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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뭇잎 Oct 31. 2024

게임] DEATH STRANDING

by 코지마 히데오

인류 멸종 직전의 지구. 지형과 환경이 적당히 낯설어 신비함과 친숙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끝없는 전투, 끝없는 성장!"


이런 카피를 쓰는 흔해 빠진 자동전투 게임의 광고 배너를 볼 때 나는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혼자서 낯이 뜨거워지곤 한다. 도대체가 아무런 미학도 철학도 없고 심지어 최소한의 능동성마저 잃은 행위를 끝없이 한다 한들 그로 인해 얻을 것이 무엇이겠는가? 현실에서 돈 벌어서 핸드폰 속 캐릭터 혼자 신나게 놀도록 계정비, 가챠비, 전기세, 휴대폰 할부금을 계속 내주는 것이 정말 즐겁단 말인가? 하물며 성장이라니? 글쎄 나는 이런 행위에서 전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데, 어쨌든 아무리 즐거운 이야기도 결국 끝은 있어야 한다. 끝없이 즐거운 건 마약이나 tv 쇼 프로나 도박 같은 것들밖에 없는데, 이런 일들이 본래 목적의 충분조건에 도달한 이후에도 끝없이 지속된다면 결국은 돈 낭비,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보통 이 셋은 세트다.) 그 이상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게임 개발자라는 직업이 예술인으로서 사회적인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저런 말들로 소비자를 현혹해서는 안 된다. 모험은 끝나야 하고 유저는 현실로 돌아와야 하며 그 결과로 인해 유저의 삶이 진정으로 더 건강하고 행복해져야 한다. 그래야만 게임에 대한 편견과 오래된 인식들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그리도 끝없이 전투를 하고 싶은 걸까? 사람들은 이제 게임을 하는 것도 피곤하고 힘들다면서 자동 전투 게임을 한다. 덕분에 주인이 보던 안 보던 휴대폰 속 '영웅'들이 쉴 틈 없이 누군가를 쏘고 죽이느라 게임계에는 평화가 찾아올 날이 없는데 나는 이런 휴대폰 주인들에겐 제발 부탁이니 힘들면 그냥 산책을 하거나 낮잠을 자라고 권하고 싶다(나는 심지어 이런 캐릭터들을 영웅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못마땅하다.). 게임이 언제부터 하기 힘들다고 구경이나 하는 것이 되었던가? 게임이란 능동성을 특장점으로 가진 문화였다. 그러나 게이머들은 이제 피로함 때문인지 게으름 때문인지 몰라도 게임이 가진 본질로부터 점점 멀어져 간다. 그래서 코지마 센세가 참 개발자로서 작금의 행태를 도저히 참지 못하고 비난과 조롱을 감수해가면서까지 이 게임을 만들어 내놓은 것이다! 그러니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다시 해 봅시다. 걷는 것부터.


편안함과 친절함. 조금 요상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 이 두 단어가 개인적으로는 게임을 개발하면서 가장 지긋지긋하다. 정말 아름다운 의미를 가진 이 두 낱말이 최소한 게임계에서만큼은 곡해되어 사용되는 시대에 와 있는 것 같다. 가령 이렇다. 우리의 두 다리가 있는 것은 걷기 위해서이고 걷다가 힘들 때 어딘가에 앉아 쉰다면 편안해진다. 누군가 우리를 차에 태워 목적지까지 편안하게 이동시켜 준다고 생각해 보자. 이 친절함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일단 걷기 시작한 이후의 일들이다. 두 다리가 있음에도 걷지 않는다면 그 이상의 것들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이제는 현실에서 걷는 것은커녕 게임에서조차도 걷기 힘들다고들 한다. 다들 사는 게 고단하다 보니 하루 종일 누워서 쇼 프로나 틀어놓고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며 핸드폰 속 자동 게임이나 들여다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휴식은 게으름과는 분명 구분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엄살과 게으름은 만성이 되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망친다. 어차피 얻고 잃는 것들은 모두 각자의 것인데 왜 이런 소리를 하냐고? 글쎄... 아마도 낭비되는 것들이 아깝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런 삶을 살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캐릭터 디자인



지금은 그야말로 콘텐츠의 대 풍요 시대다. 스팀이나 넷플릭스에 빠져서 한 평생을 보내도 지루할 틈이 없을 것 같은데, 앞으로도 이러한 문화적 풍요는 고도화 일변도 일 테니 게임 개발자로서 한편으로는 큰일이다 싶다. 이런 상황에서 전례 없이 식욕이 왕성해진 소비자들은 문화 경험적 한계효용에 순식간에 도달하게 되고, 그로 인해 창작을 하는 사람들은 더욱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공들여 제작한 모든 컷을 보여줄 기회가 공평하게 제공되는  영화나 소설은 나은 편이다. 게임 안에 정성껏 만들어 놓은 콘텐츠와 배경 미술, 작은 소품들이 필연적으로 유저들에게  눈길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지나쳐지게 됨을 생각하면 말이다. 눈길은 언감생심 심지어 이제는 많은 게임들이 앞서 말했듯 아예 조작 없이 자동으로 진행되도록 방치된다. 그 와중에 안목들은 또 좀 높은가? 기술적으로든 내용적으로든 최고의 성취를 이룬 몇몇 작품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게임들은 출시와 함께 욕이나 먹는 게 일이다. 개발자들도 물론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알다시피 최선이란 돈 아니던가? 개발사는 그 돈을 회수하기 위해 또다시 욕먹는 것을 각오하고 속이 뻔히 보이는 과금 모델을 탑재할 수밖에 없다. 결국에 이것은 승자가 없는 치킨 게임이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통제력을 잃고 데이터와 자본을 허상의 세계 속에서 충돌시켜 파괴하는 이런 행위로 몇몇은 꽤 이익을 볼 수 있었을지 몰라도 그 외 나머지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이런 무절제와 바보짓을 또 다른 바보짓으로 해결한 사례도 있다. 높은 난이도로 이름 높은 다크소울을 플레이한 유저들은 게임 내의 모든 지역을 샅샅이 탐색하고 모든 보스와 수시로 만남으로 인해서 개발자를 기쁘게 했던 것이다. 이 게임 속의 모든 미술과 사운드와 콘텐츠와 시스템은 그야말로 버려지는 것 없이 사용되었다. 용감한 사람들은 욕설이 나올 정도로 고단한 여행을 위하여 기꺼이 시간과 돈을 지불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고단한 짓을 왜 하느냐고? 사실 모든 고단한 행위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강도 높은 운동을 취미로 삼는 사람들 중 많은 수가 평소 운동은커녕 가까운 거리를 걷는 것도 싫어하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힘들어 보이는 운동도 실제로 해보면 재미와 성취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 그러니 이제 터놓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명백히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에도 하지 않는 자들은 모두 게으름뱅이이자 엄살쟁이 들이다. 그러니 짐을 잔뜩 지고 비틀거리며 출발한다고 해도 너무 불평만 가지지 말자. 발밑을 신경 쓰며 천천히 걷다 보면 많은 풍경들을 볼 수 있으니까...



근데 설명은 듣고 가야지.



워킹 시뮬레이터라는 장르가 게임으로서 인정받고 있듯이 어떤 가상의 세계를 단지 걷거나 이동하기만 한다는 것은 게임적으로 전혀 문제가 될 요소가 없다. 이 작품을 장르적으로 보자면 오픈월드에 워킹 시뮬레이터와 샌드박스를 적절히 끼얹은 모양새를 하고 있는데 코지마 히데오라는 이름으로부터 블록버스터 액션 어드벤처를 연상하는 사람들은 이런 장르적 생소함과 애매함에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해본 바로 이 게임은 새로운 느낌을 줌과 동시에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게임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그리고 세간의 평가도 나와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이러한 평가로 인해 아직도 불편할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겠지만 고집부려봤자 소용없다. 코지마 히데오는 새로운 작품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냈다.


오픈월드 게임에서 이동이란 정말 중요한 요소다. 이동이 무의미하고 지루할 뿐이라면 유저들은 각 주요 지점으로 텔레포트만 하게 될 것이고 이런 플레이 방식은 오픈월드의 가치를 크게 퇴색시킬 수밖에 없다. 필수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다루기가 어려웠던 오픈월드에서의 이동이라는 요소를 레드 데드 리뎀션 2가 진지하게 고민하여 게임에 녹여냈다면 이 게임은 이동 그 자체로 게임의 모든 것을 완성했다. 알고 보면 모든 사건은 무언가의 이동으로 설명된다. 그것이 사람이건 마음이건 물건이건 간에, 무엇인가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동함으로 인해 사건이 생겨나고 그 사건이 대화와 감정으로 꾸며져 이야기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동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에는 충분하다. 그래서 나는 이런 관점을 가진 게임의 등장을 상상해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빨리, 그것도 코지마 감독의 손에 의해 이렇게 근사한 모습으로 탄생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요즘같이 게임의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순간에 게임의 시작점에 서서 지향점을 제시하는 이 게임은 의미 없는 짝퉁들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아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새로운 시도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점에서 코지마 감독이 가진 책임의식 또한 높게 평가하고 싶다. 많은 자본을 가진 대형 게임 업체들조차 수익성을 이유로 도전에 인색한데, 코지마 감독은 업계의 선도적 인물로써 이번 작품을 통해 모범을 보임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그들을 꾸짖고 있는 것이다. 양심이 있는 업체들이라면 반성하고 이러한 정신을 본받도록 하자.



그래픽은 흠잡을 곳이 없다. 디자인과 묘사가 모두 훌륭하다.



이 게임은 미술적으로도 아주 인상적이다. 밤낮이 없고 저승과 연결된 유령들이 비와 함께 출몰하는 적막한 세계가 마치 외계의 어떤 행성을 탐험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며, BT와 조우하고 거대한 크리쳐가 소환되고 사멸하는 장면들, 저승과 해변이 가지는 메타포와 묘사는 감탄할 만큼 멋지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절제된 음악과 함께 연출된 이런 멋진 장면들을 각본이 완벽하게 조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유감스럽게도 코지마 감독이 디렉터로서는 매우 유능하지만 각본가로서는 별로라고 생각한다. 그가 만들었던 작품들이 모두 미술과 음악에서 대단한 성과를 거둔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각본이 그의 유일한 약점 같기도 하다. 제작 당시 화제를 모았던 화려한 캐스팅의 배우들은 작품 안에서 본인들의 연기력을 보여줄 기회를 그다지 잡지 못한다. 주로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해 진행되는 평면적 대화들 속에서는 진실한 감정을 끌어내기가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말 아쉬운 것은 그 세계관 자체는 상당히 흥미롭다는 것이다. 그 안에서 종말과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배송이라는 물리적 행위에 녹여낸 점도 재미있었고 그 과정에 사용한 샌드박스적 요소들과 비동기 멀티플레이 역시 굉장히 설득력이 있었다. 내가 정한 배송 루트 사이사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내가 누군가를 도왔다는 기록들을 전달받는 것은 정말 독특한 게임 플레이 감각을 제공한다. 꼭 필요한 순간 나타나는 다른 사람의 구조물이나 이동 수단에 의해서 내가 세운 계획이 정확히 실행될 때의 감각이란 단연코 지금까지의 다른 게임에서는 여태껏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들이 좀 더 집중력 있게 진행되는 각본을 따라갈 수 있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다. 아마 이 게임을 하는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은 스토리를 이어나가기보다는 배송지역들을 연결하는 샌드박스 요소를 더 중점적으로 플레이했을 텐데, 이것은 메타게임 설계적으로도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토리의 집중력이 떨어져서 좋을 것도 없다. 배송을 아무리 해도 어차피 홀로그램에게 잘했다는 칭찬을 듣는 게 전부다 보니 게임 후반부가 되면 아무리 잘 짜여진 메타게임이라 해도 결국 단조로움에 지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각 지역에 흩어져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각 도시가 연결되어 변화하는 모습들이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되었다면 플레이어가 끝까지 게임 속에서 목적의식을 유지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마치 요즘 시국이 극한까지 치달은 세계인 양 게임 속에서는 실제 사람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는데, 연결과 재건이라는 핵심 주제에 좀 더 효과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살아있는 인간과의 상호작용이 좀 더 필요했을 것 같다.


각본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문제점을 지적했으니 굳이 자세히 덧붙이고 싶지는 않다. 말해 무엇하랴... 단지 좋은 이야기란 흥미와 설득력이며, 표현이라는 것은 최소한 경험한 것들로부터 탄생되었다고 여겨져야 한다는 것만큼은 이야기해 두고 싶다. 그러나 코지마 감독의 컷신과 대사에서는 이러한 현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모든 인물들의 대사가 단 하나의 인격으로부터 작성된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살아있는 캐릭터들이란 그래서는 안된다. 만약 자신이 좋은 이야기꾼인지를 확인하고 싶다면, 혹은 좋은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면 시간을 따로 내서라도 가명으로 단편 소설들을 써서 문학 공모전에 출품하거나 웹에 연재하는 활동들을 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그러면 본인의 능력에 대한 현실감각을 가지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장면은 정말이지 더없이 상투적이다.


도대체가 의미를 알 수가 없다.


귀에서 피나는 중


그리고 계속되는 악취미


사나이들 간의 주먹다툼에 로망이 있다면 게이머들에게 의미 없이 ㅁ을 누르게 하지 말고 근처 복싱 체육관에나 다니기를 추천한다.


결국 이 게임에서 가면이란 맥거핀에 불과한 것인가?



어쨌든 우려했던 것보다는 훨씬 좋은 경험을 준 이 작품에서 좋고 싫었던 점들을 몇 가지 더 적자면,


1. ui 동선의 최적화가 완벽한 것 같지는 않다. 예를 들어 개인 사물함과 재활용 인벤토리로 아이템을 이동시키는 경우가 각 상태 인벤토리에서 동일하게 처리되지 않는다.


2. 임무를 받을 때 제작 메뉴와 차고 메뉴가 자동으로 따라오는데 불필요한 경우가 많다. 인벤토리 메뉴에서 다음 뎁스로 제작 메뉴와 차고 메뉴를 넣지 말고 사용할 일 있을 때만 창을 호출하도록 인벤토리에 포함되는 팝업 형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다.


3. 배송 결과 창 보는 시간이 너무 길다. 기본적으로 핵심 결과만 한 페이지에 표시하고 자세한 결과 보기를 원할 때만 추가 ui로 보여주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나는 항상 자동 넘기기를 켜 놓았다.


4. 각 배송처나 국도 건설 장비 등에 차량에 있는 화물을 직접 이동시킬 때 어느 정도 범위 안에 차를 주차해야 하는지가 모호하다. 어떤 때는 아주 가깝게 차를 댔는데도 해당 메뉴가 뜨질 않는다. 해당 영역이 표시되던지 아니면 자동차에 단말기 연결 아이콘이라도 표시해 주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나는 그래서 각 배송처에 도착하면 차를 정문에 거의 박아 버린다.


5. 내가 받는 '좋아요'를 게임의 재미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용할 수 있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예를 들자면 자신이 타고 다니는 운송수단이나 집라인의 스피드 부스터의 연료로 '좋아요'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게임 후반부 노가다 시간도 단축되고 그로 인해 '좋아요'를 받는 행위도 더 가치있게 느껴질 것이다.


6. 의뢰를 받고 나서 배송 물품을 인벤토리에서 확인할 때 각 배송 물품의 목표지점이 어디인지를 좀 대문짝만 하게 표시해 줬으면 좋겠다.


7. 집라인에서 내릴 때 카메라 위치 바뀌는 것이 짜증 난다. 원래 내가 보던 뷰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 좋다.


8. 총기류를 사용할 때 탄약 개념을 따로 가지지 않고 총기에 탄약까지 포함된 패키지 형식으로 사용하고 버리는 것이 의외로 느낌이 좋았다.


9. 차량에 물건을 실을 때 적재 공간을 보기 좋게 표시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한꺼번에 많은 배송 물품 세트를 적재할 때는 차량에 남은 적재 공간이 충분한지를 알기가 힘들다.


10. 본인의 피를 이용하는 블러드 그레네이드와 혈액 탄환, 혈액팩이라는 개념이 처음에는 매우 유난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플레이가 거듭될수록 오히려 다른 게임들에서 생명력과 관련지어 설정되는 여타 아이템들 보다 직관적이고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11. 해변에서 스탭롤이 올라가는 시퀀스는 아마도 역대 최악이라는 데에 많은 분들이 동의할 것이다. 유감스럽다.


12. 이번 작품에서 각 인물과 개념들의 네이밍이 직관적으로 되어 있는 점은 참 마음에 든다. 그러나 그 이름에 대해서 구구절절 설명하는 부분(심지어 캐릭터 본인 스스로)은 또 마음에 들지 않는다.


13. 밤,  낮이 없다면 지구는 자전을 멈춘 것일까? 시비 걸려는 의도 없이 그냥 순수하게 궁금하다.



절묘하게 끼어버린 순간들



지금 아무리 과체중에 피로로 허덕이는 사람이라도 처음 걸음을 떼던 어린 시절에는 나가서 뛰어노는 것을 즐거워했을 것이다. 다리에 힘이 생겨 몸을 마음대로 컨트롤하기 시작할 때의 그 즐거움과 설레임. 뒤뚱거리며 걷던 첫걸음. 이 작품은 걷는다는 행위를 바탕으로 게임이라는 문화가 가지는 아주 기초적인 특성들을 다시 돌아보며 유저들에게 능동적 참여를 요구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다른 이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다른 세상과 연결되기를 촉구한다. 거기에는 순위도, 경쟁도, 아무런 이해득실도 없다. 해야 할 일은 단지 어려울 때 도움을 받고, 도울 수 있을 때는 누군가를 도우며 목표지점을 향해 한걸음 한 걸음을 내디딜 용기를 가지는 것뿐...


각본 때문에 하나 더 까고 싶지만 선구자 정신을 높이 사 참도록 하겠다.


오픈월드는 역시 직접 걸어야 제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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