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약속
누군가를 많이 사랑했던 일이 소중하다. 또 그렇게 하고 싶다. 누군가를 많이 사랑하고 싶다. 그건 그 사람이었기에 가능했을까, 나였기에 가능했을까. 봄이 오고 꽃도 피고 사랑이 하고 싶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의 내가 좋다. 행복하고, 살아있는 것 같다. 회전목마를 타는 어린 소녀로 돌아간 것 같다. 사랑은 나를 순수하게 하고 순수함은 나를 편안하게 한다. 살고 싶다. 그래서 사랑하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 살기 위해서.
고마운 사람. 내게 사랑을 준 사람. 사랑을 알려주고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 사람.
다음 생에는 이렇게 살지 않을 것이다. 더 마음대로, 더 엉망으로 살아보고 싶다. 지금은 용기가 부족해서 그렇게 못 살지만.
술, 술, 술… 한탸처럼 매일 술에 빠져 살 수도 있었다. 고통을 잊기 위해. 편안해지기 위해. 그런데 6년째 금주 중이다. 직장도 다니고 있다.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몰라 불안하고 두렵지만 흔들리면서도 엉망으로 살지는 않고 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부모님이 나에게 사랑을 주신다. 친구들이 응원을 해준다. 직장동료들이 믿음을 준다.
그리고 사랑을 주고받는다.
그것들이 내가 엉망으로 살지 않게 한다. 나는 언제든지 엉망이 될 수 있다. 그것이 두려운가? 아니면 그것을 기대하나? 겨울 내내 나를 괴롭히던 나쁜 생각들은 봄이 오며 조금씩 잦아들었다. 어떻게든 버텨냈고 그 과정에서 너무 애썼다는 생각에 눈물이 난다.
바라는 것 없이 그냥 살고 싶다. 그러면 실망할 일도 없을 테니까.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살아낸 삶이 너무 힘겨워서. 이만큼 살아낸 것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립지만 이미 느꼈던 감정을 다시 겪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한 번이기에, 그 순간이었기에, 유일했기에 아름다웠던 것이다.
두려울 게 없었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나는 영원히 그러겠지. 어쩌면 미워해서 두려운 거 아닐까.
어떤 깨달음을 얻기 위한 삶.
삶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걸까.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죽음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까.
언제까지 나는 이런 질문을 하며 살까.
나는 많은 기회를 줬다. 이제 그만하고 싶다.
모든 것은 현재진행형. 과거와 미래에 갇혀 살 수는 없다. 나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뚜벅뚜벅 걸어가고, 넘어져도 일어나고, 종착지까지, 그곳이 어디든 끝까지 갈 것이다. 그것이 가장 두렵지만 나를 사랑하기에 하는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