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집 - 3

통나무집

by 풀솜

당신의 동네에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한 겨울 시냇물이 꽁꽁 얼었다. 기온이 서서히 오르기 시작할 때 밖에서는 변화를 인지할 수 없지만 얼음 아래로 물이 흐른다. 드디어 눈과 얼음이 스멀스멀 녹기 시작하면 물은 들 위를 흐르고 길을 가로질러 기운찬 소음을 내며 앞으로 앞으로 나간다. 길가의 도랑은 수다스러운 소리를 내며 흐른다. 점점 기온이 오르면 자연의 경치는 하루하루 달라진다. 불과 이삼일 사이에도 햇볕으로 벌거벗은 벌거숭이 산등성이는 풀로 뒤덮고 황량하게 뻗은 가지에 잎이 돋어난다. 작은 물줄기는 모여 강이 되고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


지구의 기후는 시기에 따라 여러 번 바뀌었다.

얼음으로 뒤덮였던 빙하기가 지나고 서서히 얼음이 녹기 시작했다.

지구의 해빙기, 물은 대자연을 소생시켰다. 지구에서 이러한 봄의 힘이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추위와 따뜻함과의 싸움은 오랜 시간 계속되었다. 지구의 시간은 변화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아주 서서히 흘렀다.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두꺼운 얼음이 지면에서부터 녹기 시작했다. 녹은 물은 냇물이 되어 지표면을 적셨다. 물은 점점 많아져 냇물이 되었다. 얼음이 녹은 땅에는 흙이 드러나고 흙 위에는 이끼나 바위옷이 돋았다. 다시 오랜 시간이 지나고 이끼나 바위옷 위에 풀이 자랐다. 풀 위로 키 작은 관목이 자랐다. 그 관목 사이사이 키가 큰 나무가 자랐다. 나무는 소나무 같은 침엽수였다. 소나무는 어느새 빽빽하게 우거졌다. 남쪽에는 소나무 사이로 백양나무며 자작나무 같은 활엽수가 지루했다. 떡갈나무 보리수도 몰려왔다. 날씨는 점점 따뜻해지고 이제 더 이상 침엽수는 자리하지 않았다. 대신 아름드리 활엽수가 그 자리에 들어왔다. 소나무 시대는 떡갈나무 시대로 바뀌었다.


숲이 변하면서 숲에 사는 동물들도 달라졌다. 툰드라에 살던 순록은 북으로 북으로 쫓겨났다. 대신 숲에서 얻을 수 있는 관목과 딸기 버섯 등을 먹고사는 멧돼지나 갈색의 곰이 숲을 차지했다. 숲은 새들의 노랫소리로 가득했고 호수에는 백조와 거위가 헤엄치며 돌아다녔다. 주위는 무성한 삼림으로 채워졌다.


지구는 인간의 눈으로는 인지할 수 없을 만큼 서서히 변했다.

인간 삶의 무대 배경이 바뀐 것이다.

먹는 것과 사는 곳, 인간은 삶의 방식이 달라졌다.






과거 툰드라는 넓은 초원이었다. 주위가 벌판이었기 때문에 거주지를 어디에 정하든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숲의 사정은 달랐다.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길조차 없었다. 나무로 가득한 울창한 삼림이 몇천 킬로미터나 계속되었다. 강물이나 호수와 접한 곳까지 나무로 가득했다. 어떤 곳은 삼림이 해변까지 뻗쳐 있었다. 얼음 대신 인간은 삼림에 갇히게 되었다.


이 새롭고 낯선 세계에서 산다는 것은 인간에게 용이한 일이 아니었다. 인간은 끊임없이 잘라내고 개간하며 삼림과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동안 인간의 조상들이 빙하기 얼음과 싸웠던 인간은 삼림과 싸워야 했다. 지구 무대의 배경이 바뀔 때마다 인간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들의 생활을 바꾸고 고쳐야 했다.


인간은 그들이 사용하는 도구를 새로운 환경에 맞게 갈고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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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싸우는 일은 마치 적의 요새를 쳐들어가는 것과 같았다. 나무를 자르기 위해 새로운 도구가 필요했다. 이제까지 사용했던 도구들은 거대한 나무를 자르는데 한계가 있었다. 튼튼한 나무 끝에 무거운 삼각형 돌을 박았다. 삼각형 돌 끝을 예리하게 다듬었다. 손도끼다. 예리한 돌로 나무 기둥을 치니 날카로운 돌 끝이 나무의 동체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나무는 신음소리를 내며 발 밑에 쓰러졌다. 이렇게 인간은 몇 년이고 끈덕지게 나무를 잘랐다. 쓰러진 나무 그루터기와 수풀을 불살랐다. 인간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초원에서는 동물들이 떼 지어 돌아다녔고 그 동물들을 멀리서도 볼 수 있었다. 짐승이 도망가면 인간도 함께 뛰었다. 동물만큼 빨리 뛰지 못하더라도 인간에게는 창이라는 도구가 있었다. 도망가는 동물에게 창을 던지는 것은 마치 긴 팔로 달아나는 동물을 잡는 것만큼이나 유용했다.


숲에서 인간은 사정이 달랐다. 숲 속은 제각기 주인들로 꽉 차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눈으로 볼 수 없었다. 대신 동물들은 독특한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숲 속은 소음으로 소란스러웠다. 사냥을 위해 창을 들고 나서지만 사냥할 동물이 보이지 않았다. 동물들은 소리로 서로서로 위험을 주고받았다. 바로 앞에 동물이 있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알 수없었다. 동물들은 보호색을 갖고 있었다. 새의 깃은 얼룩덜룩 나무줄기와 같았고 짐승의 황갈색은 떨어진 낙엽색과 같았다. 짐승을 발견하기도 어려웠고 발견한다 해도 그 짐승을 잡으려면 자신도 몸을 숨겨야 했다.


사냥하는 방법이 달라졌다. 나무 사이 숨어있는 짐승을 잡기에 투창은 성공확률이 높지 않았다. 투창은 너무 길어 투창을 들고 나무 사이를 뛰어다닐 수도 없었고 자신의 몸을 숨길 수도 없었다. 길이가 짧고 촉은 날카로운 화살이 필요했다. 화살은 길이가 짧아 가볍고 여러 개를 지닐 수도 있었다. 인간은 화살 통을 둘러메고 덤불을 제치고 들어가서 멧돼지를 잡고 멀리 뛰어가는 노루를 잡았다.


손도끼는 커다란 나무를 다루는데 유용했다. 아름드리나무를 손도끼로 수 없이 찍어 넘어뜨렸다. 몇 개의 기둥을 나란히 세우고 그 기둥과 기둥 사이를 나뭇가지로 엮어 벽을 만들었다. 통나무 집이다. 숲 가운데 세워진 통나무 집은 숲의 일부처럼 보였다. 숲에 지은 이 집은 동물로부터 안전했다. 집 안에서 불을 피워 사냥한 고기를 구워 먹고 편안한 잠자리도 만들었다. 인간의 삶은 어떤 동물보다 편안하고 안전했다.


어려운 환경은 결코 삶의 핑계가 될 수 없었다.

인간은 어려울수록 더욱 강해졌다.

어려움을 겪은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종으로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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