 잘 찾지도 않는다. 인간에게 큰 기대를 안 하려고 한다. 내가 욕심이 많아서 인지도 모른다. 다만 애착이 형성된 사람에게는 참 많이 기대려고 하는 것 같다. 가족 중에서도 여동생, 그리고 특히 연인에게 가장 그렇다. 내가 늘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짐도 여러 명이서 나눠 들면 별 게 아닌데 한 사람에게만 몰아주면 굉장히 무겁고 힘들다. 더군다나 내 짐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들어달라고 보채는 건 안될 일이다. 그 사람도 자기만의 짐이 있을 텐데. 도와달라고 할 거면 여러 명에게 부탁해야 하는 게 옳다.

그래도 전보단 마음이 평온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때는 더 많이 외롭고 불안하고 슬펐다. 경험을 통해 명확해진 것도 있을 것이고, 고통도 지나간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있다. 약효과일수도 있다. 여러 가지 힘이 작용한 것이겠지.

그동안 타인을 기쁘게 하고 만족시켜 주려고 참 많이 애썼다. 이제는 나를 돌볼 시간이다. 내가 뭘 하면 기쁠까. 만족스러울까. 행복할까. 생각해 본다. 활짝 웃고 있는 나를 떠올려 본다. 행복한 나를 위해. 행복한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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