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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그녀 Dec 23. 2019

내 마음은 나의 것(나는 왜 눈치를 보는가)

육아휴직 VS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계획대로라면 오늘부터(12.23) 나는 육아휴직자여야 했다. 

17년 차 직장인, 8년 차 워킹맘. 

                                                                             

힘들다고 생각하면서도, 

매일 아침 출근할 직장이 있고, 내 자리가 있고,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그러면서도, 

자주 지치고 버거웠다.


언제부턴지 모르겠는데 자주 딴생각을 하게 됐다. 

일을 하면서 집중을 하지 못하기도 하고, 늘 마음이 헛헛했다. 

익숙해진 일만큼이나 마음도 익숙해져 버린 것인지, 

내 일에 더 이상 설렘을 느끼지 않게 되면서부터인지 모르겠다. 


큰 아이를 낳기 전날까지 일을 했고, 

출산휴가 3개월 뒤 복직했고, 워킹맘으로 8년을 살았다. 

그 사이 둘째가 태어나고 또다시 3개월 뒤 복직해서 이제 20개월이 지났다. 


아이가 한 명일 때랑, 둘일 때 그 간극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짐작할 수 없었다. 

두 아이라 어쩌면 내 행복은 두 배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육아의 강도도 두 배 혹은 그 이상 되었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도, 직장 생활도 집중하기 힘들어서 자주 어긋났다. 


그리고 드디어, 처음으로(직장 생활 17년 만에) 휴직에 대해 생각했다.


월급이 줄어서, 매달 나가는 대출금 때문에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내내 미뤄둔 일이었다. 

17년의 직장 생활, 앞으로 남은 또 그만큼의 생활(정년까지 일한다면 20년쯤 남은) 중 6개월 혹은 1년의 휴직도 못할까, 싶은 마음이 들었고 더 늦기 전에 아이와의 시간을 조금 더 보내고 싶은 마음도 간절해졌다. 


마음을 먹고 나니 오히려 고민이 사라졌다.

사학연금공단, 교직원공제회에 문의해 육아 휴직 중 납부해야 할 연금과 건강보험, 대출금 상환 등에 대해 확인했고 신랑과 그동안의 생활비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논의했다. 


고용보험 가입자가 아닌지라 휴직 중 급여를 1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오로지 신랑의 월급으로 생활해야 하고, 연금은 휴직 중에도 꼬박꼬박 내야 하니 경제적으로는 좀 많이 불편한 생활을 해야겠지만

그와 맞바꾸는 내게  주어질 그 시간들에 대해서만 생각하기로 했다. 

늘 그랬듯, 걱정보다 더 한 일은 대체로 일어나지 않으니까. 


그런데 나는 이미 예상했었나 보다. 그 과정이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육아휴직을 결정하고 승인받고, 제안을 받고, 고민하고, 마음을 돌리고, 결국 근로시간 단축으로 협의를 하는 과정이 꽤 힘들었다. 


흔들리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굳은 결심을 하고 휴직계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았지만, 

그 사이사이, 승인을 받은 이후로도 여러 가지 제안을 받았고 나는 결국 흔들리고 말았다. 

                                                                                                                                                              

그렇게 생각했다. 

남들은 쉽게도 잘하는(것만 같은) 육아휴직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이 상황이 싫다고. 


같은 조직이긴 하지만 부서마다 분위기도 업무량도 다른데,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나'의 마음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투덜댔다. 스트레스와 상처, 힘든 마음까지 모두 내 탓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이 모든 상황과 사람들이 싫어졌다. 


Image by Foundry Co from Pixabay



결국 나는 육아휴직을 취소하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으로 주 20시간 근무하기로 협의했다. 

급여가 반토막 나고(역시 지원금은 전혀 받지 못한다),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받는 월급은 거의 없을 것 같다는 생각과, 어중간한 근무 시간으로 그 시간 내 업무를 하고 퇴근을 하는 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과, 큰 아이 방학에 어떻게 케어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었다. 


"그래도 끝까지 갔어야지"

"이런 사례를 남기는 게 그리 좋지는 않은 것 같아"

"그 부서 사람들이 참 너무하다"

"육아휴직 꼭 필요 없는데 쓰려고 했다고 누군가는 생각할 수도 있어"

......


나를 잘하는 사람들도, 그리 교류가 없는 사람들도 이런저런 말을 덧붙였다. 

어느 순간엔 마치 내가 이 모든 분란을 만든 것 같은 생각마저 들었다. 생각보다 힘들었다. 

최종 결정을 내리고(육아휴직에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으로) 나서도 과연 이게 잘한 일일까 갈팡질팡. 

그러다 어느 순간, 마음먹었다. 


"이건 내 선택. 누가 뭐라 하든 이젠 내가 선택한 일에 책임을 지면 될 일" 

"내 마음은 나의 것. 내가 책임지자"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한 발짝 떨어져서 상황을 지켜볼 수 있었다. 


나를 설득했던 부서의 상사들도, 내게 이런저런 말을 했던 동료 직원들도  

반대로, 힘들었을 텐데 그런 선택을 해줘서 고맙다고 말한 조직의 책임자들도 모두 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들을 기준으로 생각했을 거다.

그러니 나 역시 그냥 내 생각만 하고 '거절' 했더라도 괜찮았을 거다. 

그런데 나는 그러지 않았다(못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책임감 때문이라고 조금은 포장하기도 했지만 나는 조금 눈치를 봤던 것 같다. 


"내가 이걸 거절해도 되나"

"그 이후에 부서 내에서 더 힘들어지지는 않을까"

"내가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 그래도 내가 좀 괜찮은 사람으로 비치지는 않을까"

같은 생각들로. 


가토 다이조가 쓴 『나는 왜 눈치를 보는가』라는 책 속에서 아주 조금 그 답을 찾았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비치는 '나'를 신경 쓰고 살았던 거다. 

누군가에게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 거다. 

아마, 그게 어쩌면 나였다. 


훌륭한 사람,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버려야만 한다. 물론 훌륭하고 좋은 것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지금 매달려 있는 이미지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훌륭한 자신'이라는 이미지를 버린다고 바람직하지 못한 내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강한 나, 결단력 있는 나, 믿음직스러운 나, 사랑할 줄 아는 나, 행동력 있는 나, 도전하는 나, 자신감 넘치는 내가 되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을 믿지 않기에 훌륭한 자신을 연기해서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p189』


누구에게나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은 그만큼 사랑에 굶주려 있다는 뜻이다. 누구를 만나든 그 사람에게 어떻게 비칠까 신경 쓰는 것도 그만큼 사랑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릴 때부터 애정 욕구가 충족되었다면 남의 시선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또한 자신과 가깝지도 않은 다른 사람이 그토록 중요할 리도 없을 것이다. p213』


인정하자. 

아직은 내가 그렇다는 걸. 조금 덜 성숙했다는 걸. 나를 믿지 못했다는 걸. 나를 먼저 지키지 못했다는 걸. 

이번 일을 겪으면서 조금 더 성장했다고 믿는다. 

조금 더 단단해졌다고 믿기로 했다. 달라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냈다고 믿기로 했다. 

이건 포기가 아니었다고. 


일상생활에서 자신을 너그럽게 대할 것, 자신을 잘 도울 것, 자기 자신에게 어리광을 허락할 것, 자신을 잘 보살필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피곤에 지쳤는데도 무리해서 웃어 가며 멋진 척할 필요는 없다. 그때는 "피곤하면 좀 쉬지 그래. "라든가 "사람들 신경 쓰지 말고 편히 있어도 돼"하고 자신을 타이르자. p215』


선택은 끝났고, 시끄러웠던 시간들도 이젠 그만. 

이제 남은 건, 

나의 선택에 책임지는 일. 내게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만드는 일. 내 마음을 지키는 일. 다독이는 일. 

주변의 시선에서 그만 벗어나는 일. 




덧붙임


1. 나는 직장에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이용한 첫 여직원이 되었다. 

어느 쪽으로든 선례를 남기게 됐으니, 이왕이면 후배 직원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예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짐했다. 너무 당연하지만 출퇴근 시간은 칼같이 지키겠노라고. 


2. 고용보험 가입자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사용하면 주 5시간까지는 임금 삭감이 없도록 법 개정이 되었다. 

나의 경우 역시나 해당사항이 없으므로 고스란히 지금의 급여에서 딱 반토막이 날 예정이다. 사학연금 가입자의 고용은 '안정' 되어 있다고 판단되는 근거가 무엇인지. (이건 넋두리다.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어쩌면 조금은 이기적인 마음인지도 모른다). 


3. 당분간 출근 전 1시간, 퇴근 후 1시간이 내게 육아를 제외하고 보장된 시간이 되었다.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이제 그 생각에 집중하기로 했다. 생산적인 시간이 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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