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 마당풍경

은희경 소설「새의 선물」무대

by 풀솜

은희경 소설「새의 선물」은 60년대 지방도시를 무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30대 주인공이 어린 시절 12살까지 살았던 집에 대한 기억이다. 작가는 이 소설이 성장소설이기보다는 연애소설이라 말한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주인공의 사랑방식에 대한 묘사 때문인 거 같다. 나는 소설의 중심 무대인 집과 마당에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며 읽었다.


주인공 진희는 6살에 엄마를 잃고 할머니 손에 자란다. 진희의 가족은 할머니 이모 삼촌이다. 집은 마당을 중심으로 'ㅁ' 자형 전통 건물이다. 안채는 한옥건물 그대로이며 사랑채에 해당하는 부분과 길가 상가 건물은 시대에 맞게 변화된 건물이다.


할머니와 이모 그리고 주인공 진희는 안채의 안방에서 함께 생활한다. 안채의 안방은 상징적인 장소다. 시대가 변하고 경제상황이나 가족구성이 달라졌어도 안방은 집주인의 방이다. 안방에 기거하는 할머니는 안주인의 위엄이 남아 있다. 하지만 엄마 없는 손녀를 돌본다는 것은 전통적인 가족구성에서 벗어난 일이라 마음 한 편의 부담이 있어 할머니가 손녀를 보는 시선에는 항상 안쓰러움이 담겨 있다. 손녀딸의 결핍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삼촌은 서울 법대생이다. 이 집의 기대되는 아들로서 존재감이 크다. 삼촌은 안방과는 부엌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부엌 아래 방을 사용한다. 주로 서울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삼촌이 없을 때 삼촌의 친구나 손님이 사용하기도 한다.


이모는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이모의 취업과 사랑 이별이 매우 흥미롭다. 이모는 주인공 진희의 인생 선배이며 할머니에게서는 채울 수 없는 것을 채워주는 좋은 친구다.


내가 이 소설에 공감하는 것은 소설의 시대와 무대가 내가 자란 환경과 비슷해서다. 전쟁이 끝나고 경제개발이 진행되었다. 정치 경제 사회의 변화가 심했던 시기다. 사람들은 도시로 도시로 몰렸다. 전통적인 농촌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화로 인해 핵가족화가 급격히 진행되었다. 가족 중 한 두 명은 학업 때문에 또는 일자리 때문에 집을 떠나야 했다.


가족의 구성이 달라지면 주거형태도 달라진다. 단출한 가족에 어울리는 새로운 가옥형태인 양옥을 선호하였다. 양옥이라 하여도 서양식 가옥을 그대로 지은 것은 아니었다. 우리 실정에 맞게 개조된 서양식 건물이라 볼 수 있다. 가족의 수가 줄고 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에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전통가옥이 필요치 않았다. 양옥은 한옥에 비해 생활하는데 무척 편리했다. 이는 여성의 위상이 높아지는 데서 오는 시대적 흐름을 거역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도시의 특성상 땅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좁은 땅에서 안방과 사랑방이라는 남녀구별된 공간을 고집할 수 없었다. 더욱이 산업사회는 남자들의 일거리가 밖에 있다. 집안에서 남자들의 공간이 그리 필요하지 않았다. 자연히 한옥은 안방과 마루 부엌을 중심으로 하는 안채만이 살아남았다.


늘어나는 인구로 도시에서 항시 집이 부족했다. 한옥도 효율이 중요했다. 과거 사랑채에 해당하는 공간을 집주인은 손봐서 다른 가구에 세를 주었다. 넓은 마당 또한 주거문제를 해결하는데 유용했다. 큰길 쪽 담장 안쪽으로 현대식 건물을 지어 세를 주었다. 세를 산다는 것은 집이 없는 사람에게는 집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집주인에게는 부동산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큰길에서는 상가거리가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로 도시는 땅의 효율이 높아지고 활기차게 되었다.


도시한옥은 과거의 가족공동체 대신 몇 가구가 함께 생활하는 다가구 주택이 된 것이다. 여러 가구가 모여 산다는 것은 다양한 사건사고도 함께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공유하는 공간은 마당이다. 공간을 함께하면 같이 사는 사람들의 정서도 공유할 수밖에 없다.


마당에는 우물이 있다. 각각의 가구는 이 우물을 이용한다. 우물 때문에 사람들은 마당이라는 공간에 만날 수밖에 없다. 공유공간을 이용하는 데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 이때 함께하기에 좋은 사람도 있지만 피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타인에 대해 알고자 하는 호기심도 있지만 생활하면서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는 비밀도 있다.


진희가 살던 집을 그려보았다


공간설명

안채 : 안방 부엌 대청마루 건넌방 마루

장군이네 : 옆건물, 최 선생과 이선생이 하숙한다

앞의 상가건물 : 뉴스타일 양장점, 광진테라, 우리 미용원

마치 하늘을 나는 새가 마당 위에서 그들을 보듯이....


이 소설은 이 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12살 진희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12살이라는 나이는 주변환경에 대해 모를 수도 없고, 주변 사람들의 삶을 모두 알 수도 없는 나이다. 주인공 진희는 이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근접한 거리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진희는 '바라보는 나'와 '보이는 나'를 분리하여 관찰하고 있다. 진희가 바라보는 세상을 진희 자신은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커서 보면 다르다. 자신이 그들의 삶에 들어가기도 하고 어느 때는 그들이 진희의 삶으로 들어오기도 하면서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가는 한 사람 한 사람 애정을 같고 그들을 대변하지만 어느 누구의 삶도 정확히 대변할 수는 없다. 그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처받고 변하고 성장하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그 과정은 안타깝다. 장군엄마도, 최 선생님도, 이선생님도, 돈을 갖고 종구와 달아난 미스리도, 광진테라의 박광진도, 지옥 같은 환경으로 다시 돌아온 아줌마도, 혜자 이모도, 현석 오빠도....


안타깝다.


마치 하늘을 나는 새가 마당 위에서 내려다보듯이....

집이라는 공간에서 제삼자의 눈으로 그들을 보았다.


나는 도시의 오래된 한옥에서 살았다.

마당을 중심으로 건넌방과 바깥채에 세를 주었다.

마당은 몇 가구가 함께 사용하는 공동의 공간이었다.


그 공간 안에도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이 있었다.

마치 진희네 집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