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아직 차지만 창가로 내리쫴는 봄 햇살은 따사롭다. 난 추운 게 너무 싫다. 추우면 움츠러들고 잠이 오고 우울하다. 그래서 여름을 가장 좋아한다. 덥고 땀나고 모기가 있어도 해가 길고 따뜻하다 못해 더운 열기가 나의 차가운 우울의 온도를 조금은 높여주는 것 같다.
기다리던 주말이 시작됐고 여느 때처럼 카페에 와서 글을 쓴다. 특별한 글도 아니고 요즘 일상이나 생각에 대한 글인데 난 이 시간이 좋다. 상담도 1주에 한 번에서 2주에 한 번으로, 그 마저도 1시간에서 30분으로 줄였는데도 여전히 힘든 건 외로움 때문인 것 같다. 우울, 불안 약 타러 병원에 가서 주치의 선생님께 평소보다 더 무기력하고 우울한 듯이 말한다. 이미 우울과 무기력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의 힘듦을 알아주려면 나의 기분에 대해 좀 더 과장해서 말해야 할 거 같다. 선생님이 카페에서 혼자 청승 떨지 말고 도서관에 가라고 하셨는데 카페에 왔다. 도서관은 뭔가 좀 차가운 느낌이고 카페는 음악도 나오고 좀 기분 전환이 되는 것 같다.
요즘은 아무나 만나지 않으려다가 아무도 만나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이다. 선생님은 이렇게 무기력한데 어떻게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겠냐고, 좀 더 건강해지면 만날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그런 말은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내가 건강해지지 못하면 좋은 사람은 영영 만날 수 없는 걸까. 나의 우울이나 불안까지도 사랑해 달라는 건 너무 이기적인 걸까. 솔직히 말하면 어려운 일이다. 나도 타인의 병까지 사랑하라면 힘들 거 같긴 하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그건 그 사람에 대해 잘 알고 깊이 이해하게 될 때 가능할 거 같다.
난 이름처럼(이름 마지막 자가 착할 선이다) 착하게 사는 게 마음 편하고 좋다. 착하다는 기준이 좀 애매하긴 한데, 그런 느낌이 드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을 다정하고 따뜻한 눈빛, 사려 깊은 행동, 여유롭고 차분한 미소, 타인을 향해 연민의 마음을 갖는 모습 등에서 알아본다. 타인의 어려움을 무시하지 않고 도우려 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행동에 감동받는다.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힘과는 별개로 그런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와서 몸이 그냥 움직이는 사람도 있다. 자연스럽게. 용기가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나는 스스로 가치 있다고 믿는 일에 열정을 다하는 사람이 좋고 멋지다고 생각한다. 나는 겁쟁이지만 그렇게 살고 싶다.
그건 그렇고 부족한 사회성은 어떻게 기르나. 대화는 어색하고, 언제 어떻게 끼어들어서 말해야 할지 타이밍도 모르고, 겨우 말을 걸어봐도 3초 만에 다시 침묵… 나는 재미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편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생각보다 말이 많은 사람이다. 난 대화하는 걸 좋아한다. 동생과는 이야기를 잘 나눈다. 그리고 남자친구와 편해지면 말이 점점 많아진다. 나중에 가면 직장 일부터 시작해서 소소한 일상이야기까지 다 하게 돼서 말을 좀 줄여야 할 정도다. 아마 어릴 때 부모님이 바빠서 내 얘기를 잘 안 들어줬던 경험 때문에 지루하거나 귀찮을까 봐 말을 잘 못하는 거 같다. 누군가와 편하게 웃으면서 대화하는 그날까지 나를 먼저 돌보고 내가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