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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그녀 Feb 12. 2022

N 잡러는 아닙니다만,

자기소개부터 다시 시작했다


얼마까지만 해도 나를 소개할 일이 거의 없었다.

소개할 자리가 있더라도 대부분 아이들과 관련된 자리라 누구누구 엄마예요, 하면 그만이었다.

직장에서는 대부분 직책으로 불리고 있으니 대체로 나라는 사람은 이렇게 정리됐다.


19년 차 직장인

11살, 5살 두 딸의 엄마

아내, 며느리, 딸. 


요즘 나는 '누구누구 엄마'로 나를 소개해야 하는 자리보다 '목요일 그녀'입니다로 시작하는 소개를 하는 자리가 많아졌다. 


독서모임 '소심' 운영자

글쓰기 모임 '우연' 운영자

필사 모임 '마음' 운영자

2w 매거진 에디터이자 고정 필진

도서전문인플루언서

네이버 엑스퍼트

출간 예정 작가

대학원생

.

.


최근 1년 남짓의 시간 동안 덧붙여진 소개를 할 때마다 생각하곤 했다.


'1년 사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풀타임 근무와 육아만으로도 매일 지치고 바쁘다고 징징 거리며 살았는데,

쉴 틈 없이 돌아가는 모임, 글쓰기, 공부를 하면서 한 달 평균 15권 이상 책을 읽고 리뷰를 쓴다.


이전처럼 하루 24시간이 주어지는 것도 똑같고  풀타임 근무를 하고, 아직 어린 두 아이에게는 여전히 손이 많이 간다.


그런데 이상하지. 힘들기보다 매일 신난다.

 

사진 출처 : Pexels


"그녀님 하루는 몇 시간인가요?"


눈을 반짝이며 질문을 하고 답을 기다리는 분들의 기대와 달리 내게 주어진 시간도 24시간이다.

나는 딱 그만큼만 하루를 산다.

그리고 '우리 딱 24시간만큼만 살아요!"라고 말하곤 한다.


최근 이재은 아나운서의 <<하루를 48시간으로 사는 마법>>이라는 책을 재밌게 읽었다.

책을 덮고 내린 결론은 '하루를 48시간으로 사는 마법은 없다'였다.

(물론 저자 역시 하루가 48시간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충분히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의미였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24시간만 살아도 충분하다고. 아니 그것도 넘친다고 말이다.

사진 출처 : 픽사 베이



나는 N 잡러는 아니다.

(N 잡러라면 모름지기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수입이 따라야 할 텐데 그건 너무 먼 일이라. )


N 잡러도 아니면서 본업 외에 벌인 일이 이렇게 많다니.


돈도 안 되는 일을? 굳이?

이렇게 생각했다면, 나는 지금 이렇게 재밌게 살고 있지 못했을 거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 먼 훗날 더 나이가 들었을 때 어디에 서 있고 싶은지' 끊임없이 생각했다.


읽고 쓰는 삶,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었다.

그걸로 명예를 얻거나, 재물을 얻지 못하더라도 '직장인'과 '엄마'로 규정되는 '나'로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한 뒤,

나는 자기소개부터 다시 하기로 했다.


'저는 읽고 쓰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나를 스스로 정의하고 나니, 해야 할 일이 보였고 하고 싶은 일이 생겼고

나의 하루를 어떻게 나눠 써야 할지 기획할 수 있었다.


머뭇거리고 있다면, 매일 흔들리고 있다면

자기소개부터 다시 시작해 보면 어떨까?


일하는 사람, 엄마, 주부, 학생... 말고, 진짜 본인이 꿈꾸는 '자신'의 모습으로 말이다.

거기서부터 당신의 시간이 다시 시작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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