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소회

그에게 '나를 위한 인생' 사는 법을 배웠다.

발상의 전환이 주는 마음의 여유

by 푸들

“쌍둥이 동생이 저보다 잘 나가서 자꾸 비교 당해요. 그래서 괴로워요.”


“아이고, 그래요? 잘 됐네~ 동생이 잘 나가면 거둬 먹일 일 없으니까 좋은 건데 답답한 소리를 하시네. 동생이 안 되면 내가 다 거둬 먹여야 돼요~ 내가 거둬 먹이는 것보다 내가 기대는 게 나한테 더 편한 거지!”




유튜브에서의 요즘 트렌드는 ‘옛날 예능’, ‘옛날 드라마’다. 지금은 종영했지만 과거에 인기 많았던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포인트만 딱딱 짚어서 짧게 편집한 후 10~15분 정도의 영상으로 유튜브에 업로드 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 관음증 환자인 줄 아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올 정도로 관찰형 예능이 지상파, 종편 할 것 없이 TV를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에 인기 많던 프로그램들을 무료로, 그것도 재미있는 포인트만 딱! 딱! 짚어내어 떠먹여 주는 클립 영상들은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IPTV에서 재방송을 볼 때도 전체적인 줄거리와 관계 없는 부분 혹은 지루한 부분은 빨리 감기로 후딱 넘겨버리고 재미있는 부분만 보면서 시간 낭비를 하지 않는 것이 가성비를 극도로 따지는 현대인들의 습성인데, 하물며 몇 초의 광고만 봐주면 빵빵 터지는 영상들을 무료로 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유튜브만큼 남는 자투리 시간을 재미있게 채워줄 수 있는 게 있을까?


유튜브에서 조회수 높고 좋아요 많은 인기 동영상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 영상으로 뜨기 마련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추천 영상으로 <무한도전>, <천국의 계단>, <보고 또 보고> 등 각종 프로그램들의 클립 영상을 접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해당 영상이 올라오는 시간을 알람으로 맞춰놓고 기다려 볼 정도다. 이렇게 재미있는 영상들을 보고 있노라면, 간혹 한 개그맨 때문에 깜짝 깜짝 놀라곤 한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인생 철학에 박수와 환호를 보내곤 하는데, 당시에는 부각되지 않았던 것이 몇 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요즘의 사회 상황과 맞물려 ‘인생 조언’으로 뜨기 시작하면서 “역시 명수옹은 명언 제조기!”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가 되었다.




얼마 전 보던 무한도전 영상에는, 고민을 가지고 무한도전 고민상담소를 찾아온 일반인들에게 고민상담과 더불어 멤버들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부분이 담겨 있었다. 다른 멤버 유재석 같으면 유느님, 바른 생활 사나이라는 수식어 답게 적절한 위로와 함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했을 것이고, 정준하나 하하 같은 경우에는 약간은 백치미 있으면서도 발랄하고 재미있는 답변을 내놓았을 것이다(클립 영상이라 다른 멤버들의 자세한 모습은 나오지 않아 추측할 뿐이다). 그러나 “엄마가 저와 방송국에서 PD로 일하고 있는 쌍둥이 동생을 자꾸 비교하는 나쁜 기억 때문에 힘들어요.”라는 고민녀의 말에 박명수는 두 번 생각도 하지 않고 “잘 됐네! 동생이 잘 나가면 거둬 먹일 일 없으니까 좋은 건데 답답한 소리를 하시네. 동생이 안 되면 내가 다 거둬 먹여야 돼요~ 내가 거둬 먹이는 것보다 내가 기대는 게 나한테 더 편한 거지!”라며 호쾌한 답변을 내놓았다. 아주 짧은, 1분도 채 안 되는 분량 속에서의 박명수를 보며 ‘역시 박명수다!’라는 생각과 함께 일상에서의 발상 전환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명언제조기, 명불허전 박명수다.


우리는 늘 나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다. 상식적으로 ‘내’가 ‘나’인데, 어떻게 처음부터 나를 떠나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모든 것을 나의 입장에서, 내가 처한 상황에서 먼저 생각하게 되고, 나의 이 모든 고민과 걱정거리, 내가 처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된 것들이 모두 나를 불행하게만 만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박명수가 명쾌하게 던졌던 답변처럼, 나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것에서 조금 벗어나 발상을 전환하면, 나를 불행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던 나의 주변 환경과 나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사실은 나에게 그리 나쁜 조건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에서 짧은 글을 하나 본 적 있다. 형제 있는 집에서 부모님이 유독 막내들을 사랑하는 것은, 막내라서 귀엽고 애교 많고 그 자체로 사랑스럽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막내는 세상에 태어나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다른 형제들보다 가장 짧기 때문이라는 글이었다. 나는 막내가 아닌 장녀이지만, 이 글을 보고 괜히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한편으로는 엄마의 남동생 편애가 (실제로 저런 이유에서 엄마가 남동생을 편애 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만큼 서운하거나 아쉽게 다가오지 않게 되었다. 그만큼 나는 동생이 태어나지 않았던 그 시간 동안, 잠시였지만 외동으로서 부모님의 사랑을 온전히 받았었고, 동생은 태생이 둘째였기 때문에 태어나면서부터 항상 나와 부모님의 사랑을 나누어 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내가 그동안 힘들다고 생각했던 나의 삶이, 불만스러웠던 삶의 조건들이 조금씩은 다른 방식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집안이 어려워 어렸을 때부터 손에 물 마를 날 없을 정도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이, 그때 당시에는 물론 굉장히 힘들고 서러웠지만, 지금의 자립심과 경제적 독립을 만들어낸 밑바탕이었다고 생각하니 그런 경험들조차 소중하게 느껴졌다. 차를 끌고 명품 백을 들고 다니는 여유로운 모습의 친구들을 볼 때마다 내가 선택한 길을 후회하고 나에게도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쳐내지 말고 꼭 붙들 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온전히 내 시간을 나와 내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데 쓰고 있고, 이것을 조금 더 많은 돈과 바꾸지 않았을 뿐이며, 나는 돈이 없는 대신 이 모든 과정과 결과물들이 온전히 내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남들과의 비교와 조급함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는 나의 이런 모습을 보고 돈 없고 어려웠던 시절을 그저 합리화를 하는 것이라며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합리화면 좀 어떤가? 인생은 항상 정확한 이치와 이론대로만 맞아 떨어지지도 않을 뿐더러, 인생에는 수학처럼 ‘정석’이 없다. 일상에서 발상과 생각을 전환해 마음이 편해지고 여유가 생기면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갈 있고, 나은 삶은 나은 나를 만들어가는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일상에서의 발상의 전환을 위해 애를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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