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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그녀 Jan 02. 2020

01. '시작'이라는 말의 유혹

- 못 이기는 척 넘어가기

새해가 '시작'되었다고 해서 어제보다 오늘 갑자기 행복할리 없다.

오늘 갑자기 부자가 될 리도 없고, 

"육아가 가장 쉬웠어요!"라고 내뱉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 것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오늘’ 어쩐지 느낌이 좋다. 새해니까. 뭐든 잘 될 거 같으니까. 

'시작(作始)'이라는 말이 자꾸 나를 유혹하니까. 


시작  作始

명사 어떤 일이나 행동의 처음 단계를 이루거나 그렇게 하게 함. 또는 그 단계. 


연말에 이사를 한 엄마 집에서 떡국을 먹기로 한 새해 아침, 

아홉 살이 되는 큰 아이에게 “떡국 아홉 숟가락은 먹어야 아홉 살이 될 수 있어!”라고 말해 두었다. 

유독 떡국을 싫어하는 아이를 위한 핑계였지만 어쩐지 정말 그럴 것만 같아졌다. 

그럼 나는 마흔한 숟가락을 먹어야 하나. 실없는 생각을 하면서 '아, 정말 마흔하나구나' 혼잣말을 내뱉었다. 


삼십 대에는 결혼을 했고, 두 명의 아이를 낳았다. 

여전히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엄마인 동시에 직장인으로 살았다. 

자주 징징거리면서도 그만큼 행복했다. 

매일 나에게 주어지는 시간과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된 다음의 일이다. 


연말이면 보통 우울하거나, 

'아, 올해도 별로 이룬 게 없구나'하는 아쉬움이 가득한 예전이었다면 

이젠 '올해도 나에게 주어진 삶을 잘 살았구나' 토닥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시작'이라는 말 앞에 두려움이 앞서던 예전이었다면

이젠 '아, 시작이다! 설레는걸!' 하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뭐든 할 수 있어! 

그러니 뭐든 시작해봐!' 

라고 나를 유혹하는 '시작'이라는 녀석 앞에 서있다. 

반짝반짝 빛나지도, 희망찬 미래를 담보하지도 않지만 

어쩐지 그 유혹에 못 이기는 척 넘어가려는 중이다.                                               


            Image by PIRO4D from Pixabay     


                                                                                                                                                            

새해 계획을 세우고, 

한 가지씩 차근차근 지켜보자고 다짐한다. 

 그 계획들 속에서 오래전부터 계획으로만 남아 있던 나의 꿈도 있고, 

조금만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쉬운 계획들도 있다. 

물론 그 모든 건, 뭐라도 '시작'해야 이룰 수 있다. 


매일매일의 삶이 늘 좋을 수 없을 거란 걸 알고 있다. 

어떤 날엔 깊은 우울에 빠져 허우적댈 것이고,

어떤 날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증에 빠질 것이고, 

아이들은 사랑하지만 '육아'에서는 벗어나고 싶은 시간도 찾아올 것이고, 

에잇, 그만둬버려야지! 사표를 가방 속에 넣고 출근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같이 사는 남자와 다투기도 할 것이고, 

아이들이 아픈 날 밤새 간호하면서 일하는 엄마여서 미안한 순간도 찾아올 것이다. 


어제의 내가 그랬듯, 

오늘의 나는 그 시간들을 또 어떻게든 버텨내거나 견뎌낼 거다. 

쉽사리 포기하지 않고 내가 가진 최대한의 '힘'을 끌어모을 것이다. 


그렇게 차곡차곡 하루하루를 쌓아 가보자 다짐한다. 


'나'여서, '엄마' 가능한 일이라는 걸, 

'내가' '엄마가' 가진 힘은 무한대라는 걸 잊지 말자.                                               


열심히 인생 계획을 짜고 꿈을 꾸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당신이지만 언제나 우리가 우주의 흐름과 에너지와 손을 잡고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자신이 가진 힘과 활기를 최대한 끌어모아 목표를 향해 움직이되, 당신 자신보다 더 큰 그 '힘'에 계획을 맡기자. 그리고 집착을 내려놓고 당신의 꿈이 스스로 걸작으로 태어나게끔 하자. 
꿈은 크게 꾸자. 아주, 아주, 크게 꾸자. 
열심히 노력하자.
정말, 정말, 열심히 노력하자.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후에는 당신보다 더 큰 그 힘의 존재에 모든 것을 오롯이 맡겨 보자. 
- 오프라 윈프리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중에서                                                



202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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