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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하루 Jan 09. 2023

오늘도 환기

요 며칠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주는 어플은 내내 검은 배경에 방독면을 쓰고선 절대 외출을 하지 말라고 했다. 공기의 색이 어플에서 보여주는 색 같아 내내 환기를 미뤘다. 오늘 아침, 미세먼지 어플은 옅은 주황빛으로 바뀌었다. 반가운 마음에 집에 있는 창은 모두 열어두고 청소를 했다. 창도 모자라 방에 있는 옷장 문까지 활짝 열어 틈 없이 붙어 있는 이불 사이에 공기가 드나들게 했다.


소여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환기를 한다. 밤새 호흡하느라 내뿜은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려고, 음식을 하고 나면 음식 냄새를 없애려고, 청소를 할 때면 먼지를 내보내려고. 겨울에는 횟수가 줄기는 하지만 하루도 빼놓지 않는다.


소여사 습관 덕분에 나도 오랜 시간 창을 열고 있지 않으면 공기가 탁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냉장고에 오래 둔 음식이 변하듯 공기도 그렇게 상하는 것 같다. 창을 열고 바깥의 공기가 집 안으로 밀고 들어올 때 상쾌하다. 한껏 비대해진 집안의 공기가 바닥에 누워 있다가 깜짝 놀라 밖으로 도망간다.



'환기시키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불러일으키다'라는 뜻의 타동사로 쓰인다고 나온다. 직접 창을 열고 물리적인 환기를 하면서 내 생각과 마음까지 새롭게 불러일으킨다. 환기를 위해 몸을 움직이고, 그 참에 청소기를 돌린다. 찬 공기가 얼굴에 닿으면 부지런함이 게으름을 밀어내고 독서나 요리 같은 생산적인 일이 하고 싶어 진다.


학교에 출근을 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도 교실 창문을 활짝 여는 것이다. 마음에도 머리에도 새로움을 불러일으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 좀 더 많은 이해를, 열린 사고를, 밝은 마음을 채우고 싶은 것이다.

 

물은 고여 있으면 썩는다. 공기도 순환하지 않으면 탁해진다. 몸도 움직이지 않으면 둔해진다. 생각도 머무르면 틀에 갇힌다. 뭐든 살아있는 것은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미세먼지가 '좋음'인 날 미세먼지 어플은 파란색으로 화창함을 알려준다.


아직 겨울바람이 차갑지만 오늘도 창문을 열면서 몸과 마음이 쨍한 파랑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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