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이니까, 찰밥

배달 온 찰밥

이틀 전 공연을 보러 가는 길에 보았다. 동그랗게 차오르려는 달을. 보름까지 이틀 남았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한 입 배어문 듯 살짝 덜 동그란 쪽이 보였다. 며칠 전 달력을 보며 보름을 세어보던 소여사가 떠올랐다.

오늘 아침, 핸드폰에는 '우리 엄마'라는 글자가 보이며 벨이 울렸다. 찰밥을 해서 가져다준다는 거였다. 소여사는 식탁에 가져온 통 두 개를 열었다. 스테인리스 통은 아직도 따뜻했다. 찰밥이 두 가지인 것에 한 번 놀라고, 찰밥 양에 또 놀랐다.

큰 콩이 들어있지만 하얀 찹쌀이 더 많이 보이는 건 아이들 몫, 팥이 들어 전체적으로 붉은빛이 도는 것은 어른 몫이다. 콩이나 팥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흰쌀만 먹으려고 해서 그렇다. 나는 팥이 씹히는 어른 버전 찰밥이 더 좋더라.

소여사는 저녁에 찹쌀을 미리 불려놓고 아침에 콩, 팥을 넣고 소금과 설탕 등으로 간을 하여 쪄낸다. 레시피는 한 줄이지만 준비 과정부터 찌기까지 손이 가고 시간이 꽤 걸리는 음식이다. 소여사가 찰밥을 자주 하는 이유는 당연히 아이들이 잘 먹기 때문이다. 달달하고 쫀득쫀득한 식감 때문인지 다른 반찬이 없어도 아이들은 찰밥을 잘 먹는다. 찰밥, 김, 김치만 있으면 맛있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소여사는 찰밥을 할 때 한 번 먹을 양을 하지 않는다. 한 번에 4Kg짜리 찹쌀 한 봉투를 다 쓰신다. 여러 번 냄비를 올려 많은 양을 해낸다. 아이들이 잘 먹기 때문에 소분하여 냉동실에 넣어 두고 아이들이 입맛이 없어하거나 마땅한 반찬이 없을 때 요긴하게 끼니를 때운다.

냉동되어 있던 것을 꺼내 먹을 때는 미리 꺼내두고 해동을 한 다음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전자레인지에 짧게 돌리고 꺼내서 숟가락으로 뒤적이며 2~3번 정도 돌려주면 갓 찐 찰밥처럼 쫀득쫀득 맛있다. 미리 해동을 하지 못했을 때는 찜솥에 삼발이를 놓고 찰밥을 찐다. 해동하지 않고 쪄낸 찰밥은 물기가 많아 밥알이 흩어지고 흐물거린다. 그럴 땐 삼발이째 찰밥을 꺼내어 몇 분 식히면 다시 쫀득한 찰밥이 된다.

---

며칠 전부터 찰밥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고, 저녁에 찹쌀을 불리고, 아침부터 여러 번 냄비에 쪄냈을 수고로움이 느껴져 소여사에게 미안해진다.

소여사 덕분에 모르고 지나쳤을 정월대보름을 쇠게 되었다.

찰밥도 먹고 땅콩도 먹고, 올 첫 보름달을 보며 소원도 빌어야겠다.

음......무슨 소원을 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