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시작
2020년 9월 6일, 블로그에 '글쓰기 모임' 모집 포스팅 발행 버튼을 눌렀다.
두근두근, 블로그 앱 알람이 울릴 때마다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확인했다.
첫 댓글, “저요, 저!”
그 첫 댓글과 함께 글쓰기 모임 ‘우연’이 시작되었다.
3개월 간의 온라인 독서모임 1기를 막 끝낸 참이었다.
독서모임도 처음이었는데 글쓰기 모임까지 덜컥 시작하다니, 그 용기가 어디서 났을까 지금도 가끔 신기하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멤버들이 ‘그녀님, 글쓰기 모임도 한 번 해보세요!’하고 우연히 던진 말이 계기가 되었다.
'우연히 만났지만 깊은 인연을 만들어봐요!'라고 적으면서도 설마, 했다.
오프라인도 아니고 온라인 모임으로 만나는데 깊어질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우연 1기'는 10명의 멤버와 3주간 일주일에 2편의 글을 쓰는 걸 목표로 시작했다.
딱 1주일 지났을 때, 느낌이 왔다. ‘아, 이거 너무 멋지다. 아, 온라인 모임으로도 이렇게 깊어질 수 있구나!’
‘내가 진행하는 모임에 누가 오겠어?’
모임을 만들까 말까를 고민할 때 나를 가장 주저하게 했던 생각이었다.
왜 아니었을까. 책 한 권 낸 적 없는 무명의 블로거가 밑도 끝도 없이 ‘같이 씁시다!’라고 하는데 누가 끌리겠어. 그 생각 때문에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
'해보지 뭐! 아무도 안 오면 마는 거지!' 눈 딱 감고 낸 용기 한 번이 많은 걸 바꿔놓았다.
그리고 모임을 시작한 지 1년이 가까워지는 지금 ‘우연 5기’를 끝내고 ‘우연 6기’를 준비하고 있다.
모임을 준비하면서 가장 공들이는 시간이다.
‘어떤 주제로 같이 써볼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걸 나눌 수 있을까?’
‘의미 있는 시간으로 되돌려 줄 수 있을까?’
모집 포스터를 만들다가 문득 지난 시간들을 떠올렸다.
첫 마음, 첫 시작을 떠올려 보고 싶었다.
그때와 지금의 나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내가 함께 한 멤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는지.
함께 했던, 지금까지도 함께 하고 있는 멤버들은 성장했는지, 앞으로 우리는 더 함께 성장할 수 있을지.
분명한 건, ‘나는 달라졌고, 성장했다.’
그리고 확신한다. ‘함께 글을 쓴 멤버들 역시 여러 가지 모양으로,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대로 성장했다고.’
우리는 왜 함께 모여 글을 쓰게 되었을까.
여전히 질문한다.
우리는 앞으로 계속 쓸 수 있을까.
아마 계속 고민할 거다.
계속된 질문을 던지고, 계속 고민을 거듭하면서 우리는 쓴다.
그게 우리를 구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