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

by 어효선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쉽다. 사는 게 이와 같으면 참 좋을 텐데.

누군가를 사랑하는 과정은 난 궁금하지 않고 그냥 그 순간에 빠져 있는 내가 좋다. 내가 사랑에 빠졌다는 걸 깨닫고 걷잡을 수 없이 내 마음이 커지는 걸 막을 길이 없는 순간이 좋다. 조금은 두렵지만 두근거리고 행복한 순간이다.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나는 솔직한 사람이 좋다. 거짓말은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동이고 난 그게 너무 힘들다.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신뢰가 정말 중요한데 거짓말을 하면 사랑에 금이 간다. 선의의 거짓말도 있고 그런 건 이제는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별로 안 좋아한다. 상대방이 속상할까 봐, 걱정할까 봐, 화낼까 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래도 속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 주말에 혼자 적적하다. 시간이 날 때면 내 생각해서 전화해 주던 사람이 생각난다. 핸드폰이 울리고 화면에 그 사람 이름이 뜨고 목소리를 들으면 행복했다. 그런 순간이 참 소중했는데 다 지난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쉬운 일이다. 나에겐 가장 쉬운 일. 하지만 누군가를 억지로 사랑할 수는 없다. 그건 가장 어려운 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을 만났으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 또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사랑 또 받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난 이미 만족한다. 해봤으니까. 아쉽지만 깊은 후회는 없다. 난 그런 사람이었고 그 사람을 만나는 동안에는 바뀔 수 없었을 거다. 사람이 떠날 때 배울 수 있고 그렇게 변화한다고 믿는다. 나를 성장시킨 고마운 사람이다.

점점 늘어가던 불평, 불만, 지적, 그리고 무관심. 슬펐다. 이별이 다가올 땐 대부분 이랬다. 사랑이 오는 걸 막을 수 없듯이 가는 것도 막을 수 없다. 떠난 사람은 잡는 게 아니다. 나만 더 비참해질 뿐. 웃으며 인사는 못하더라도 덤덤히 안녕하고 보내줄 수 있어야 한다. 이다음엔 그렇게 단단한 사람이 되어있기를 바란다.

내 마음은 깊은 강처럼 외로움이 넘실댄다. 온통 절망과 우울 비참함으로 뒤범벅되어 내가 만든 감옥 속에 웅크려 있는 날도 있다. 나는 강하지만 연약한 사람이다. 그걸 이해해 달라고 하고 싶지도 않고 감싸달라고 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그런 순간이 지나갈 때까지 함께 견뎌주면 좋겠다. 그 정도의 힘은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사랑하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난 이런 말 솔직히 시시하다. 사랑하는 일은 너무 쉽고 그것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 그것은 모양으로, 색깔로, 웃음소리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일은 쉽다. 그래서 나는 사랑만 하고 살고 싶다.

내가 그 사람을 사랑했고 그 사람이 날 사랑했던 일들을 잊을 수 없다. 그는 잊기를 바랄 수도 있다. 그런데 내게는 그 기억들이 아직 큰 힘이 돼서 잊고 싶지 않다. 그 힘으로 한동안 살아가다가 잊히면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겠지.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너무 외롭고 그립다. 하지만 이 시간들이 날 강하게 만들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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