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시기

by 어효선

나는 왜 나에게 잘 대하지 못할까. 타인에게 친절한 만큼 나 자신에게도 친절하려고 노력하는데 두렵고 기력이 없어서 잘 챙겨 주지를 못한다. 마음 치유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내 안의 수치심과 두려움을 마주 보고 느껴줘야 한다. 힘든 걸 털어놓는 작업은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적극적으로 치료는 잘 못한 것 같다. 올해는 이런 내 마음을 더 잘 챙기고 치유에 힘써야겠다.

뭐가 그렇게 불안한 건지. 불안함 때문에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망치게 되는 것 같아서 슬프다. 내가 불안형 애착이 될 수밖에 없는 환경적인 이유가 있다. 기질적으로 불안이 높기도 하고. 그걸 전부 다 이해해 달라는 건 아니지만 조금은 안쓰럽게 바라봐 주면 좋을 텐데. 불안이라는 불이 붙으면 내 안에서 위험 경보가 울리고 행동이 제어가 잘 안 된다. 상대방도 그런 상태를 봐주는 게 한계가 있을 것이다. 내가 스스로 그 불안을 다스리고 통제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이런 내 상태를 인지하고 있고 그래도 조금씩은 고쳐가고 있다고 믿었는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내가 나의 삶을 혼자서도 잘 살아가는 게 우선인 것 같다. 관심과 사랑도 받고 싶지만 꼭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내 삶은 여전히 흘러가고 있다. 많이 슬프고 불안하고 두렵지만 이런 나도 안고 가려고 한다. 나만은 나를 지지하고 사랑하고 안아 주어야지. 괜찮다, 괜찮다, 할 수 있다 해줘야지. 그래야 살아갈 수 있다. 조금만 더 기운 내서 살아가자. 괜찮다. 두려울 수 있다. 뿌리가 약할 수 있다. 힘들 수 있다. 토닥토닥. 이해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으니.

나는 심리학을 전공했고 인간의 심리에 대해 그 사람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들이 고통 속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나를 분석했고 내 아픔과 상처, 애착유형, 불안, 우울을 탐구했고 나아지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타인을 대할 때보다 따뜻한 시각이 조금은 부족했던 것 같다. 이런 내 모습이 싫기도 하고 절망스럽기도 했다. 너무 금방 변화하길 바라며 채찍질을 했던 것 같다. 아주 조금씩 변화해도 폭풍 칭찬을 해주어야 하는데. 앞으로는 더욱 나에게 관대해져야겠다.

얼마 전에 직원 연수에서 에니어그램을 했는데 2번 유형이 나왔다. 타인을 돕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고 사랑스럽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했다. 이런 나를 알아봐 줄 사람이 어딘가에는 있겠지. 무엇보다 내가 이런 나의 가치를 알아주어야지.

모두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들이다. 그리고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다. 감싸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누가 나의 가치를 몰라준다고 해서, 날 싫어한다고 해서 내 가치가 낮아지는 건 아니다. 실수하고 실패하고 넘어져도 내가 나에게 괜찮다고 다시 할 수 있다고 다독여주는 존재가 되어주자. 언젠가 이런 마음이 꽃피워서 치유되고 변화하는 날이 올 것이다. 내가 편안해지길 바란다.

칠흑 같던 어둠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다. 많이 외롭고 힘들어도 그 시간도 지나간다. 조금만 더 견디고 용기를 내서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또 웃을 날도 올 것이다. 많이 아프더라도 치유해 나갈 수 있다. 스스로를 믿고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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