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부러워하는 방법을 깨달았다.

부러움과 비교의 대상을 정확하게 파악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by 푸들

새벽에는 ‘감히’ SNS를 할 생각을 말라는 글을 본 기억이 있다. 아마도 새벽 감성에 취해 오글거리는 글귀를 늘어놓으며 흑역사를 생성하거나 괜한 감정에 휩쓸려버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판도라가 왜 상자를 열었겠는가? 인간은 그 지독한 호기심을 절대로, 절대로 이겨낼 수 없다. 나 또한 지극히 인간적이라서 하지 말라는 것은 더 하고 싶어지는 청개구리병이 도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날도 자기 전에 누워 오랜만에 인스타그램에 접속해 귀여운 강아지 사진들을 보면서 힐링한다는 제1목표를 제쳐두고 샛길로 빠져 지인들의 근황을 확인하다가 현타가 아주 제대로 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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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지인(‘A’라고 하겠다)의 인스타를 구경하면서 시작되었다. 한동안 SNS에서 멀어졌었기 때문에 A가 업로드 한 사진과 그에 덧붙여진 근황을 읽으면서 재미있게 구경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사진에서 멈칫 하게 되었다. 그 사진에는 A와 내가 함께 아는 지인(‘B’라고 하겠다)의 댓글이 달려 있었고, 나는 3년 만에 근황을 접하게 된 B가 반가워 안부라도 묻고자 태그를 타고 그의 SNS 계정으로 접속했다. 예쁜 것들을 좋아하는 다정다감한 성격의 B는 본인의 계정 또한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일상 사진들로 꾸며 놓았기에 보는 재미가 있었다. 피드를 내리며 한참을 구경하고 있던 나는 유독 한 사진에 이끌려 클릭하게 되었다. 그 사진은 B가 대학에 시간 강사로 출강 하던 때 누군가 찍어준, 열정적으로 강의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진들 속에는 학생들이 적어준 편지들을 비롯한 선물들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사실 가볍게 생각하면, ‘아 요즘 대학 강단에서 강의하고 있나 보네.’라며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는 사진이었다. 하지만 이 사진 한 장이 나에게 불러온 파장은 결코 작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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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에 본 사진 때문에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져 밤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아침을 맞이한 나는 곧바로 남자친구(날 보이스피싱의 소용돌이에서 구해줬던 그 - <나 또한 헛똑똑이었다> 참고)에게 전화를 걸어 푸념을 늘어놓았다. 지금으로부터 머지 않은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당시 나의 처지는 지금보다도 훨씬 불안정하고 볼품없었다. 돈이 없어서 불안정하고 힘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존감이 너무 낮아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이 길이 정말 맞는 건가. 내가 안 되는걸 아집으로 붙잡고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빠져있기 일쑤였다. 그러던 와중에 한때 동고동락 하며 비슷한 처지였던 B가 불과 2년 사이에 저렇게 남들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바닥까지 떨어진 자존감이 땅을 뚫고 내핵까지 파고들어갈 기세였다. 그래서 자칭 ‘내 자존감 지킴이’라고 하는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당연히 위로와 함께 따스한 격려의 말이 터져나올 거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그는 되려 충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네 꿈이 시간 강사나 대학 교수야? 너 남들 가르치는 것에는 딱히 흥미도 재능도 없는 것 같다고 그랬었잖아.”


엥?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내 꿈이 교수나 강사냐고? 당연히 아니지! 그의 뚱딴지 같은 질문에 곧바로 “그런 꿈 꿔본 적도, 생각해본 적도 없어”라고 대답했다.


“그래. 그럼 네가 되고 싶은 건 시간 강사도 교수도 아니야. 그럼 너는 그 사람을 부러워 할 필요가 없는 거야. 너는 시간 강사가 되고 싶어서 출강하고 있는 그 사람의 모습이 부러운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 받으면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 사람의 모습이 부러운 거잖아. 그래서 그렇지 못한 네 처지가 불만인 거잖아? 그럼 정답은 하나네. 너도 사람들 앞에서 네 이야기 하는 거 좋아하니까 네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에서 성공해서 인정 받은 후에 그 사람처럼 남들 앞에 보란 듯이 나서서 이야기 하면 되겠네.”


부메랑처럼 돌아온 그의 말은 나의 허를 찔렀고, 나는 반은 허무한 마음, 반은 기쁜 마음으로 나에게 깨달음을 선사해준 남자친구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생각해보면 남자친구의 말이 정말 맞다. 나는 내가 시간 강사로 출강해서 후배들 앞에서 ‘교수님, 교수님’ 소리를 듣고 다니는 지인의 그 모습을 부러워한다고 생각했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러워하면서도 혼자 ‘열폭’했던 이유는 전혀 모르는 타인들에게 ‘인정’ 받으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뽐내는 그 모습’ 자체를 부러워했던 것이다. 지금의 나에게는 없는, 자신감 있고 자존감 넘치는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 그 자체를 부러워했던 것이었다.




이 일이 있은 후 오래 지나지 않아 친한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친동생 이야기를 꺼내며, 동생이 요즘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아 보여서 덩달아 걱정된다고 했다. 그래서 자세한 내막을 들어보니, 하고 싶은 게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적에 맞추어 전공을 선택한 후 대학에 진학한 탓에 이제 와서 ‘이 전공 공부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맞나?’라는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동시에 주변 동기들은 자기 목표가 뚜렷해서 졸업하고 어떤 분야로 어떻게 가고 싶은지 정해서 신나게 공부를 하는데, 자신만 목표도 뭣도 없는 것 같아 그저 동기들을 부러워하면서 괴로워하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전해들은 이야기라 친구 동생의 더 자세한 생각과 고민은 알 수 없었지만, 친구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몇 달 전의 내가 오버랩 되어 도저히 입을 떼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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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말 하나도 참 조심 해야 하는 시대니까… 그래서 남의 일에는 함부로 조언이나 참견 잘 안 하는데, 서로 다 아는 사이이기도 하고 나도 겪고 지나갔던 일이라 그냥 내 생각만 조금 말해볼게. 나도 몇 달 전에 똑같이 현타 오는 시기가 있었어. 그 때 나도 남들 보면서 부러워만 하고 ‘친구들 다 취직해서 부모님 용돈 드리고 해외여행도 가고 결혼 준비도 하면서 제 몫 잘 하면서 살아가는데 나는 아직까지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 때문에 남들하고 계속 비교만 했어. 그리고 비교하면서 부러워했고. 근데 내가 한 가지 착각하고 있는게 있더라. 나는 내가 해외 여행 가서 예쁘게 인생 사진 남기고, 부모님 환갑 때 용돈 두둑하게 드리고, 남자친구랑 행복하게 결혼 준비 하는 친구들의 그런 모습을 부러워하는 줄 알았다? 그리고 내가 그런 것들이 하고 싶은 줄 알았어. 근데 아니더라. 내가 하고 싶은 게 당장 결혼하거나 해외여행 가는 게 아닌데도 걔네를 부러워하고 있는 거야. 생각해보니 나는 무엇이 되었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해내고야 마는’ 그런 모습들,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몫을 착실하게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되는 그 모습들이 부러웠던 거지. 그 때 내 처지는 그렇지 못했으니까. 만약 당시에 내가 본 사진들이 저런 사진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사진들이었어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해내고야 마는’ 사람들에 대한 것들이었다면, 난 그래도 부러워 했겠지. 그게 내가 궁극적으로 부러워하는 모습이니까. 단지 내가 조금 더 현타가 오는 이유는 그 사진 속 대상들이 내 주변 사람이고 가까운 사람들이라 더 크게 다가오는 것 뿐이고.


네 동생도 마찬가지일거야. 동기들이 부러운 이유는, 스스로 좋아하는게 뭔지 알고 또 그래서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지 않고 있는, 그 ‘확고한, 확신에 찬’ 모습이 부러운 거지. 그런데 지금까지는 정확히 ‘무엇을’, ‘어떤 모습을’ 부러워하고 있는지 그 <부러움의 대상>에 대해 잘못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괴로워 했을 수도 있어. 한 마디로 ‘잘못’ 부러워하고 있었던 거지.


나한테도 다 지나간 이야기니까 지금에 와서야 이렇게 이야기 하는데, 다 때가 있더라. 어떤 사람한테는 운이 빨리 트여서 때가 빨리 오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한테는 조금 늦게 오기도 하더라고. 근데 중요한 건 누구에게나 늦든 빠르든 한 번 쯤은 때가 온다는 거지. 그러니까 네 동생도 지금은 진로 때문에 고민하지만, 조금 늦더라도 확실하게 좋아하는걸 찾아서 진로를 정하면 그 때야말로 날개 달고 다른 애들보다 더 멀리, 높게 날아갈 수도 있어.”




내가 뭐라도 된 것마냥 잘도 떠들어댄 것 같아 말을 마친 후에는 부끄러움이 물밀듯 밀려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경험으로 말미암아 아끼는 친구의 동생에게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했다. 그리고 웃자고 한 마디 덧붙이자면, 이런 일들을 글로 남기는 것 또한 나와 같은 고민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은 마음 반, 남들 앞에서 자기 이야기에 빠져 잘난 듯이 이런 저런 이야기 늘어놓기를 좋아하면서도 아직은 깜냥이 되지 않아 못하고 있기에 터놓을 곳이 이 곳(=브런치) 밖에 없어서라는 마음이 반이다.


세상에는 부러워 할 대상이 참 많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에게 없는 것을 어떻게든 찾아내어 갈구하고 또 가지고자 하기에 이 놈의 부러움이라는 감정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분명하게 말하고 싶은 것은 있다. 부러움은 나쁜 감정이 아니다. 부러움에서부터 비롯되는 시기, 질투도 다른 사람과 사회에 해악만 끼치지 않는다면 스스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데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분명 있다. 그렇기에 부러움과 그에 수반되는 감정들을 너무 나쁘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하라! 오히려 쿨-한 인정이 때로는 나 자신을 한층 더 멋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기도 하니까. 그리고 진짜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부러워하더라도 우리 ‘제대로’ 부러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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