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근황
상담 일자리가 생각보다 별로 없다. 하반기 이맘때쯤이면 자리가 몇 개는 날 줄 알았는데 출산휴가 대체 2개월, 육아휴직 대체 1년 이렇게 자리가 났다. 나는 청소년상담사 자격증만 있고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는 없어서 낼 수 있는 자리가 한정되어 있다. 몇 년이고 같은 자리를 지키는 직장인들이 대단하다. 나는 버티지 못하고 또다시 다른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데.
청소년동반자는 좋은 일자리였다. 내가 하고 싶은 상담일만 주로 할 수 있었고 팀장님도 따뜻하고 배울 점이 많고 동료선생님들도 다들 좋고 일은 재밌고 보람 있었다. 그런데 몸과 마음이 점점 지쳐갔다. 무엇보다 몸이 너무 피곤해서 자리에서 누워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상담을 할 기력이 나지 않았다. 이런 상태로 일을 계속하는 건 나 자신에게도, 내담자들에게도 미안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년 넘게 휴식을 취하고 나자 좀 기운이 생기고 있다.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는 건 힘들지만 뭔가를 할 의욕은 나고 있다. 다시금 일을 할 힘도 생기고 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9시부터 6시까지 근무는 길다고 생각하고 일하는 시간이 좀 더 줄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주 5일 40시간 너무 길다.
2년 9개월이면 짧다면 짧은 기간인데 그 기간 동안 체력을 다 써서 고갈되었다는 게 좀 부끄럽기도 하고 너무 열심히 달렸나 싶기도 하다. 엄마는 내가 요령이 없어서 그렇다고 했다. 주 12건 이상의 상담을 하면서 저녁에는 부모상담까지 했으니 쉴 틈이 거의 없기는 했다.
그런데 몸은 왜 그리 아팠던 걸까. 단순히 체력부족인가? 몸에 큰 이상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침엔 늘 기운이 없어서 회의 시간, 교육 시간에도 졸기 일수였고 오후 시간에도 기력이 없고 잠이 쏟아졌다. 쉬면서는 잠을 정말 많이 잤다. 다시 일을 할 기회가 주어지면 열심히 하겠지만 너무 다 쏟아붓지는 말아야겠다. 비타민 영양제도 잘 챙겨 먹어야지.
근래에 술을 다시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왜일까. 지금 술을 끊은 지 5년 6개월이 넘어가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왜 이리 술 생각이 날까. 무알콜 맥주도 더 찾고 있다. 그래도 잘 참아야지. 술을 끊었던 이유를 잘 생각해 보자. 술 마시면 조절 못함.
나의 즐거움은 무엇일까. 술 말고는 즐거운 게 별로 없어서 술이 먹고 싶은지도 모른다. 10년 전 가을 축제 기간 내내 취해 있고 싶었고 실제로도 며칠씩 취해 있던 기간이 있었다. 술기운에 살았던 날들. 불안을 잠재워주고 괜한 자신감과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준 알코올. 그러나 점점 중독되었다. 그게 무서운 것이다. 다시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취한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니 한번 알코올중독자는 영원한 알코올중독자다. 나는 5년째 술 안 먹는 알코올중독자. 잘 참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무언가에 중독되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안 좋은 예시지만 이 중독에서 저 중독으로 건너가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엔 마음속 텅 빈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어떤 것에 빠져 있는 것. 물건이든 음식이든 사람이든.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것들에 기대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에 대해서만큼은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다. 건강하게 살고 싶은 마음.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것. 나도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고 사람들이 신체적 건강과 마음의 안정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