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요일그녀 Sep 16. 2019

자신감을 잃어버린 다는 건

- '나 다움'을 인정하기 

"엄마! 엄마 배는 꼭 푸딩 같아. ㅋㅋㅋㅋ ”

예윤이가 내 배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 


 "무슨! 이거 다 너랑 민이 낳아서 그런 거잖아!! “
 "나는 한참 전에 낳았고, 그러니까 뭐 민이 낳아서 그런 거네."
 "아.... ;;;"
 


‘푸딩 같은 엄마 배’라는 윤의 팩트 공격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조금 우울해졌다. 
 

‘흥! 칫! 뿡!’ 하고 넘겼지만 아이를 낳은 뒤 나타난 신체 변화에 대해 나 역시 알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내가 제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을 거다.      


신랑이 가볍게 툭툭 던지는 농담에도 자신감이 없어지고, 거울을 볼 때마다, 청바지가 허벅지와 엉덩이 사이에서 더 올라가지 않을 때마다 ‘살 빼야 하는데’ 같은 혼잣말을 내뱉으면서 한 숨을 내쉬었다.  

    

‘아이를 둘이나 낳았는데! 응? 몸매까지 좋아야 해?’

이런 말을 마음속으로 몇십 번은 외쳐댔다. 어쩐지 대놓고 하는 건 자존심 상하는 것 같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실은 변해버린 몸만큼 ‘나’에 대한 자신감도 조금씩 사라져 갔다.      


‘엄마’라는 이름을 얻은 뒤로 잃어버린 게 너무 많아서 억울해지기도 했다.    

  

리즈시절이라는 게 나한테도 있었어!라고 항변하기엔 변해버린 내 모습이 그 예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할 것 같지도 않았다.      


몸이 뭐가 중요해! 마음이 중요하지! 같은 말들은 그냥 말일뿐이었다. 

이왕이면 예뻐지고 싶었다. ‘아니! 두 아이 엄마라고요? 그렇게 안 보여요!’ 같은 말을 듣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꿈도 컸지).      


‘나’를 나답게 하는 일이 괜찮은 몸매, 괜찮은 얼굴이 아니라는 게 그때는 마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살이 빠지면 육아도 쉬울 것 같고, 기분도 괜찮아질 것 같고, 착한 엄마가 될 것 같은 착각 속을 한 동안 헤매고 다녔다.      


시간이 지나면서 ‘살’은 자연스럽게 빠졌다. 

두 아이 육아는 힘드니까. 직장 생활도 힘드니까.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사 등 안 좋은 것들이 겹쳐 빠진 살은 몸을 예쁘게 보이게 하기는커녕, 온몸의 기운까지 쪽쪽 빨아들였다.

      

아랫배는 볼록한데 가슴은 없어지고, 얼굴 살은 빠졌는데 생기가 돌지 않았다.


이게 과연, 잘 흘러가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게 이런 거였나?      


”어머! 살 다 빠졌네. “ 같은 말이 하나도 반갑지 않았다.      

이미 사라지고 있던 ‘자신감’은 쉽사리 돌아오지 못했다.      

몸 때문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내가 자신감을 잃은 건 푸딩 같은 내 배 때문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잃어버리고 만 것 같은 불안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제 나는 엄마라는 이름으로만 살아가게 될지도 몰라’ 

‘나’는 사라지고 말 거야. 

같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마음을 지배하는 순간 내 몸이 어떻든 상관없이 ‘자신감’은 점점 사라져 갔다.  

    

사진출처 : 픽사 베이


여전히 내 몸은 상체는 평균 사이즈인데 아랫배는 볼록이고, 엉덩이와 허벅지에는 탄력이 없다.   

   

달라진 게 있다면 더 이상 그런 내 몸을 두고 스스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나’에게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하고 있는 생각, 내가 바라보는 시각, 나를 온전히 ‘나’ 답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엄마가 된 뒤 읽은 책들을 통해 배웠고, 두 아이를 키우면서 ‘이 아이들은 이렇게 자랐으면 좋겠어’라고 바라게 된 뒤 변하기 시작했다.      


자신감을 잃는다는 건, 

내가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지 않을 때, 내가 ‘나 다움’을 인정하지 못할 때 일어나는 일이라고, 그러니 몸이 아니라 생각과, 마음에 정성을 들이자고 다짐한 뒤에서야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새로 시작하는 육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