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순간도 지나가고 힘들었던 순간도 지나간다. 결국 다 지나간다. 나이가 들수록 찾아오는 감정들을 좀 더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어떤 감정은 여전히 힘들고 어떤 감정은 여전히 갈구하게 된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법은 배운 것 같다. 버틸 만큼 버틴 감정은 놓아줄 때 홀가분하기도 하다. 놓아줄 때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그동안은 상처가 생기고 아파도 끝까지 붙잡고 있느라 힘들었다. 지금은 그래도 너무 아프지 않을 때 놔줄 수 있게 된 것 같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놔줄 수도 있어야 한다.
함께 있어서 아픈 것보다 혼자 있는 외로움과 두려움이 더 컸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내가 어리석었다. 함께 있어도 편안하고 안정된 관계도 있을 것이다. 관심 좀 달라고 애원하지 않아도 주고받는 안부가 자연스러운 사람. 또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사이. 서로가 불안하지 않게 배려하는 행동.
내가 아프면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없다. 나를 먼저 챙겨야 했는데 상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려는 욕심으로 그동안 나를 너무 돌보지 못했던 것 같다. 정말 내 욕심이었다. 필요한 존재가 되면 버림받지 않을 것 같았다. 그 과정에서 너무 애썼고 참았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렇게 할수록 상대방은 부담을 느꼈고 결국에 떠나갔다.
어릴 때부터 불편하고 힘든 환경에 오래 있으면 점차 익숙해지고 그런 느낌을 무의식적으로 찾게 된다고 한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찾아서 만났던 것 같다. 편안해도 돼. 이제 안전해. 내가 나에게 사랑을 듬뿍 주어서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게, 나를 지켜야지. 나를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과 함께 있지 말아야지.
이제 회복해야 할 때이다. 새로운 한 해도 시작되었고 시간은 어떻게든 흘러간다. 내 삶에 책임을 지고 힘내서 살아가야 한다. 누구에게나 아프고 감추고 싶은 상처는 있는 법이다. 그러나 나만은 나를 버리면 안 된다. 다른 사람을 안아주기 전에 나부터 안아줘야 한다. 나를 진심으로 소중히 여길 때 그런 나를 소중히 여겨줄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걱정도 좀 덜 하고 불안도 스스로 조절하면서 조금씩 편안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다 한때다. 먼 훗날 이 모든 날들을 추억하며 웃을 날이 올 것이다. 너무 고군분투하지 말고 나를 좀 자유롭게 내버려 두자. 허용해 주자. 슬퍼도 괜찮아. 우울해도 괜찮아. 행복해도 괜찮아. 나를 좀 믿어주자. 진심으로 올해는 너무 아프지 말고 행복하기를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