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들

by 어효선

나이야 어쨌든 유쾌하고 밝게 하루하루를 살고 싶은데 잘 모르겠다. 나의 10대, 20대는 유쾌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우울했다. 예민하고 우울한 기질과 불행한 가정환경의 영향인 것 같다. 환경은 바뀌었지만 아직도 우울, 불안은 남아있다. 그래도 약 먹고 운동하면서 많이 나아졌다.

올해 서른여섯. 언제쯤 나이답게 어른스러울 수 있을까? 내 인생을 책임지고 싶다. 누구에게 대신 맡기고 싶은 마음 없다. 어떻게든 이 세상을 혼자서 살아나가야 하고 살아남아야 한다.

인생 살아내는 게 나만 버거운 건 아닌 거 같다. 젊은 층, 중년층, 노년층까지 삶의 만족도가 낮은 거 보면. 대한민국 삶의 만족도가 OECD 38개국 중 33위라고 한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만족도도 높아진다고. 당연한 결과인가. 일단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의식주가 해결될 뿐만 아니라 누릴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삶의 질이 높아진다.

정서적 고립감도 만족도를 낮추는 요소 중 하나다. 60대 이상에서 도움을 요청하거나 말 붙일 상대가 더욱 없다고 한다. 독거노인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인간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어울려 살아야 하는데. 외로움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고 생각한다. 불안정한 정서를 잊기 위해 술, 담배를 하는 비율도 늘어가는 것 같다. 5년째 술 안 마시는 알코올중독자인 나도 언제 다시 술을 마시게 될지 알 수가 없지만 다시 중독자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순간은 즐겁지만 장기적으로는 몸과 마음을 더 안 좋게 만든다.

이런 얘기를 하다 보면 정말 무기력해진다. 세상을 바꿀 수는 없고 이런 세상을 완전히 무시하며 살 수도 없고. 하긴 누가 나보고 세상을 바꾸랬나. 그럴 수도 없고. 이런 핑계 대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히 성실하게 해 나가면 되는 건데. 괜히 부정적인 것들만 눈에 들어오고 불만만 늘어가는 것 같다. 소소한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면 된다는 거 아는데, 충분히 감사한 삶인 거 아는데 종종 이렇게 불만족한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에 빠진다.

그래도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 덕분에 감사하게도 세상이 잘 돌아가고 있다. 일은 일대로 하고 취미생활도 즐기고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꿈도 꾸고 그러면서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어느새 삶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겠지. 그날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언제가 되든 후회하지 않도록 깨어 있자.

나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윤회를 믿기 때문에 마음이 조금은 덜 무겁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이 땅에 태어나 살아가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생에 어떤 삶을 살고 어떤 것을 깨닫고 어떤 성취를 이룰지 물론 중요하지만 다음 생이 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업을 쌓으면 좋은 일이, 악업을 쌓으면 나쁜 일이 돌아온다고 믿는다. 인연에도 이유가 있고 만날 사람은 만난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그런 믿음들에 기대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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