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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그녀 Aug 03. 2020

'부부 관계' 때문에 힘든 당신에게

-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기로 해요 

저는 성(性)에 관심이 없던 아이였어요. 

아마, 무지했다는 게 더 정확한 말 일거예요.  

    

성교육이라는 걸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었고(학교에서도 부모님에게서도),

친구들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어요. 관심 자체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남자와 여자가 만나 '관계'를 맺는다는 것에 대해 그 순간이 닥치기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어요.

      

그럼 어떤 문제가 일어났을까요?     


아니요. 그냥 자연스러웠어요.  

배우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그 순간을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물론, 첫 관계 이후 임신에 대한 불안, 혹시 모를 여성 질환들에 대해 겁이 나긴 했지만요.   

  

관계에 대해 어렵다고 느낀 건 오히려 결혼을 한 뒤였습니다.    

  

결혼 전에는 내가 하고 싶은 순간과, 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명확했어요. 

그리고 그걸 상대방에게 이야기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지요. 


'결혼‘이라는 제도 안으로 들어온 뒤, 결혼=당연한 섹스, 합법적 섹스'가 가능한 관계가 된다는 건 알았지만, 때론 의무적인 섹스도 동반된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그리고, 그게 생각보다 '나'를 힘들게 하고 '부부 사이'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것도 말이지요. 

     

둘째 아이를 낳고 나서는 정말, 정말, 정말이지 '관계'에 대해 아무런 욕구도 생기지 않았어요. 남편이 싫은 것도 아니었고, 사이가 나빴던 것도 아니었는데요. 

저에게 일어난 그 변화가 저 스스로도 낯설었어요. 그러니 당연히 남편은 더 당황했을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제 스스로 '이렇게 관계를 안 가져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때쯤 신랑이 불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사소한 삐걱거림은 종종 큰 감정싸움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당신이 욕망을 느끼거나 무언가를 하려는 욕구를 느낄 때, 혹은 누군가나 무언가를 향해 성적 욕망을 느낄 때, 당신은 어디에서부터 그것을 느끼는가? 그것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당신의 몸은 당신에게 말을 한다. 그것을 귀 기울여 듣는 훈련을 한다면 당신은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고 몸이 하는 말을 지침으로 삼을 수 있다. 많은 여성들은 욕망에 대한 자신의 기분과 연결되지 않는다. 그것은 역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무엇을 좋아해야 할지, 어떻게 섹스를 해야 할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남들의 욕망을 따르도록 배워온 탓이다. 무엇을 원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남의 말대로 하며 살아간다면 당신이 진정으로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란 어려울 것이다. 이런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성적으로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당신의 진정한 욕망에 다가가는 첫 단계이다. 그것은 모든 외부의 욕구와 압력을 해소하고 당신의 진정한 욕망에 다가가는 과정이다. 

자신의 욕망을 아는 것에 대한 문제는 보통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려는 경향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남들에게 치중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는 데 집중할수록 자신의 욕망은 흐릿해지고 만다. 비생산적인 이야기, 남들을 기쁘게 하려는 행동, 그리고 욕망할 자격이 없다고 느끼는 의구심을 지워라. 당신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였지만 인정받지 못했던 당신 안의 욕망을 발견할 것이다. - 에이미 조 고다드 『섹스하는 삶』 중에서」

          

'나의 욕망, 욕구'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여전히 제 몸은 두 아이 육아와, 직장일, 집안일로 지칠 대로 지쳐있었고, 몸만큼이나 마음 역시 바닥을 치고 있었으니까요.      


잠시 짬이 나면 혼자 숨고 싶었고, 아이들이 잠들면 저도 그냥 자고 싶었어요.     


그 사이로  '부부 사이의 의무'가 따라붙자 조금 심각해졌어요.

제 몸은 원하지 않지만, 그의 몸은 원할 때 당연히 그 관계가 즐거울 수 없잖아요. 

그럼에도 저는 정확히 제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남편에게 말하지 못했습니다.     

  

에이미 조 고다드의 글을 읽고 나서 '남들의 욕망을 따르도록 배워 온' 지난 환경에 그 이유가 있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원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욕망 특히 그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마치 저도 원했던 것처럼 행동하게 했던 오랜 시간 몸에 체득된 어떤 관성 같은 것 말이에요.      


시간이 지나면서(둘째가 조금씩 자라면서) 점차 육아가 안정기로 접어들고, 

직장생활과 두 아이 육아, 집안일의 균형을 잡아가기 시작하고 나서야 우리 사이(부부)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게 되었어요.      


‘나는 정말 욕망하지 않는, 욕구가 없는 사람이었을까? 일방적으로 누군가의 '원함'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는 관계일까?’     


그러다 깨닫게 된 것은  

"마음이 건강해야(안정되어야) 모든 관계가 정상적으로, 서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겠구나.'였습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없던 욕구가 생겨나진 않았어요. 

그저, 조금 제 마음에 솔직해졌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자고 싶을 때 그냥 자고, 싫을 땐 그냥 싫고, 아닐 땐 아닌 거고.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당신 역시 어쩌면 의무감에, 남편의 요구 때문에, 괜히 사이가 나빠지는 게 두려워서 싫은데 어쩔 수없이 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은지요. 

그 후 즐거운 마음보다 피곤하고, 짜증 나는 감정을 겪고 있는 건 아닌지요.     

 

침대 위에 누워 이불을 팍, 뒤집어쓰고 불편한 마음을, 몸을 달래고 있을지도 모르는 당신에게 에이미 조 고다드의 『섹스하는 삶』  이 책을 전해요.      

이 책은, 섹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여성'들이 타인에 의해 정체성을 규정하지 않고, 두려움 없이 자신의 욕망을 온전히 끌어안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그 방향을 안내해요.       


책 한 권 읽는다고 해서 단번에 '주체적인 삶'이 따라붙을 리 만무하지만, 

읽으면서 제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성 고정관념, 섹스를 대해왔던 태도, 그 안에 저도 모르게 숨겨져 있던 불안감 같은 것들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조용하게, 은밀하게 다뤄져 얄 할 것 같은 '섹스'라는 단어를, 행위를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누군가의(상대방의) 즐거움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즐거움을 동시에 채울 수 있는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그렇지만 너무 심각하지는 않게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 졌어요.    

  

책 속에 소개된 여러 여성들의 이야기 속에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건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 잘 모른다.'라는 거였어요.      


어쩌면 학습된 성교육 안에서 '여성'들에게 성(性)이란 건,   '자신의 몸 지켜야 한다는 '정조'의 개념부터 시작되는 게 아니었을까요. 

애초에 시작이 '몸가짐을 조심히' 해야 한다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니까 '성'이라는 건 두려운 것, 조심해야 하는 것으로 학습되어 온 건 아닐까요.

언제가 딸아이와 자연스럽게 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기가 온다면, 어떻게 말해 줘야 할까. 저는 이 책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반대로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저의 삶에도 적용시켜 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누구나 섹스가 즐겁고 안전하고, 자연스러운 건 아니에요.

여성들은 여전히 성과 관련된 왜곡된 시선에 놓여있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요. 

여성 스스로 자존감을 가지고, 자신의 성을 지키고,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런 말들이 당연하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도 여전히 아닌 것 같고요.      


여전히 제 몸은 성적인 욕망보다 기본적인 것들을 채우고 싶은 욕구가 더 큽니다.     


직장생활에 집안일, 육아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때문이기도 하고, 실제도 체력적으로 지친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기도 하고, 정서적인 유대감을 더 쌓고 싶다는 마음이 크기도 해요.     


그 반면에, 남편은 그럼에도 부부 사이에 '관계'는 굉장히 중요한 소통의 도구이며, 서로의 즐거움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몇 번의 마찰과, 대화와, 생각과 고백을 통해 우리는 서로가 원하는 것에 대해 이제야 조금씩 이야기 나누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충분히 나아졌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종종 받기도 하는데, 아마도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나의 주체성'이 여전히 빠져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섹스는 삶의 스트레스와 당신이 놓은 감정적, 정신적 상태와 연관되어 있다. 당신이 감정적으로 충실하지 않으면, 욕망과 쾌락을 느낄 수 없다. 당신이 빨래나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면, 그곳에 다다를 수 없다. 당신이 섹스에 몰입하지 않고 '관람(섹스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는 것)'하기에 바쁘다면, 섹스를 완전히 즐길 수 없다. 당신이 상대에게 어떻게 보일지 불안해하고 있다면, 섹스의 즐거움은 달아난다. 이 모든 정신적, 감정적, 상태가 당신에게 영향을 미친다. 욕망은 하나의 맥락 안에서 존재한다. - 『섹스하는 삶』  중에서」  

   

그래, 그런 적 있어요.     


솔직히 몰입하지 못하고 '내일 아침 뭐 먹지' '아이들 깨면 어쩌지' '내일 뭐를 사야 했더라'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즐겁지 못했을 거예요. 부담스럽게만 다가왔겠지요.      


어릴 때뿐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아이를 낳고 난 뒤에서 어쩐지 성교육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방향과, 내용과 목적은 조금씩 달라지겠지만요.       


우리 좀 가볍게, 가뿐하게 접근해보면 어떨까요.     

 

먼저, 당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상대방에게 우물쭈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길 바라요.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잖아요.      


어쩌면 해답은 당신 생각보다 조금 더 가까이에 있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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