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소회

나 같은 사람은 나밖에 없다.

오로지 '결과'라는 일부로만 나를 판단하는 당신에게

by 푸들
“너만큼 하는 사람, 여기저기 널렸어. 너 말고 다른 사람들도 다 ‘열심히’ 해.
그런데 중요한 게 뭔지 알아? ‘열심히’는 소용없어. 무조건 ‘잘’ 해야만 해.”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동료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그리고 이 말을 수긍할 수 없었고 머리로조차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나는, 화장실에서 손바닥에 피가 맺힐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 울음을 참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일이 익숙해지니 과거에 동료가 했던 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아니, 말을 바꿔서 해야겠다. 그의 말에 담긴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기보다는 그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하고 있는 일에 이미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신입의 발버둥이 안쓰럽고 가엽게 느껴지기보다는 ‘언제 가르치나…’의 귀찮음과 짜증이 크게 다가올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간혹 내가 잘 아는 분야, 잘 하는 분야에 대해 아직 미숙한 타인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야 할 때면 답답함이 밀려온다. 그럼에도 나의 올챙이 시절을 생각하면 결국 웃으며 가르쳐 줄 수밖에 없게 된다.


사회생활 하면서 힘들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내가 뭐라고, 모두의 노고를 치하할 수는 없지만 인정하고 이해할 수는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안에서, 특히 결과물로 판단 받는 전쟁터 속에서 대부분의 경우에 '결과 중심주의'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담긴, 과정 속에 녹아있는 한 사람의 열정과 노력을 봐줄 수는 없는 걸까? 비록 안타까운 결과, 원하던 결과는 얻지 못했을지라도 ‘열심히’를 봐줄 수는 없는 걸까?


이 질문에 “No”라고 대답할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을 수도 있다. 그들은 세상이 만만하지 않기 때문에 이상으로만 모든 것을 좋게 보고 넘어갈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세상을 자기만족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에, 어쨌든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래서 나도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래! 나도 인정해. 나 정도 하는 사람, 나만큼의 실력 가진 사람들 널렸다는 것 말야. 그런데 그게 왜? 그럼 나도 이렇게 말할게. 나도 잘나가는 사람들, 잘 하는 사람들 만큼 노력했어. 그런데 운이 안 따라줘서 혹은 나도 모를 다른 이유로 좀 잘 안 됐어. 그래서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은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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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큼 하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고 그래서 내가 별 거 아닌 사람이라고 해도 ‘나 같은 사람은 나밖에 없다’. 그리고 나에게 네가 특별한 줄 아느냐, 너 정도 하는 사람 널렸다고 말한 당신 또한, ‘당신 같은 사람은 당신 밖에 없다’. 우리 모두 매일 아등바등 최선을 다하며 사는 사람들이기에, 각자에겐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상처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러니 다른 이의 노력과 열정 쏟음을 자신만의 알량한 잣대로 함부로 재단해 상처주지 않길 바란다. 결국엔 우리 모두 서로에게 필요하고 또 때로는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이며,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숨을 들이쉬며 사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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