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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들 Feb 23. 2023

시쓰고 가끔 그림도 그려요

가을의 눈맞춤

가을의 눈맞춤  /  나들



숨쉬는 모든 것이

나직이 나직이

가장 아래를 향해 몸을 낮추고


수줍음 다한 노을도

아래로 아래로

가만히 내려앉아 물가에 닿는다.


침잠하는 고요.

들릴 듯 말 듯 한

조심스런 호흡


숨쉬는 소리조차

거슬릴까 하여

없는 듯 눈을 감네.


낮은 음계로 속삭이는 가을,

나는 이름모를 누군가와

눈맞춤 하고 싶다


이 가을의 빛깔과

곧 사라질 것들의 반짝이는 순간을

아는 누구여.


숨겨두었던

사연많고 짙은 눈동자를

나에게 보여주오.


끝없는 바라봄과 함께

마주친 두 눈.

두 손을 꼬옥 맞잡고


저 가을의 가장 끝자락에  누워

한없이 바라보다

숙명처럼 소멸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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