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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그녀 Jun 28. 2019

어느 날 두 아이의 엄마가 되다

-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면 재미없지



2010년에 결혼을 하고 2012년에 첫 아이 예윤이를 낳았다. 

출산 예정일 전 날까지 일을 하고 아이를 낳았고, 출산 휴가 3개월 뒤 복직을 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상하지도 못했던 스트레스가 찾아왔다. 

야근이 이어지는 날들이었고, 예윤이는 오롯이 친정엄마 몫이었다.  

    

결혼 후에도 각자의 시간을 중요하게 여겼던 우리 부부는 

“둘째는 없어!”하고 선언했다. 


“예윤이만 잘 키우자, 우리 둘이 벌면 예윤이 한 명은 하고 싶은 거 하게 해 주면서 키울 수 있을 거야.” 

둘째 생각이 날 때마다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나름 피임도 성실히 했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일상은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여전히 바빴고, 자주 힘들었지만 아이 한 명을 양육하는데 양가 어른들의 도움과 부부의 협력이 있으면 그럭저럭 견딜만하기도 했다. 

가끔은 서로 시간을 정해 각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었다. 



그렇게 6년. 

예윤이와 대화도 가능해지고,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도 많아지면서 

“그래, 이제 다 키웠다. 하하”하고 자유가 가까워지는 듯했다.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그러면 재미없지 않냐고 여기저기서 들은 그 말이 내게 올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분명히 피임 잘했잖아. 그렇지? 아닐 거야.”

우리 부부의 예상은 빗나갔다. 백 프로 완벽한 피임은 없었다.       




        

서른여덟 살 봄, 나에게 찾아온 새로운 생명이 있었다.      


예윤이는 친정에서는 하나뿐인 손녀였다. 세 살 터울의 언니는 비혼 주의자였고, 

가까운 친지들 중에도 어린아이는 예윤이 뿐이라 온전히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가끔 하는 말이

“엄마, 나는 동생 없어도 돼” 였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럼! 걱정 마. 동생은 없을 거야!” 

졸지에 아이에게는 거짓말쟁이 엄마가 되었고, 

‘곧 마흔인데.... 나 이 아이를 잘 낳을 수 있을까? 아니, 낳는 건 그렇다 치고, 친정 엄마도 몸이 별로 좋지 않은데 이 아이는 누가 키우지?’ 같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마냥 기뻐하지는 못했지만,  내 몸에 찾아온 새로운 생명은 내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문제는 예윤이었다. 

안정기에 접어들 무렵 예윤이를 옆에 앉혀두고 진지하게 대화를 시도했다. 



예윤이의 반응은 생각보다 더 좋지 않았다. 

고작 여섯 살의 반응이라고 생각하기엔 그 정도가 심하다 싶을 만큼.      


그 이후로도 뱃속에 둘째를 품고 있는 내내 예윤이는 동생에게 곁은 내주지 않았다. 

내가 조금만 힘들어해도, 

“것 봐. 엄마 배 속에 아기가 있으니까 힘들지.”

피곤해하는 기색만 보여도 “동생 미워!”라고 반응했다.      


그러니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척, 피곤해도 괜찮은 척하며 예윤이와 놀아주느라  태교는 꿈도 못 꿀 일이 되고 말았다.     

 

태교가 뭔가요, 싶었던 열 달을 채우고 

예윤이가 일곱 살, 내가 서른 아홉이 된 2018년 2월 아직 봄이 되기 전, 

우리는 네 식구가 되었고,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여전히 직장인인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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