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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그녀 Jul 11. 2020

이제 막, 엄마가 된 당신에게

- 아이와 함께 하게 될 무수히 많은 처음에 대해서만 생각하기로 해요

축하해요! 애썼어요.     

 

첫 아이를 출산하던 순간, 둘째 아이를 출산하던 순간을 떠올리는데 죽을 것처럼 아팠던 고통은 기억나지 않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아기가 가슴에 안기던 순간의 촉감, 얕은 울음, 미세한 숨소리 같은 것들이 떠올라서 놀랐어요.      


출산의 고통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거라고, 상상도 못 한 아픔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고통은 기억에 남아 있지 않고, 환희에 찼던 짧았던 그 순간만 기억이 생생하다니요. 

어쩐지 억울한 마음이 들 정도로 말이에요.      


아마 당신도 그렇겠지요. 

불과 몇 시간 전 까지만 해도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았는데, 막 태어난 아기가 가슴이 안기는 순간 그 고통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 버리지 않았나요. 

지난 열 달 힘들게 임신 기간을 버티던 고생을 모두 보상받은 것처럼 말이에요.      


아직 회음부가 아파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화장실을 가는 것도 힘들지만 그런 것쯤 어때, 하는 마음이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아직 ‘엄마’라는 게 실감 나지 않겠지만 괜찮아요. 

당신은 정말, 엄마가 된 거예요. 부르기만 해도 울컥하는 그 이름을 이제 당신도 갖게 되었어요. 

두려움과, 설렘을 동시에 느끼며 주변 사람들의 축하를 얼떨떨한 마음으로 받고 있겠지요.    

  

세상의 모든 축하를 기쁘게 받고, 오늘 밤만은 행복한 그 마음 그대로 잠들면 좋겠어요. 

곧 시작될 진짜 육아를 위해서 말이에요.(아마 어쩌면 당장 새벽부터 수유 콜이 올지도 모르겠지만요.)     

Image by mariagarzon from Pixabay


이제 당신은 웃음도 눈물도 많은 사람이 될 거예요. 

아이의 눈짓 한 번에 까르르 웃고, 아이의 기침 한 번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도 하는,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든 감정들을 경험하면서 아이라는 존재가 주는 경이로움에 놀라게 될 거예요. 

저는 당신이 그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좋겠어요.      

웃음이 날 땐 웃고, 눈물이 날 땐 울고, 그렇게 말이에요. 

그래야 시시때때로 알 수 없는 불안과, 우울과 마주하게 될 당신의 감정도 이상한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걸 받아들일 수 있을 거예요.      


엄마가 된다는 건, 엄마로 살아간다는 건 짧은 순간으로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앞으로 당신은, 그리고 제가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우리는 ‘엄마’라는 이름을 끝내 버리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 너무 조급할 필요도, 급히 앞으로 걸어 나갈 필요도 없어요. 

누구나 엄마가 될 준비를 완벽하게 하지는 못하잖아요. 당연히 그럴 수도 없지요.      


임신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아, 내가 엄마가 되다니. 나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생각했어요. 

‘좋은 엄마’가 뭔지도 모르면서 말이에요.      


출산의 고통 뒤에 펼쳐질 진정한 육아의 세계를 경험하고, 아이가 자라면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길어질수록 그 마음은 점점 더 커질 거예요. 

남과 비교하게 될 거고, 나는 좋은 엄마인가 끊임없이 자문하게 될 거예요. 당신의 장점보다는 당신이 못하는 부분이 부각돼서 힘들기도 하겠지요. 

시시때때로 좌절도 하고, 당신의 마음과는 다르게 반응하는 아이 때문에 ‘엄마’가 된 걸 후회하는 순간도 찾아오겠지요. 누구나 그래요. 우리 모두는 엄마가 처음이니까요.      


큰 아이가 아홉 살이 되고 나서야 ‘좋은 엄마’는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러니, 지금부터 ‘좋은 엄마’가 되어야지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리고, 분명히 (이건 당신도 곧 알게 되겠지만), 당신의 아이에게 당신은, 이 세상 누구보다 좋은 엄마가 될 거라는 건 분명해요.      


사람들은 종종 타인에 대해 너무 쉽게 이야기하고, 너무 쉽게 판단해요. 마치 정해진 기준이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주변 사람들의 말에, 사회적 시선에 가장 많이 흔들리고 상처 받는 게 ‘엄마’인 것 같아요. 그럴 땐 엄마들은 강하면서도 약하죠.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정말로 많은 엄마들이 그렇지요) 강한 사람이지만, 주변 사람들의 한마디 말에 흔들리고, ‘나는 역시 부족한 엄마인가’ 생각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 변화를 겪는 약한 사람이 되죠.      


혹시, 이미 마음속으로 규정해 놓은 ‘좋은 엄마의 모습’ 같은 게 있는 건 아니겠지요? 

혹시라도 있다면 살짝 내려놓고, 매 시간 아이와 함께하는 그 순간에 자연스럽게 맡겨 보면 어떨까요? 

타인이 정하는 ‘좋은 엄마’의 기준도, 나 스스로가 정하는 ‘좋은 엄마’의 기준도 어쩌면 ‘아이’의 입장에서가 아닌 어른들이 만든 기준일 수 있을 테니까요.      


아이와 만나 설레는 마음으로, 한결 가뿐해진 몸으로 오랜만에 바로 누울 수도, 마음대로 뒤척일 수도 있는 단잠에 빠질 당신의 머리맡에 세상의 다양한 엄마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엘렌 델 포르주의 『엄마』라는 책 한 권을 살포시 놓고 갑니다.      


세상엔 다양한 엄마들이 존재해요. 같은 아이가 한 명도 없는 것처럼 같은 엄마도 한 명도 없어요. 왜 우리는 아이들의 다양성을 인정하자고 말하면서, 엄마들은 정형화된 틀에 맞추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제 막 엄마가 된 당신은, 그 틀 안에 갇히지 않길 바랍니다.      

세상의 무수히 많은 엄마들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 안에서 오늘도 열심히 ‘엄마’로 살아가고 있어요. 혹시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생각이 들 때, 처음 아이를 품에 안았던 그 환희에 찬 마음은 사라지고 온통 어두움만 남은 것 같은 순간에 슬쩍 손 내밀어 봐요. 당신의 손을 잡아 줄, 다독여 줄 무수히 많은 엄마들이 있어요.      


첫걸음마 떼기, 첫 책 읽기, 첫 그림 그리기, 첫 개구리헤엄 치기, 첫 노래 부르기, 첫 생일 촛불 켜기, 첫 영화 보기, 첫 '엄마' 부르기, 첫 '사랑해요' 말하기, 첫 농담하기, 첫 꿀 한 술 먹기, 첫 데이지 꽃 따기, 우리 아가, 이제 깼어? 앞으로 우리 같이 할 일이 많구나! - 엘렌 델포르주 ,『엄마』중에

   

앞으로 아이와 함께 하게 될 무수히 많은 처음에 대해서만 생각하기로 해요. 

그때 당신이 마주하게 될 최고의 행복에 대해서만요. 

그러면 지금의 두려움쯤 잠시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밤은 세상 그 누구보다 달콤한 잠에 들길, 내일부터 시작될 육아의 세계는 어쩌면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힘들 수도 있을 테니까요.      

          


당신에게 건네는 책 한 권 

『엄마』

엘렌 델포르주(지음), 캉탱 그레방(그림), 권지현(옮김) / 밝은미래,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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