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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그녀 Jun 15. 2019

엄마, 엄마 꿈은 뭐야?

- 어쩌면 엄마 꿈은, 꿈이 아닌 모든 것

엄마는 왜 늦게 까지 안 자?

엄마는 왜 요리를 잘해?

엄마는 왜 일을 해?


엄마, 

엄마는 왜,    

  

엄마는 못하는 게 없지 

엄마는 그래서 엄마야 

엄마가 되려고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엄마가 되고 나니

갑자기 마법 지팡이가 생겼어    

 

잠도 안 자고

요리도 뚝딱

돈도 벌지     


엄마는 꿈이 뭐야?

엄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엄마는 꿈이 없지. 

엄마가 되는 꿈을 꾼 적이 없는데 엄마가 돼버려서

한 번에 하나씩 꿈을 가져야 하는데 

너라는 너무 커다란 꿈이 생겨버려서

마법 지팡이가 다른 꿈을 몽땅 가져가 버렸지




아이는 자주 묻는다. 

엄마는 꿈이 뭐냐고.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처음엔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글 쓰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었어. 

생각해보니 내 대답은 늘 과거형이었다. 


엄마, 

엄마는 요리를 잘하니까 요리사가 되면 어때? 


아이는 자주 말했다. 


그런데 엄마, 

일은 그만 하면 안 돼? 


아이의 질문은 꼭 대답을 원하는 건 아니었는데

나는 늘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그러고 돌아서서 그게 내 진심이었구나 깨달았다. 


직장인으로 산 지 16년 차

직장인과 엄마로 산 지 8년 차 


행복과, 우울과, 기쁨과 권태가 자주 뒤섞이는 경험을 한다. 


어쩌면 엄마라서 꿈이 없어진 게 아니라 

내가 나를 잊어버려서 꿈이 사라져 버린 건데, 

나는 자꾸 그럴싸한 핑계를 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물었다. 

"윤이는 꿈이 뭐야?


"엄마, 나는 아직 꿈이 없어. 

뭐가 되고 싶은지 모르겠어." 


아이는 꿈이 없어서 슬프지 않다. 아이는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고

매일 씩씩하다. 


꿈이 없는 삶이 불행한 것도 아닌데, 

꿈이 없어 슬퍼지는 건 어쩐지 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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