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댄스를 배우면서
“이번에 배울 작품은 ***에요.
전체가 4회 32 카운트, 중간에 리스타트가 16 카운트 있어요.
첫회부터 시작해 봅시다.
첫회는 투스텝 앞으로 오른쪽 한 번 왼쪽 한 번.
허리에 리듬을 주고, 손동작도 함께 해봐요.
1회에 8 카운트, 원 투 쓰리... 여덟까지 세어 가면서 해봅시다.”
선생님의 설명이 끝나고 모두 함께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스텝을 밟아본다. 거의 5~60대 회원들이 가로 세로 적당히 줄 서서 선생님을 따라 발을 옮겨 본다.
다음 곡 음악이 나온다.
진짜 진짜 좋아해
너를 너를 좋아해
누가 너를 내게 보내주었나
나 너를 위해 웃음 보내고
나 너를 알고 그리움을 알았네
낙엽 지는 소리 좋아하던 너
아 나는 몰랐네
네가 낙엽 될 줄은
아 나는 들었니
내가 널 좋아한단 말
진짜 진짜 좋아해
너를 너를 좋아해
음악을 따라 신나게 동작을 따라 한다.
곡과 곡 사이 잠깐의 시간도 틈을 주지 않는다. 반장(?)이 하나, 둘,... 구령을 외친다. 구령에 따라 큰 동작으로 걷는다. 동작이 끝나기도 전에 바로 다음 곡이 나온다. 이번에는 ‘토요일 밤에’ 윤수일의 아파트보다 더 동작이 더 신난다. 노래만 듣고 몸을 움직이는데 정말 신나는 주말을 보내는 느낌이다. 곧바로 나오는 음악은 섬머 댄스, 바닷가에 온 거 같다. 마지막으로 ‘베사메무쵸’ 은은하고 분위기 있다. 이 곡이 나오면 수업이 다 끝나가는 것이다. 격렬한 운동 뒤 한 박자 쉬어간다. 마지막으로 숨쉬기 하고 마무리하면 수업은 끝난다.
한 시간이 어느새 지나갔는지 모른다. 몸에 땀이 흥건히 밴다.
라이댄스의 어원은 모르겠으나 줄을 서서 추는 춤이라 라인댄스가 아닌가 생각된다. 사람들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서 쉽게 따라 할 줄 알았다. 볼 때는 쉬워 보였다. 직접 해 보니 쉽지 않았다. 오래 다닌 회원은 선생님 말씀만 듣고 금방 따라 한다. 잘 추는 사람을 가만히 보니 반복되는 부분이 있다. 기초를 배우고 시작했다면 좋았을 걸, 기본 스텝을 배우지 않고 시작해서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다. 발을 제대로 옮기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한 발을 들어 저쪽에 놓으려고 할 때 잘못하면 넘어진다. 우선 기본 스텝을 익히고 능숙해질 때까지 연습을 해야 한다. 선생님의 말씀을 이해하고 이해한 것을 몸으로 해보고 능숙해지면 자신의 나름대로 멋을 내고 내 것으로 만든다. 이 단계가 지나야 춤을 즐길 수 있을 거 같다.
전원생활에 사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적을 것으로 생각했다. 막상 시골에 와서 살아보니 다양하게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 있었다. 요즘은 문화회관 여성회관 평생학습관 등 지자체나 복지단체에서 운영하는 문화강좌가 많다. 어디서건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강좌를 들을 수 있다. 사람이 많은 도시에서 처럼 복잡하지 않아서 좋다. 강의 한 두 개를 신청해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면 사람들과 소통도 할 수 있고 새로운 것을 배울 수도 있으니 삶의 활력이 생긴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과정은 거의 비슷하다. 어렸을 때부터 해 오던 일이 아니고 이 나이에 무엇을 시작하던 시작의 고비를 넘겨야 한다.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만이 길이다. 나를 소개해준 회원이 그만두는 바람에 아는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빠지지 않고 출석했다. 잘 추는 사람을 보면 한 동작 한 동작 알려 달라고 했다. 1년이 지나면서 따라 할 수 있는 춤이 하나하나 늘고 재미가 붙었다.
춤은 동작만 익힌다고 잘 추는 것은 아니다. 춤새라는 것이 있어서 같은 동작을 해도 어떤 사람은 예쁘고 어떤 사람은 어색하다. 어느 분야든 능력의 차이가 있다.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도 잘 추는 사람이 있다. 춤을 잘 추는 사람은 보고만 있어도 황홀하다. 같은 동작이라도 계속해 보고 자신만의 느낌을 알아내야 한다.
" 오늘은 웨이브 동작을 설명할게요.
가슴을 들어 올리고 배를 안으로 넣어요.
그리고 엉덩이를 뒤로 빼고 다시 그 동작을 반복하세요.
아니요 아니요 가슴을 내미는 것이 아니라 위로 들어 올려요.
네~ 네~ 그렇게 하면 돼요.
다음 시간까지 웨이브 동작을 연습해 오세요."
아줌마들의 동작이 어색하다. 연습하는 모습을 서로 보며 웃는다. 그저 운동이라 생각하고 한 시간 몸을 움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은 동작이라도 손끝 하나 시선 하나 신경 쓰면 춤사위가 다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좀 더 멋있게 보이는가 생각하고 연구할수록 예쁜 동작이 나온다. 그래서 재밌다.
사실 춤은 나와는 너무나 멀었다.
발레나 전통무용과 같이 전문가들만의 분야였다. 일반인들이 춤은 춘다고 하면 이미지가 좋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춤을 춘다는 표현보다 춤바람 났다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춤은 음악에 맞춰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몸을 움직이는 것은 인간의 삶에 있어 가장 본질적인 행동이다.
음악에 맞춰 내 몸을 움직여 보라.
몸이 건강해진다.
사람이 서서 걸을 수 있는 정도를 유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이 들어 보면 안다. 한해 한해 해를 더하면서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이이고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난다. 어른들이 방바닥에 앉았다 일어나려면 바닥을 한번 휘젓고 간신히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젊었을 때는 노인이라 그렇다고 생각했다. 노인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면 다리 근육이 없어져서 일어나기가 힘드니까 노인의 모습이 되는 것이다. 요즘은 건강 프로그램마다 근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니 운동을 한 건강한 노인들도 많다. 춤은 다리 근육을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 몸을 움직여 보라
춤을 추면 즐겁다.
춤추는 곳은 사람이 모인다. 춤은 어느 세대나 즐길 수 있다. 춤의 종류는 대단히 많다. 전문가에서부터 겨우 걸을 수 있는 아기까지 몸을 흔드는 동작은 살아있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일이다. 발레 전통무용 등 전문가가 하는 아름다운 동작을 보는데 그치지 말고 직접 몸을 움직여 보라.
춤은 음악을 동반한다.
우리 민족이 음주 가무를 좋아하는 민족이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K-Pap이 세계에 알려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같이 1인 가구 시대 각자 저마다 자신의 공간에 갇혀 외로움을 곱씹고 있다. 도시의 생활은 몸을 움직일 일이 적다. 음악에 몸을 맡기고 몸을 움직여 보라.
1년 전부터 라인댄스를 배우면서 세상 모든 사람은 춤을 추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몸은 내가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살아있는 사람의 최종 목표다.
노후준비가 별거 있나?
춤이 당신의 노후를 도와줄 것이다.
세상 사람들 모두 춤을 춥시다.
이상은 라인댄스 1년 배운 초보가 권하는 춤 예찬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