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하고 있어요, 지금도
언젠가 친구는 제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이것저것 손만 대고 실은 아무것도 못하고 사는 것 같아.”라고요.
고민을 들어주는 입장이었지만, 그건 제 고민과도 같았어요.
이상하지요. 시간이 없을수록 왜 그리 하고 싶은 게 많아질까요. 그렇게 싫던 공부마저도 하고 싶고 말이에요.
친구의 고민 때문에 저 역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 싶어 졌습니다.
친구는 고민 뒤에 이렇게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현실은 종일 회사에 매달려 있고, 퇴근 후에는 아이에게 매달려 있고, 어찌어찌 아이를 재우고 나서 고작 한두 시간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고 피곤한 채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말아. 그래서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느낌이 들고, 나만 너무 게으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요, 일하는 엄마는 절대 게으를 수가 없어요.
아침이면 가족들보다 먼저 일어나 하루를 시작할 거예요. 출근 준비, 아이들 등원 준비, 아침 식사까지 챙기고, 부리나케 출근해 일을 하고, 다시 퇴근해서 다시 육아와 집안일을 하는데 어떻게 게으를 수가 있겠어요. 매일 분주하죠.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했던 날들이 많았어요. ‘내가 좀 더 부지런하면 돼. 그러면 이것저것 할 수 있을 거야.’
아니었습니다. 엄마는 철인이 아니잖아요. 잠을 못 자면 피곤하고, 일이 많으면 지치는 게 당연해요. 그런데도 왜 늘 부지런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괴롭혔을까요.
아마도, 그 분주함 속에 ‘자신’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너무 바쁜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돌아보면 ‘오늘도 난 무얼 위해 이렇게 분주하게 살았지?’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런 생각이 들면, 하루 종일 열심히 살았던 ‘나’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아, 나는 오늘도 아무것도 안 했구나’하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는 거지요.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아마 당신은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당신은 오늘 하루도 분명히 최선을 다해 살았을 거예요. 아이들을 위해, 가족들을 위해 말이지요. 이제 그 가운데 ‘당신’을 넣어보면 어떨까요?
저는 하루하루 사는 게 지친다, 하는 마음이 들 때면 김미경 저자의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속 한 구절을 떠올립니다.
「 '내 나이 60이 되면 우리 애는 뭐가 돼 있을까?', '내 나이 60이 되면 남편이 뭐가 돼 있을까?'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건 아이와 남편의 몫이다. ' 내 나이 60이 되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내 나이 60이 되면 나는 어느 장소에 가장 많이 가 있는 사람이 되어 있을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p120)」
나이 60이 되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지금 제가 서 있는 위치를 다시 돌아보게 돼요.
하고 싶은 일, 되고 싶은 사람, 꿈꾸는 노년, 그 모든 것을 가족들을 중심으로 가 아니라 ‘저’를 중심으로 두고 생각해 보는 거죠.
그러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저’를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결국 훗날 ‘제’ 모습을 완성해 가는 삶을 살고 싶어 집니다.
하루 30분이면 어떻고, 한 시간이면 어때요.
당신이 보내는 그 시간은 양이 아니라 질이 담보되어야 해요.
아주 짧은 시간 일지라도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면 충분합니다.
만약 당신이 그 짧은 시간도 당장은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해도 너무 상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는 이렇고, 누구는 저렇고 이런 비교 하지 않길 바랍니다. 결국 당신의 삶은 당신이 완성해 가야 하잖아요.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다음 달에, 내년에 그 시간들이 찾아올 때를 대비해서 당신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오늘 하루의 일상을 잘 보내면 돼요.
그리고 그 시간들 중에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실컷 욕심부려도 된다고 생각해요.
잘하고 있는 건지, 이대로 괜찮은 건지 당장 판단하지 마세요.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다 보면 가장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에 조금씩 다가가는 삶을 살고 있을 거예요.
당신은 오늘 무얼 가장 하고 싶었을까요?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털썩, 기운이 빠져있을지도 모를 당신에게
마스다 미리의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를 건넵니다.
어쩌면 이 책은 결혼을 아직 하지 않은 젊은이들이 읽는다며 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열심히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조금 더 공감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르겠어요. 처음엔 저도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나도 그랬지.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있었지. 뭘 하면서 살아야 하나,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나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었지,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당신과 저는 너무 잘 알고 있지요.
지나간 시간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말입니다.
그렇다고 우리 그 지나간 시간만 그리워하면서 살지는 말아요.
「후회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갈등하는 마음.
합격한 인생이란 어떤 걸까?
합격점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누가 매기는 거지.
나의 인생 이럴 리가 없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이 정도면 됐다고도 생각하지 않는 내가
단 한 가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은
내 인생은 한 번뿐이며
그리고 그것은
언젠가 끝난다는 것뿐.
- 마스다 미리,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중에서」
우리 이렇게 생각하기로 해요.
‘단 한 가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은 내 인생은 한 번뿐이며
그리고 그것은 언젠가 끝난다.‘
그러면 불끈, 힘이 솟을지도 몰라요.
당신의 삶에 열정적이고 싶어 질지도 몰라요.
그러니 무엇이라도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기.
오늘 밤은 잠들기 전 당신 자신과 그런 약속 하나 하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