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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그녀 Oct 08. 2022

당신 안의 부캐를 꺼내보라

“왜, 목요일 그녀예요?”하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 닉네임을 정하기가 어려웠다. 뭔가 그럴듯하게 짓고 싶은데 마음에 드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며칠을 고민했지만 ‘이거다!’하는 게 떠오르지 않아서 좋아하는 요일을 붙여 만든 게 ‘목요일 그녀’였다.     

 

처음 TV에서 유재석이 유산슬로 등장했을 때, 김신영이 둘째 이모 김다비를 부캐로 내세워 나왔을 때 별생각 없이 재밌네 하고 넘겼다. 그게 내게도 해당하는 일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유명한 사람들이니까 가능하지, 뭘 해도 되는 사람들이니까 여기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게도 있었다. ‘목요일 그녀’라는 나를 나 아닌 사람으로 살게 하는 이름.   

   

엄마가 되면 자기 이름보다 누구누구의 엄마로 불리는 것이 편해지는 순간이 있다. 굳이 이름을 말하며 자신을 소개할 자리가 많지 않다. 그냥 ‘누구 엄마예요’하면 모든 설명이 끝났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그 너머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직장생활 중에는 직함으로 불렸다. 그 직함 하나면 나라는 사람이 대충 설명되었다.      

‘목요일 그녀’로 사는 순간은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는 사람이 되고, 그림 그리기와 미라클 모닝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이 된다. 웹진에 글을 기고하고, 에세이를 쓰는 작가가 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엄마’라고 불릴 때의 나는 없다.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고, 나누는 일을 즐거워하는 사람이 된다. 부지런히 내 시간을 챙겨 쓰고 싶은 사람이 되고, 나를 단단하게 채우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된다. 무엇보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    

  

밤 12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면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하는 신데렐라처럼 하루 중 짧게는 30분, 길게는 2시간 남짓한 시간이 ‘목요일 그녀’로서 내 삶에 주어질 뿐이지만, 이 시간 덕분에 나머지 22시간의 삶도 즐거워졌다. 다시 꿈꿀 수 있게 되었다. 왕자님이 찾아와 유리 구두를 신겨줄 거라는 부질없는 희망이나 기대 대신 나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일에 관해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부캐로 돈 되는 일을 하고 유명해지면 더 행복할까?’

출처 :  픽사베이


부캐는 ‘N잡’, ‘부업’, ‘멀티잡’과는 또 달라요. 부업은 남는 시간과 에너지를 활용해 돈을 더 버는 데에 집중한다면, 부캐는 내 자아의 또 다른 가능성을 키우는 데 집중합니다. 물론 부캐로 돈을 벌 수도 있고, 또 다른 직업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N 잡러’가 될 수도, 본캐와 부캐가 뒤바뀌면서 전업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것이 부캐를 키우는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에요. ‘아, 그렇게 한번 살아볼 걸’하는 후회 대신, 당장 그 삶을 실현하는 데 부캐의 목적이 있습니다.
-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 최재원, 휴머니스트   

   

최재원 작가의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책을 읽다가 이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 ‘아, 그렇게 한번 살아볼 걸’하는 후회 대신 당장 그 삶을 실현하는 것. 내가 생각하고 추구하는 부캐의 목적과 가장 맞닿아 있는 말이었다.      


부캐가 주는 매력은 많은 돈과 명성을 얻지 못하더라도 살아 있다는 생생함을 느끼게 해주는 데 있다. 

부캐가 성장해 제2의 이익을 창출하는 역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신 지금의 삶을 충분히 즐기면서 이후의 삶에 대한 계획도 꾸준히 세웠으면 좋겠다. 


3년 전 아무것도 없던 내가 새로운 삶을 계획하고 매일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해서 ‘목요일 그녀’라는 부캐를 만든 것처럼 지금 좋아서 하는 일이 시간이 흐른 뒤에 나를 어떤 곳으로 끌고 갈지 아무도 모르니까. 


지금 자신 안에 숨어 있는 부캐를 꺼내보자. 처음엔 작아 보일지 모르지만 살을 보태고, 내용을 덧붙여 나가다 보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또 다른 멋진 ‘나’를 만나게 될 거다. 본캐로 도전할 수 없었던 일을 부캐의 ‘나’로 도전해 보자. 현실에 단단하게 발 딛고 있는 본캐의 ‘나’ 대신, 자유롭게 부캐의 ‘나’를 풀어놔 보자.     

 

지금 바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면 좋겠다. 

“내가 만들고 싶은 부캐는 무엇일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을 즐겁게 경험해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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