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사랑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해 주는 사람은 없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말만 그럴 뿐 정작 행동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나보다 타인에게 더 관심 가지고 궁금해하고 맛있는 것을 사주고 필요한 것을 사줬다. 정작 내가 먹고 싶은 것은 싼 것 위주로 겨우 고민해서 샀다. 내가 나를 그렇게 대우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도 그랬던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이 무시와 놀림을 당해왔다. 언짢은 말을 들어도 어떻게든 그 분위기를 넘기려고 그저 헤헤 웃었다. ‘아, 쟤는 저렇게 대해도 되는 애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 같다. 은연중에 남이 나를 하대하는 게 편하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좋은 대우를 받는 건 기분이 좋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편했다. 지금은 최소한의 공격성을 갖추고 대항하거나 용기 내어 기분 나쁜 티를 내려고 한다. 그게 나를 지키는 일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은 늘 바빴고 기분이 거의 매일 좋지 않아 보였다. 사랑스럽고 관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봐 주거나 실제로 관심이 담긴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관심에 목말라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나에게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게 좋은 것과는 별개로 편한 것 같다. 갑자기 관심을 받거나 누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으면 내심 좋으면서도 몹시 창피하고 어디론가 숨고 싶다. 이런 양가적 감정 때문에 더욱 혼란스럽고 내가 뭘 원하는지 나조차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나를 소중히 여기는 방법, 나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 많이 찾아봤다. 나를 믿어주고,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내 편이 되어주는 것,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이 나를 대해주는 것. 방법은 비슷했다. 모르는 것도 아닌데 어색한 것 같다. 원래 안 하던 걸 하려면 좀 불편한 법이다. 그래도 그걸 넘어서서 해주다 보면 익숙해지고 좋아질 것이다. 그게 노력인 것이다. 아무 노력도 없이 좋은 것만 바란다면 심보가 사나운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그렇게 대해주지 않아도 내가 나에게 그렇게 해주기. 바라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내 결핍을 상대방을 통해서만 채우려고 하면 결국 상대방은 지치게 된다. 그 일은 나의 몫이다. 내가 자기 사랑으로 어느 정도 채워지면 사랑받는 것이 좋고 익숙해지게 될 것이다. 그것이 부담스럽고 거부감 드는 것이 아니라 고맙고 기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러면 나를 그렇게 대해주는 사람도 자연히 만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도 전에 비해선 많이 편해졌다. 나이도 들었고, 경험도 많아졌고, 그만큼 용기 내어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언제든지 나는 선택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존재다. 그 선택에 아픔과 책임이 따르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더 나은 나를 위한 선택이리라. 너무 아파하지 말고, 너무 두려워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