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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하루 Jan 14. 2023

달달한

떡볶이

학부모가 되어보니 알겠다. 삼시 세끼를 챙기는 부담과 스트레스를. 오늘은 소여사가 점심때 떡볶이를 해주겠다 하셨다. 한 끼 부담을 덜었으니 반가운 마음에 엄마 집으로 향했다. 현관문을 열자 매콤 달달한 냄새가 가득했다. 적당히 시장기가 돌던 차라 입에 침이 고였다.


소여사가 떡볶이가 가득 담긴 궁중팬을 두 손으로 쥐고 나왔다. 짧고 통통한 밀떡, 세모 모양으로 썰린 어묵, 뽀글뽀글 라면 면발이 빨간 양념에 골고루 섞여 있다. 끈적하고 윤기가 도는 빨간 양념이 매울 것 같은데 첫째는 벌써 후루룩 쩝쩝 먹느라 정신이 없다. 밀떡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니 생각보다 맵지 않다. 소여사에게 물어보니 케첩을 넣어서 색을 빨갛지만 맵지 않다고 했다.


내가 어릴 적 소여사는 조그만 분식집을 했다. 요즘에야 라볶이, 치즈떡볶이같이 종류도 다양하지만 소여사 분식집에서는 그냥 떡볶이 딱 한 가지였다. 가게를 열고 소여사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다닥다닥 붙어 벽돌 모양을 하고 있는 떡을 하나씩 떼어내는 것이었다. 일을 돕는다는 핑계로 가래떡을 떼어내다 말고 말랑한 가래떡을 먹곤 했다. 얇은 어묵을 꺼내 길게 썰었다가 칼날을 왼쪽,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세모 모양으로 썰고 바구니에 담아 두었다. 커다란 냄비에 멸치 친척 격인 디포리를 가득 넣고 끓여 미리 육수를 만들어 두면 준비가 끝난다.


손님이 떡볶이를 주문하면 궁중팬에 육수를 넣고 끓이다 떡, 어묵, 고추장, 설탕, 다진 마늘, 케첩을 넣는다. 양념이 졸아들고 걸쭉해지면 대파를 넣고 뒤적거린 후 타원형 모양의 접시에 담아낸다. 담아낸 떡볶이에서는 매콤한 고추장 냄새와 대파 냄새가 피어난다. 포장마차처럼 떡볶이를 미리 만들어놓고 떠주는 게 아니라 주문 즉시 만들어 낸 따뜻함 때문인지 소여사의 떡볶이는 꽤 인기가 있었다.




그때의 소여사는 타인을 위해 떡볶이를 만들었다. 지금은 손주들을 위해 떡볶이를 만든다.

육수를 내는 데 더 오랜 시간 공을 들이고, 맵지 않게 케첩과 물엿을 넣은 달달한 떡볶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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