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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그녀 Aug 10. 2020

꿈을 잃어가는 것 같아 불안한 당신에게

- '꿈'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라는 걸 잊지 말아요 

엄마가 된 뒤 가장 많이들은 말이 뭘까 생각해봅니다.   

   

‘힘들겠다. 그래도 키워놓고 나면 좋아.’ 같은 말과 함께

‘그래도,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 마.’ 혹은 ‘엄마 이전에 먼저 너 자신을 찾아야 해.’ 같은 말이었습니다.     

 

듣는 순간엔 고개를 끄덕거렸으면서도 어쩐지 불편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엄마가 된 뒤 ‘나’는 없어져 버렸나? 나는 그냥 나인데, 여기 있는데 어디 가서 더 찾으라는 거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자기 자신을 찾으라.’는 말의 의미를. 

그럼에도 저는 그 말이 불편합니다. 어쩐지 ‘엄마’라는 이름과 ‘나’라는 자아를 맞바꿈이라도 한 것 같은 느낌, 아무리 찾으려고 애를 써도 ‘엄마’가 되기 이전의 ‘나’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는 현실을 다시 깨닫게 해주는 말 같아서 말이지요.      


저도 꿈이 있(었)습니다. 

왜 없었겠어요. 하루에도 열두 번씩 꿈이 바뀌던 시절도 있었고, 꿈을 이루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공부한 적도 있었고, 제가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다이어리에 적어두고 매일 들여다보며 희망을 갖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아마, 당신도 그랬겠지요. 

어쩌면 저보다 더 열심히 아니 누구보다 열심히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왔을 거예요.      


저는 이제와 생각합니다. 

     

내 꿈은 ‘엄마’가 되었기 때문에 사라진 게 아니다. 

‘나’라는 자아는 ‘엄마’가 되었다고 없어진 게 아니다. 

그 자리에 고이, 잘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다시 무언가를 찾아야 할 것처럼, 지켜야 할 것처럼 조바심을 내면서 살고 있을까? 

엄마들을, 엄마인 여성들을 조바심 내게 하는 건 뭘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엄마인 상태로만 존재하면 그건 실패한 건가? 

    

결혼을 하지 않은 싱글일 때도 제 꿈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 절망하는 순간은 많았습니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아 재능이 없는 게 아닐까, 빨리 포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던 날도 많았어요.       


엄마가 된 뒤 제 일상에 ‘양육’이라는 큰 일 하나가 포함되면서 꿈을 위해 노력할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진 건 사실이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진 만큼 마음의 여유도 없어졌을 테지만 그렇다고 ‘꿈’이 사라지거나 ‘꿈’을 포기한 건 아니었어요.      


그러기엔 제 꿈이, 당신의 꿈이 그리 하찮았던 게 아니잖아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는 과정은 복잡하긴 하지만 때로는 자연스러운 삶의 한 과정이기도 하지요.      

결혼은,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누구든 그 선택에 대해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우리는 자주 그 선택이 가져온 결과 앞에서 자주 절망합니다. 


사람들은 어쩌면 정말 위로하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은 받는 사람 입장에선 일종의 폭력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말들을 참 쉽게 내뱉기도 하니까요.     


마치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마음대로 정해 둔 정답이라는 범주에 포함되지 못하면 꿈을 잃은 것처럼, 실패한 것처럼 이야기되는 사회에서 여성들의 선택은 어느 쪽이든 환영이나 존중보다는 관심을 핑계로 한 불필요한 간섭 안에 놓이는 경험을 합니다. 

     

저는 당신이 그 불필요한 간섭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랍니다. 

물론 저 역시도 말이지요. 

     

지금까지 잘 해온 것처럼 내일도 우리는 분명 잘할 거예요. 

종종 지치겠지만, 버겁기도 하겠지만 그런 상황, 감정까지도 우리의 삶을 이루는 것들 중 하나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일 년, 혹은 삼 년 안에 엄마의 삶이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적어도 아이가 대학에 갈 때까지, 요즘 같은 사회에서는 대학을 졸업해도 부모로, 엄마로 해야 할 역할들이 이어지잖아요.      


우리는 단거리 선수가 아니라 장거리 선수임을 잊지 않고, 자신만의 삶의 페이스를 유지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조급함은 버리고, 차분히 주어진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일이야 말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할 수 있는 일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이들만 꿈이 수시로 바뀌는 건 아니라는 걸 기억하면 어떨까요. 

어른들도 언제든 꿈이 바뀔 수 있어요. 엄마가 된 뒤 엄마 이전에 했던 일들을 내려놓고, 새로운 일을 찾는 여성들을 주위에서 많이 만났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꿈을 포기한 게 아니라, 새로운 꿈을 만든 거지요. 그리고 주어진 환경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을 거예요.      


저는 17년 동안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맡고 있는 업무도 늘 비슷한 성격의 일이었으니 이쯤 되면 그 분야에서는 인정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저를 불안하게 했어요.  

    

저는 여전히 실수도 하고, 자주 딴생각을 하거든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당분간은 계속하게 될 테지만, 또 다른 길, 제 꿈을 위해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꿈이 이루어질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계속 꿈으로만 남게 될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날들이지만

 ‘포기’ 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그러니 당신도 새로운 꿈을 갖게 될 수도 있다는 희망, 그 설렘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아니, 꼭 새로운 꿈을 꾸지 않더라도 지금 당신의 ‘꿈’을 계속 품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꿈’ 때문에 고민하고, 조금 우울해 있을지도 모를 당신 옆에 하이케 팔러의 『100 인생 그림책』을 놓아둡니다.      

<<100 인생 그림책>> / 하이케 팔러, 사계절, 2019



『100 인생 그림책』은 태어나서 100세가 될 때까지 알게 되는, 혹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삶의 모습을 그림과 함께 짧은 문장으로 들려줍니다.      


일곱 살 때는, 열다섯 살 때는, 스물두 살 때는, 서른 살 때는 내 꿈이 뭐였더라, 나는 어떻게 살고 있었지?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책을 읽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100살까지 산다면지금 나는 아직 그 절반의 삶도 살지 않았잖아.’     

저는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내내 희망을 생각했어요.   

   

혹시 당신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당신의 나이에 맞는 페이지를 먼저 한 번 펼쳐보세요. 

그 문장에 공감한다면 아마, 이 책이 아주 마음에 들 거예요. 

그리고 생각하게 될 거예요.      


삶이늘 마음대로 흘러간 적은 없으니까 흘러가는 삶에 자연스럽게 동참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하고 말입니다.      


저는 제가, 그리고 당신이 매 년 주어진 시간을 충실히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좋겠습니다. 

그게 누군가가 볼 때는 아주 작은 일일지라도 말이지요. 

그게 당신의 꿈과 맞닿아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어요.   

   

저는 거창한 꿈도 가지고 있고, 소소한 꿈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 제게 새로 생긴 ‘꿈’ 한 가지는, 빨간 치마를 입고 굽이 있는 신발을 신고, 좋아하는 가방을 들고 또각또각 구두굽 소리를 내면서 전시회도 보러 다니고, 친구를 만나 차도 마시고, 쇼핑도 하고, 좋은 강의도 듣는 멋쟁이 할머니가 되는 거예요.    

  

시시하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저는 매일매일 우리가 품게 되는 소소한 꿈들이 모여 큰 꿈을 만나게 될 수도 있을 거라고 믿어요.     

 

Image by Marta Kulesza from Pixabay


지금 당신이 꾸고 있는 꿈이 이루어지지 못할 꿈이라고 해도 상관없어요. 

아니, ‘포기’ 하지 않으면, ‘좌절’ 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살아가는 인생 그 어디쯤에선가 분명히 그 꿈과 맞닿아 있는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지금 보잘것없는 저를 믿고, 오늘도 꿈을 꾸는 것처럼 당신도 스스로를 믿어보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당신의(우리의) 꿈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걸 잊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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