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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인가? 보이스피싱인가?

나의 의심이 너무한가요?

by 풀솜

사람의 진심을 받아주지 못하는 것은 마음이 불편합니다. 어쩜 내가 한 사람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누구에게 크게 상처를 주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브런치의 댓글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이런 글을 올려봅니다.


브런치에 글을 쓴 지 일 년 반이 지났다. 월요일이면 글을 올린다. 스스로 정한 의무이자 작은 기쁨이다.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자신의 이야기가 묻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야 진솔한 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처음 내가 살아 온 집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생각했던 글을 마치고 그 글이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뭔가를 향해 한 발자국 뗀 거 같아 기뻤다. 쓰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글도 쓸 수 있지 않겠는가?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혹은 다른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줄까 하는 염려는 하지 않는다. 누구의 관심이 있든 없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내 속도로 써가고 있다.


나에게 댓글은 사치다. 일 년 반 동안 댓글이 달린 적은 몇 번 되지 않는다. 댓글이 달렸다 하더라도 답글을 뭐라 써야 할지 모르겠다. '글이 재미있었어요.' '잘 봤어요.'라는 댓글에 '그래요?'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멋진 말을 하고 싶지만 어색하고 글 실력을 탓해야 하는지 말을 할수록 진심에서 멀어지는 느낍니다. 하지만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너무나 고맙다.


그런 와중에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렸다.


이렇게 해서 캘리 님과 카톡으로 연락을 하게 되었다. 그녀가 어떤 글을 썼는지 브런치에서 그녀의 글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글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구독자가 650명이나 되고 관심작가가 42 명으로 나왔다. 신기했다. 글이 없는데 구독자가 그리 많을 수 있을까? 이상해서 물었는데 그녀는 정확하게 말을 하지 않았고 나는 내가 너무 의심하는 거 같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브런치는 회원 가입을 해야 댓글을 쓸 수 있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브런치에 신상이 있을 테니까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자기는 미군에 28년 근무했다고 했다. 지금은 이스라엘에서 근무 중이며 얼마 있으면 제대하고 제대 후 한국에 정착을 할 예정이기 때문에 한국에 사는 사람의 도움을 받고 싶다고 했다. 군복을 입은 사진을 보내주었다. 그녀는 친절했으며 내가 특별히 마음을 쓰지 않도록 배려했다.


나는 원래 카톡으로 대화할 때 바로 대답을 하지 않는 편이다. 그녀에게서 계속 연락이 왔다. 나는 누가 나에게 많은 연락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에게도 별 할 말이 없었다. 그녀는 자기에 대해 물어봐 주기를 원했다. 글을 쓰게 되니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고 드디어 얼마 있으면 한국에 온다고 했다. 나는 기대했다.


나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적극적으로 묻기 시작했다. 외국에 오래 살았던 사람인데 너무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차에 다음과 같은 글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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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글을 보고 나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글에 앞뒤가 맞지 않았다.


20살에 군에 가서 28년 간 군 복무를 한 50세 가까운 여자로 알고 있는데 외동아들로 고아원에서 자랐다니...

10살에 비행기 사고로 부모를 잃었다니.... 그 시절 비행기 사고가 그리 흔한 일인가?

동생도 없고 여동생도 없고.... 만약 글을 쓴다면 동생이 없다고 했는데 다시 여동생도 없다고 다시 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뭔가 진실하지 않은 글이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나는 남편과 딸에게 이 글을 읽어보라고 했다.


딸아이는 대뜸 '쳇지피티로 썼네''제미나이나 쳇 지피티로 이런 글 1분도 알 걸려요'라고 했다.


긴가민가 하던 차에 순간적으로 너무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그동안 글들을 바라봤다. 너무나 쉽게 글이 오고 너무나 화려한 언변이 AI글이라니....

더 이상 그녀를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카톡에서 나가고 그녀와의 기록을 모두 지웠다.


다시 댓글에 생각이 미쳤다.

캘리라는 작가는 없었다.

그냥 회원 가입해서 들어왔더라고 구독자와 관심작가가 그렇게 많을 수 있는지....

이런 의문에 대해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나 브런치에서 대답해 주기 바란다.


내가 처음 생각했던 대로 진실로 나의 도움이 필요했던 사람이라면 이렇게 의심한 거에 대해 사과한다.

하지만 더 이상 이 일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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